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건보공단·심평원의 선택은 다르지만 의도는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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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건보공단·심평원의 선택은 다르지만 의도는 같다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4.01.16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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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정기석)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원장 강중구)이 2024년 갑진년(甲辰年) 새해를 맞아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끝낸 지 보름가량이 지났다.

두 기관의 조직개편은 작든 크든 매년 있었기에 올해라고 특별할 것 있냐는 물음에 답하자면, 윤석열 정부에서 새롭게 임명된 두 기관장이 본인들의 의지가 온전히 담긴 조직 구성을 처음으로 시도한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겉으로 볼 때는 큰 변화가 없는 것 같지만, 조직개편의 형태와 그 의미를 세세하게 뜯어보면 정기석 이사장과 강중구 원장의 의지를 단편적으로나마 엿볼 수 있다.

공교롭게도 두 기관장 모두 올해가 취임 2년 차이고 이제는 이사장 신입생, 원장 신입생이라고 불릴 수 없는 시기인 만큼 본격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때인 것이다.

특히, 보건의료 정책과 제도 전반에 있어서 중요한 전환기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혼란스러운 의료계 상황에서 건보공단과 심평원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진중한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다.

너무 장황한 이야기만 늘어놓았지만, 오늘 하고 싶은 말은 두 기관의 조직개편 중 홍보실이 갖는 의미다.

기자는 싫든 좋든 통상 그 수를 일일이 세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의 홍보실 직원을 만나고 통화하거나 문자를 주고 받는다.

기자가 담당하는 출입처에 따라 홍보실의 역할과 형태가 조금씩 다르긴 하나 변하지 않는 사실 하나는 홍보실은 해당 출입처에 들어가기 위한 첫 출입구 같은 존재이고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가장 먼저 대화를 하게 되는 존재라는 점이다.

작든 크든, 개인이든 법인이든, 민영기업이든 공공기관이든 홍보실이라는 부서를 두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홍보실의 업무는 언론 대응에 국한되진 않지만, 보통 홍보실이라 하면 언론과 뗄 수 없는 위치에 있는 것으로 인식하곤 한다.

그만큼 홍보실의 업무는 중요하다.

단지, 그 사실을 기자들 외에는 쉽자리 인지하지 못할 뿐이다.

업계를 막론하고 조직 구성원들은 홍보실에 문제의 해결책을 요구하고 그에 맞는 결과를 강요하는 경우가 잦다.

특히 홍보실이 컨트롤 할 수 없는 언론을 대응할 때 적지 않게 난감해지는 상황이 연출된다면, 그것은 오롯이 홍보실의 몫이 된다.

홍보실은 조직의 트렌드 변화나 업계의 동향, 언론사 출입기자 변경 등 다양한 외부 변화에 능동적이고 유연하게 대처해야 하며 변화를 읽고 현재 조직의 업무에 접목할 수 있는 부분과 향후 변화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홍보 업무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가 있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홍보실은 언론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지만, 큰 관심을 받기 힘들고, 기관·조직의 수많은 뉴스에 묻혀 언론 자체에 노출될 일이 거의 없다.

심지어 기자들도 기사를 통해 홍보실을 언급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때로는 기관·조직 내에서조차 ‘미운 오리 새끼’가 되는 데다가 기관·조직의 고유 업무를 하는 부서가 아니라는 이유가 클 것이다.

비록 스트레이트 기사 또는 취재 기사가 아니라 기자수첩이긴 하나 홍보실을 언급하기 조심스러운 이유다. 

그렇다면 왜 굳이 필자는 건보공단과 심평원 조직개편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홍보실의 의미를 짚고 있을까.

코로나19 팬데믹이 2020년 1월부터 3년 넘게 지속되는 바람에 건보공단과 심평원의 홍보 업무도 제한을 받게 됐고 이전과 비교해 꽤 많은 부분이 위축되고 축소됐다.

언론 홍보란 단순히 기관의 단신 소식에 불과한 내부 보도자료를 작성하고 배포하는데 머무는 게 아니다.

해당 보도자료를 기반으로 한 기자들의 예상치 못한 질문과 요청에 대응해야 하고, 때로는 오해를 풀어야 하는 일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실과 다른 기사가 작성되고 그 피해는 기사를 접한 이해관계자들, 넓게는 국민들에게 옮겨붙는다.

이후 사실관계가 수정된다고 하더라도 이미 엎지른 물은 주워 담기가 더 힘들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최소한 건보공단과 심평원 같은 공공기관이라면 그들의 일을 의료계와 국민들에게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알려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들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해야 하고 기자들은 그 사실을 공명정대하게 전파할 의무가 있다.

“우리 이런 것 잘해서 상 받았어요!”, “우리 이런 내부 행사했어요!”를 홍보하라는 게 아니다.

건보공단과 심평원의 조직개편이 갖는 의미와 이로 인해 올 한해 의료계에 어떤 변화가 발생할 것인지, 의료계가 유심히 지켜봐야 할 제도 및 시스템의 변화는 무엇인지 등을 진솔하고 담백하게 소통해야 한다.

이 부분이 담보되지 않으면 기관에 대한 비판이 비난으로, 칭찬이 아부로, 소식이 소문으로 변질된다.

코로나19 핑계를 더 이상 댈수는 없다.

다행히도 코로나19 때문에 미흡했던 홍보실의 역할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려는 의지가 건보공단과 심평원의 이번 조직개편에 담겼다.

양 기관의 다른 중요한 업무에 비하면 미미한 변화이고 역할일지 몰라도, 홍보실을 통해서만 의료계의 패러다임 변화를 읽을 수밖에 없는 국민과 의료계 당사자들에게는 큰 변화다.

심평원은 홍보실과 고객지원실을 분리하긴 했으나 코로나19 기간 동안 되려 언론홍보 업무의 능력을 많이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은만큼 실장부터 주임까지 큰 변화를 주지 않고 더 큰 힘을 실어주는 선택을 했다.

반면에 건보공단은 홍보실 실장, 부장, 팀장을 동시에 교체하고 언론담당 과장을 1명 추가하는 등 코로나19를 겪으며 묵혀진 때를 벗는 새로운 개혁의 길을 택했다.

두 기관의 선택은 다르지만 의도는 같을 것이다.

‘객관적인 사실에 기반한 기관 업무의 투명하고 적극적인 대국민 홍보’.

그 사이에 ‘내 편인 듯, 내 편 아닌, 내 편 같은’ 기자와 홍보실이 있다.

청룡의 해를 계기로 앞으로 건보공단과 심평원 양 기관의 중·장기사업들이 진행되는 과정에 있어서 의료계와 국민이 소모적인 오해 없이 투명하고 객관적인 ‘팩트’만 알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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