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팔월의 일요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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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팔월의 일요일들
  • 윤종원
  • 승인 2006.09.2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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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한 일상에 던져진 파문

나른한 삶이 무언가에 의해 침범당하기를 바라지만 그렇다 해서 변하는 건 무얼까.

잔잔하고 평온한 일상이 어느 날 갑자기 낯선 책 한 권으로 부서진다. 아내가 교통사고를 당한 후 발견된 한 권의 책 때문에 호상(임형국 분)의 일상은 끝간 데 없이 흔들린다. 책에 적혀 있는 낯선 남자의 이름. 호상은 아내가 자신과 함께 보냈던 삶보다 그 이전의 삶이 궁금해진다.

시내(양은용)는 호상 아내의 주치의. 동료 의사인 태진과 불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러나 그에게 태진과의 섹스 역시 그저 그런 일상처럼 지루할 뿐이다. 시내는 태진과 섹스를 한 후 태진 집에서 태진의 아내와 함께 밥을 먹기도 한다.

시내는 어느 날 한 책이 궁금해져 서점을 돌아다니고, 헌책방까지 찾는다. 헌책방 젊은 주인인 소국(오정세)은 시내로부터 책을 부탁받고 형의 유품에서 찾으려 한다. 소국의 노모는 이제 막 황혼의 연애에 빠져들었다. 상대는 아버지의 절친한 친구. 그런 노모가 못마땅하지만 소국은 노모에게 여행경비를 쥐어준다.

전혀 다른 세 사람을 이어주는 한 권의 책은 "팔월의 일요일들". 프랑스 현대문학의 거장으로 꼽히는 패트릭 모디아노의 1986년작이다. 사진가와 사랑에 빠진 여인이 남편의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훔쳐 사랑의 도피를 했다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추락하고, 7년 후 우연히 남편과 사진작가가 만나 과거를 회상한다는 내용. 추억이란 게 과연 진짜 실체를 기억하는 건지, 아니면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는 건지 혼란스러워 하는 사람들의 인식에 의문을 던진다.

호상과 시내는 하룻밤 섹스를 한 후 전혀 아무 일 없었던 듯 자신들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시내와 달리 아내의 죽음까지 맞게 된 호상은 정신적 충격이 치명상이 된다.

셀프카메라를 대놓은 듯한 소국의 삶은 무료한 우리들의 삶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어머니의 연애라는, 어찌보면 큰 사건조차도 덤덤히 받아들여야 하는 지식인형 소시민의 생활이 담담히 소개된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전문사과정을 밟고 있는 이진우 감독이 만든 독립영화로 제60회 에든버러 국제영화제, 제8회 부에노스아이레스 국제독립영화제 등에 소개된 작품이다.

29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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