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초과인상분 1,443억 원 감액 및 2023년도 경영평가 등급 하락 결정
건보공단 경영진, 직원 설명회 예고했으나 직원들 동요 심각…큰 파장 예상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정기석)이 매머드급의 역대 최대 경영위기에 직면했다.
수년째 공공기관 총인건비 인상률 예산지침을 지키지 않다가 기획재정부로부터 인건비 초과인상분 감액 결정을 받은 것인데, 그 규모는 1,443억 원에 달한다.
당장 내년부터 최대 12년간 임금이 동결될 예정인데, 건보공단 내부 직원들의 동요가 심상치 않아 향후 엄청난 파장과 혼란이 예상된다.
기획재정부 소속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12월 5일 건보공단이 수년째 지키지 않은 인건비 인상률 예산지침과 관련해 총인건비 초과인상분 1,443억 원 감액과 체납징수 통계 재산출에 따른 2023년도 경영평가 등급 하락을 결정했다.
이로써 건보공단의 2023년도 경영평가 상대등급은 기존 C등급에서 D등급으로 하락, 올해 경영평가성과급 지급률이 40%에서 20%로 감소했다.
경영평가 등급 하락보다 더 큰 문제는 임금이다.
건보공단은 약 8년간 직원들의 승진 시기를 늦추는 대신에 임금을 올리는 방식으로 총인건비를 공공기관 예산지침에 맞지 않게 운용했다.
한동안 건보공단 전체 정원 중 4급 사원이 70%를 넘을 만큼 포화 상태를 겪었는데, 포화가 최고점에 다다른 2016년부터 4급이 퇴직할 때마다 이들이 받던 임금만큼 총인건비 모수가 커진 것을 활용해 하위급 사원의 임금을 증가시켰다.
이 방식은 2019년부터 4급 사원의 대거 퇴직 때문에 비로소 내부 문제로 불거졌는데, 건보공단은 직급 포화를 다시 겪지 않기 위해 4급 빈자리에 5급을 곧바로 승진시키지 않았다.
다시 말해 건보공단은 공공기관 예산지침에 따른 직급별 정원을 맞추지 않고 자체적으로 승진 시기를 늦췄고, 승진이 늦어진 대신에 사원들에게 직급에 맞지 않는 임금을 책정했던 것이다.
건보공단이 약 8년 동안 과도하게 인상한 총인건비 초과인상분은 1,443억 원.
이 같은 총인건비 초과인상분은 다른 공공기관 직원들의 임금인상 속도를 추월한 지 오래다.
건보공단 신입사원 초임의 경우 2019년 약 3,393만 원에서 2024년 약 4,254만 원으로 5년 만에 25%가량 상승했는데, 같은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인 국민연금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신입 초임 임금 상승률이 평균 10~15%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가파른 상승률이다.
결국, 건보공단은 1,443억 원을 조정해야 하는 상태에 놓였고 최대 12년에 걸쳐 총인건비 예산 감액을 추진할 계획이다.
즉, 2025년부터 향후 12년간 건보공단 직원들의 임금이 동결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건보공단 경영진, 직원들에게 자초지종 설명 서한문
“처음 겪어보는 위기 함께 극복할 방안 마련하겠다”
이와 관련 건보공단 경영진은 12월 9일 ‘직원들에게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서한문을 사내에 게시했다.
건보공단 경영진은 “직원들에게 아쉬운 결과를 전하게 돼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총인건비 중 초과인상분 1,443억 원에 대해 기관의 어려움을 고려해 최대 12년에 걸쳐 총인건비 예산 감액을 통해 조정하도록 결정됐다”라고 언급했다.
건보공단 경영진은 “다만 기관의 자체 노력을 통해 조기에 총인건비 예산을 감액할 수 있도록 적절한 대응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부언했다.
이는 12년이라는 감액 기간을 최대한 단축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건보공단 경영진은 “앞으로 발생할 임금인상 재원을 활용해 총인건비 예산 감액 기간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각 방안별로 장·단점을 면밀히 검토하고 노동조합과도 긴밀히 소통해 직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건보공단 경영진은 이어 “이번 일로 각자 맡은 업무를 묵묵히 수행하고 있는 직원들에게 상실감을 안겨줘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사실관계 확인 후 책임을 묻고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개선책을 마련하겠다”라고 약속했다.
