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리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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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리턴
  • 윤종원
  • 승인 2006.08.2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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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으로 느끼는 부성애 리턴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영화가 더 가슴에 파고들 때가 있다. 아마 러시아 영화 "리턴(The Return)"도 그 범주에 속하는 작품일 것이다.

예술영화 또는 해외영화제 수상작이라는 꼬리표를 단 영화들이 "재미없는 영화"라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한국의 현실에서, 2003년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이라는 꼬리표만 달았을 뿐 유명감독도, 이름난 연기파 배우도 없는 "리턴"은 일반 관객에게도 예술영화 애호가에게도 외면받기 쉬운 작품.

그래서 덜 기대했던 이 영화가 처음에는 마음의 한 구석을 잡아끌더니 영화가 끝날 무렵에는 마음을 모두 가져가버리는 마법을 부렸다.

영화는 12년 만에 아버지가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아버지와 오랫동안 헤어져 산 안드레이(블라디미르 가린)와 이반(이반 도브론라보프) 형제는 사진으로만 보았던 아버지(콘스탄틴 라브로넨코)가 낯설다.

어릴 적 헤어져 기억에도 없는 아버지는 두 아들을 만나고도 기뻐하거나 감격해 하지 않는다. 그저 무뚝뚝하게 묻고 대답할 뿐이다.

그런 아버지가 두 아들에게 여행을 제안한다. 낚시여행을 함께 가자는 것. 그러나 낡은 아버지의 승용차를 타고 간 여행은 처음부터 삐그덕거린다. 아버지의 강압적인 태도에 작은 아들 이반은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린다. 그는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이 지신들을 무시하고 꾸짖기만 하는 아버지가 이해가 안된다. 그러나 형 안드레이는 여행을 하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아버지에게 강한 유대감을 갖게 된다.

그런 와중에 이들은 여행의 최종 목적지인 무인도에 이르게 된다.

"리턴"은 이 영화가 부성애를 다룬 작품이라는 힌트를 전혀 주지 않는다. 낚시를 하겠다며 조르는 아들을 강제로 차에서 내리게 한 뒤 가버리거나, 아들을 마치 하인처럼 부리는 아버지의 행동에서 "저런 사람도 아버지라고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

그래서 관객은 안드레이와 이반에게는 동정의 시선을 보내고, 아버지에게는 욕설을 퍼붓고 싶을 만큼 적대감을 느낀다.

그렇지만 두 아들은 아버지에게 책잡히지 안으려고, 욕을 먹지 않으려고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게 되고, 섬에 도착할 즈음에는 모든 일을 알아서 하는 어른이 돼 있다.

이 영화의 최고의 장점은 영화를 보면서 가슴이 훈훈해진다는 점. "내 아들아"라고 울부짖는 아버지의 절규가 없어도 관객은 아버지의 사랑을 가슴으로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안드레이와 이반을 연기한 두 배우의 연기력은 아역들이 줄 수 있는 감동을 100% 전해주고, 사진 작품을 보는 듯한 화면은 딱딱한 영화에 윤활유처럼 작용한다.

한국영화 "바람난 가족"과 함께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21그램" "자토이치" 등의 쟁쟁한 작품들을 제치고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신인감독상 등 5개 부문을 석권한 작품이다. 안드레이 즈비아진세프 감독은 이 영화가 첫 장편 데뷔작이다. 러시아의 청춘스타 블라디미르 가린은 촬영 직후 영화의 비극적인 결말처럼 촬영장소인 호수에 빠져 숨진 사실이 알려져 관객의 주목을 받았다.

9월1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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