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댈러웨이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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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댈러웨이 부인
  • 윤종원
  • 승인 2006.09.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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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내면 엿보는, 댈러웨이 부인

영화 "댈러웨이 부인(Mrs. Dalloway)" 감상법에는 두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먼저 영화의 바탕이 된 원작을 쓴 버지니아 울프 개인을 엿보는 재미다. 자살로 생을 마감한 울프는 죽을 때까지 정신병을 앓았던 인물. 그녀는 "댈러웨이 부인"에 자신의 실제 모습과 삶을 꽤 많이 투영했다. 영화 속 자살하는 청년 셉티머스는 그녀의 어두운 면이 반영된 인물이다. 여주인공 댈러웨이 부인은 울프의 밝은 성격을 대변한다.

댈러웨이 부인의 남편 리처드 댈러웨이에게는 울프의 남편 레너드 울프의 캐릭터가, 친구 샐리 시튼에게는 울프의 동성 애인 비타 새크빌-웨스트의 캐릭터가 각각 투영됐다.

또 다른 감상법은 이런 사전지식 없이 영화 자체를 즐기는 것. 관객은 영화 전편에 흐르는 결혼한 여성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면서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화려함을 즐기면 된다. 이런 감상법은 여성들에게 더 즐거움을 줄 듯하다.

댈러웨이 부인(버네사 레드그레이브)은 런던 사교계의 주요 인사. 그녀는 저녁 파티를 앞두고 꽃을 사려고 거리로 나선다. 꽃집을 향하던 길에서 마주친 휴. 휴는 첫사랑 피터와 더불어 젊은 날을 함께 보냈던 친구다.

휴를 보자 댈러웨이 부인의 마음은 피터와 여자친구 샐리, 현재 남편인 리처드와 함께 했던 30년 전 처녀시절로 돌아가 있다. 댈러웨이 부인은 규범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분방하게 보냈던 젊은 날을 떠올리며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라는 후회가 엄습한다.

댈러웨이 부인은 귀가한 뒤 뜻밖의 방문을 받는다. 30년 전 실연의 상처를 안고 인도로 떠난 피터가 돌아온 것. 인도에서 만난 육군 소령의 아내와 사랑에 빠졌다는 피터를 보면서 댈러웨이 부인은 여전히 마음이 설렌다.

영화는 늙어가는 댈러웨이 부인의 삶과 결혼 전 클라리사(나타샤 메켈혼)로 살았던 처녀 시절을 교차하며 보여준다.

정치인의 아내로 주어진 삶에 충실하며 파티를 여는 것이 유일한 낙이 돼 버린 그녀지만 젊은 시절에는 드레스를 입고 쿵쿵거리며 집안을 뛰어다닐 만큼 규범과는 거리가 멀었다.

영화는 댈러웨이 부인의 의식을 따라가며 진행된다. 그녀는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의 결혼을 후회하지만 자신의 현실적인 선택에 수긍한다. 상류층의 허위의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누구보다 객관적으로 자신을 바라볼 줄 안다.

그녀 안에 내재한 상반되면서도 이해 가능한 성향들은 인간, 특히 여성 누구에게나 있음 직한 모습들. 감독의 섬세한 심리묘사가 눈에 띈다.

다소 난해한 울프의 소설을 쉽게 풀었다는 것이 영화의 최대 장점. 영화를 본 뒤 소설을 읽으면 내용이 그림처럼 눈에 들어온다.

노년의 댈러웨이 부인을 연기한 영국의 대표적인 연기파 배우 버네사 레드그레이브의 우아한 미소 속에는 울프와 댈러웨이 부인의 모습이 그대로 녹아난다. 영화 "안토니아스 라인"으로 1996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거머쥔 여성감독 마를린 호리스가 연출했다.

28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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