영화 - 파이널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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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파이널 컷
  • 윤종원
  • 승인 2006.10.0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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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맛 씁쓸한, 파이널 컷

이 영화의 최대 이슈는 로빈 윌리엄스의 변신이다. 만면에 너그러운 미소를 띤 "만인의 옆집 아저씨" 같은 푸근한 이미지의 윌리엄스가 베드신(미미하긴 하지만)까지 소화하며 냉철하고 우울한 성인 캐릭터로 옷을 갈아입은 것. 그 때문에 관객에 따라서는 관람 도중 약간의 어색함을 느낄 수도 있겠다. 어쨌든 "죽은 시인의 사회"나 "쥬만지" 등에서 보여준 이미지와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이렇듯 주인공 연기자에서 시작된 "색다름"은 그러나 소재나 내용의 신선함으로 이어지지는 못한다. 영화는 인간의 삶을 기억하는 일종의 기억장치 "조이 칩"으로 인해 벌어지는 암울한 이야기를 그린다. 인간의 기억에 대한 조작 혹은 그와 비슷한 아이템은 "이터널 선샤인" "마이너리티 리포트" "이온 플럭스" "나비효과" 등 많은 SF 영화에서 숱하게 보아온 것. 그런데다 새롭지 않은 소재를 다루는 솜씨마저 그다지 매끄럽지 못하다. 소재가 유쾌하지 못한데 전개마저 허술하니 뒷맛이 개운할 리 없다.

인간의 뇌에 이식된 "조이 칩"은 사후 좋은 쪽으로만 편집돼 장례식에서 상영된다. 이를 "리메모리"라고 하는데, 조이 칩을 편집하는 사람은 "커터"라고 부른다. 앨런(로빈 윌리엄스 분)은 가장 유명한 커터로 그는 부도덕한 과거마저도 아름답게 포장하는 데 탁월한 실력을 발휘한다. 그는 스스로 "죄를 사하는 존재"로 생각한다.

어느 날 한 거물의 조이 칩을 편집하던 앨런은 애써 잊으려 했던 자신의 과거와 마주치게 되고 혼란에 휩싸인다. 그는 자신의 과거에 관한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뛰어든다.

이런 유형의 영화가 늘 그러하듯, 영화는 조작의 모순과 위험성을 향해 걸어간다. "신만의 영역"에 함부로 침범했다가는 화를 당한다는 교훈과 함께. 그런데 늘 결론은 같음에도 비슷한 영화가 계속 만들어지는 것을 보면 사람들은 어지간히도 잊고 싶은 기억이 많은 것 같다.

12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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