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내시경, 사람따라 위험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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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내시경, 사람따라 위험할 수도
  • 윤종원
  • 승인 2006.07.13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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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조기발견을 위한 대장내시경 검사가 중.장년층 사이에서 정기 건강검진의 필수항목으로 자리잡을 정도로 보편화되고 있다.

하지만 얇은 대장막이 내시경에 의해 찢어져 구멍이 나는 "대장 천공(穿孔)" 의료사고가 1천명에 한두명 꼴로 발생하고 있는데도 이 같은 위험성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어 의료소비자들의 주의가 요망된다.

■대장내시경 받다 사망까지 = 유치원을 운영하던 김모(52.여)씨는 지난 4월20일 오전 경기도 광명의 개인병원 A내과에서 대장내시경 검진을 받다 대장에 구멍이 생겨 인근 종합병원으로 긴급 이송돼 대장 봉합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중환자실에서 회복을 기다리던 김씨의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고 3일 만인 23일 오전 끝내 패혈증으로 숨을 거두고 말았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같은 병원에서 김씨에 앞서 장내시경 검사를 받은 장모(62)씨에게서도 마찬가지로 장천공 사고가 발생했다.

장씨 또한 김씨와 같은 종합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지만 다행히 복막염이나 패혈증 같은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고 회복돼 지금은 정상 생활을 하고 있다.

지난해 7월 21일 오산 B종합병원에서 대장내시경 검진을 받다 직장(直腸)천공 사고를 당해 부작용으로 한때 인공항문까지 달고 지내야 했던 이모(44.여.피부관리업)씨는 지금도 그 때의 충격으로 심각한 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이씨는 "내시경을 받고 복통이 너무 심해 다음날까지 세 번이나 병원을 찾아갔는데도 "장에는 이상이 없다"며 진통제만 놓고 돌려보내 치료시기를 놓쳐 인공항문을 달 정도로 상황이 악화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속 타는 피해자들 = 사정이 이런데도 의료진에 비해 의학지식이 부족한 일반인 피해자들이 제대로 된 보상을 받아내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숨진 김씨가 내시경 시술을 받았던 광명 A내과 원장은 유족에게 "도의적으로 미안하지만 장 천공 자체로는 사망에 이를 확률은 낮다"며 "응급이송 조치를 잘한 만큼 수술 등 중요 치료를 담당한 종합병원측의 과실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정확한 사인을 둘러싼 법적 다툼의 기초자료인 국과수 부검결과조차 석 달이 지난 지금까지 나오지 않고 있어 유족들은 언제 끝날지 모를 지루한 법적공방에 벌써 힘겨워하고 있다.

오산 S병원을 상대로 최근 수원지법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이씨 또한 답답하기는 마찬가지.

자신의 대장내시경 검진을 담당했던 의사는 사고 이후 수원의 다른 병원으로 자리를 옮겨버렸고, 병원은 이씨가 요구하는 손해배상액이 너무 많다며 변호사를 선임해 법적다툼 불사의지를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소비자시민연대 허정숙 상담실장은 "대장천공 사고를 내고도 병원측은 환자의 장 상태가 특이하다는 핑계를 대는 경우가 많다"며 "숙련된 전문의라면 각종 악조건을 고려해 사고가 나지 않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사람은 내시경 피해야 = 전문의들은 대장내시경 천공사고가 장 유착(장표면이 서로 붙어 공간이 비좁아진 상태)이 심한 장년층에서 잘 일어나기 때문에 이런 증세가 있는 사람들은 대장내시경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충고한다.

아주대병원 소화기내과 이광재 교수는 "복부수술을 한 적이 있거나 장 유착이 심한 사람, 장이 예민하고 긴 사람은 대체수단인 대장조영술을 통한 검진을 고려해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는 내과전문의 가운데 1년 이상 수련병원에서 내시경 경험을 쌓은 의사를 별도의 시험을 통해 내시경전문의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며 "장 천공의 위험이 있는 환자들은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내시경전문의에게 진료받는 것이 좋다"
그는 또한 "우리나라 의료현실상 의사가 환자의 장 상태가 좋지 못해 대장내시경을 중단하려 해도 환자가 끝까지 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내시경이 암 조기검진을 위한 가장 좋은 수단인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환자에게 답이 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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