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의료체계 붕괴..의사 살해.납치 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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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의료체계 붕괴..의사 살해.납치 표적
  • 윤종원
  • 승인 2006.07.2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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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달새 600여명 살해.납치, 1천여명 국외도피

지난 5~6월 두달 동안 이라크 내 사망자 수가 부상자의 수를 초과한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의료인들의 살해.납치가 이어지면서 이라크 의료체계가 붕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20일자 인터넷판 기사에서 이 기간에 이라크 내 사망자 수는 5천818명으로 같은 기간 내 부상자 수 5천762명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러한 현상은 이라크 의사들이 살해 및 납치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의료진을 겨냥한 범죄행위는 하루 평균 100명 이상의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하는 이라크 현실을 감안할 때 부상자 치료에 치명적이다.

의사들은 상대 종파가 점령하고 있는 지역의 병원에서 근무했다는 이유로 저항세력에 살해당하거나 정부 관리로 오인한 민병대에게 사살당하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으며 또한 몸값을 노린 납치범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이라크 보건부의 아델 압델-모흐신 차관은 그동안 의료관계자 190명이 살해당하고 의사 400명이 납치됐으며 1천명이 국외로 도피했다고 밝혔다.

압델-모흐신 차관은 "적절한 보호조치가 없다 보니 의사들이 손쉬운 표적(soft target)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바그다드시(市)에 있는 메디컬시티 병원의 한 의사는 환자가 수술 도중 사망할 경우 가족이나 동료들이 의사를 구타하거나 살해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위협 때문에 의사들이 가족 앞에 나서기를 두려워한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의사는 의사들이 신분을 드러내는 흰색 가운을 입거나 청진기를 목에 걸지 않는다고 전하고 "환자가 죽을 경우 납치되거나 살해당할 게 두려워 환자 근처에 가기도 싫다"고 자신의 심정을 토로했다.

지난 주 이 병원측은 민병대로 추정되는 조직으로부터 출근하는 직원을 납치하겠다는 협박을 받은 바 있으며 실제로 여의사 한 명이 병원으로 출근하던 중 아버지와 함께 납치됐다.

시아파 점령지인 카두미야의 병원에서 근무하던 수니파 출신 의사 알라 무티는 최근 현지 시아파 민병대가 작성한 "의사 살해 대상자 35명"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있는 것을 발견한 뒤 곧바로 짐을 챙겨 떠났다며 안전하면서도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쿠르디스탄으로 탈출할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

의사들이 고국을 등지면서 민병대와 관련된 자격미달의 인력이 의사들의 자리를 대신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와 관련, 메디컬시티 병원의 의사는 이들이 자신의 임무를 제대로 해내지 못해도 보복이 두려워 질책할 수 없다고 고백했다.

한편 이라크 보건부 관계자는 이날 바그다드 중앙 장례식장에 이송돼온 사체가 지난 2003년 이후 3만3천728구를 기록, 장례식장의 최대 처리 능력을 초과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살해, 차량 폭탄 테러 등으로 이라크 전역에서 매일 3~40건의 사체가 중앙 장례식장으로 이송된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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