특히, 총인건비 예산 감액처럼 처음 겪는 아픈 현안을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 직원이 하나가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건보공단 경영진이다.
건보공단 경영진은 “지금은 전 직원이 함께 뜻을 모아 피해를 최소화시키는 최선의 방안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현재의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고, 이번 주 내에 직접 현장을 방문해 자세한 내용을 설명하는 자리를 갖도록 하겠다”라고 전했다.
또한,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직원들 모두 책임감을 가지고 업무 전반을 다시 한번 철저하게 점검하고 개선하는 계기로 삼자는 게 건보공단 경영진의 당부다.
건보공단 경영진은 “이번 일은 업무 중에 발생하는 작은 실수나 부주의도 기관 전체에 큰 피해를 입히고 이미지를 실추시킬 수 있다는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라며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는 사건·사고가 발생하거나 전 직원에게 피해를 주는 등의 잘못이 확인된다면, 사안의 경중을 정확히 따져서 책임지는 건보공단이 되겠다”라고 덧붙였다.
직원들 동요 극심…총파업까지 사내 게시판에 언급
“왜 과거의 잘못을 젊은 직원들이 갚아야 하느냐”
이처럼 건보공단 경영진이 직원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진화에 나섰지만, 역부족인 모양새다.
건보공단 경영진의 서한문 이후 사내 블라인드 게시판에는 수백 개의 글이 올라왔고 총파업을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
직원들이 지적하는 내용의 핵심은 과거 임직원들이 저지른 잘못을 왜 젊은 직원들과 하급 직원들이 책임지고 12년간 갚아야 하냐는 것이다.
실제로 건보공단 사내 게시판에는 △임원들은 어딜 도망가시려고요, 일시불로 내고 가세요 △임원들은 연봉도 많은데 임기도 짧으니 쉽게 결정하고 퇴직하시겠지요 △임원들이 임금 반납하고 퇴사하세요 △양심이 있다면 차등 환수하세요 △현장방문 설명회 때 녹화·녹음 가능하죠? △생방송 회견 진행해주세요 △혼삿길 막는 회사 △24직번인데 입사하자마자 갚아야 할 빚이 생겼어요 △파업합시다, 파업해야 합니다 △임원들은 임기가 짧으니 연봉 반납해야 합니다 △경영진은 실적 옥죄면서 책임도 지지 않고 직원들에게 떠넘기냐 △일할 의욕 없네요 △우리가 무슨 죄입니까? 등의 불만 및 토로 글이 끊임없이 업로드되고 있다.
한 보건의료계 관계자는 “공공기관 중에서도 그 규모가 상당히 크고 4대 보험 수납을 비롯해 건강보험 재정을 관리하는 건보공단 직원들의 사기가 이번 일로 12년간 저하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국민과 의료계에도 결코 좋은 소식이 아닌 것 같다”며 “안팎으로 정치권과 의료계에 안 좋은 뉴스만 들리고 있는 요즘, 건보공단의 임금 동결 소식은 매우 충격적일뿐만 아니라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평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12년 동안 임금 동결을 예고하는 기관이 도대체 어디 있겠냐만, 건보공단 내부 경영에 어떤 문제들이 그간 쌓이고 쌓였는지 대규모적인 진단이 냉정하게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며 “건강보험 재정 운영에 대한 논란부터 46억 원 횡령 등 건보공단을 바라보는 대외적 이미지가 많이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일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쇄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건보공단 경영진이 ‘처음 겪는 아픈 현안’이라고 표현할 만큼 건보공단 역대 최대 위기나 마찬가지인 이번 사태가 어떻게 해소될지,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아울러 현재 비난의 화살은 건보공단 수뇌부로 향하고 있는 분위기여서 건보공단 경영진의 위기대응·대처·해결 능력이 진정한 시험대에 올랐다는 후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