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HC 2024] 디지털치료기기 제도권 진입, 기회인가 위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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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C 2024] 디지털치료기기 제도권 진입, 기회인가 위기인가?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4.04.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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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I(Healthcare Industry & Insight) Session

디지털 대전환이 챗GPT 등장 이후에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의료 분야에서 이러한 디지털 대전환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분야 중 하나가 디지털 치료기기(DTx)라고 할 수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제1·2호 DTx가 등장해 주목을 받았고 향후 제도권에 진입하는 DTx는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DTx가 지닌 기회와 위기는 무엇인지 ‘KHC 2024 Healthcare Industry & Insight Session’을 통해 살펴봤다.

◆ 좌장: 이철희 중앙대학교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
◆ 패널: 이기원 와이브레인 CEO/CTO, 한영민 식품의약품안전처 디지털헬스규제지원과 주무관, 신재용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부교수, 김진우 하이 대표, 경대성 한미약품 전략마케팅팀 상무.

KHC 2024 HII(Healthcare Industry & Insight) Session 패널들. ⓒ병원신문.
KHC 2024 HII(Healthcare Industry & Insight) Session 패널들. ⓒ병원신문.

■ 좌장: 미국에서 선도적인 디지털 의료기기 기업 페어테라퓨틱스가 막대한 초기 투자금과 R&D 비용에도 불구하고 부도가 났다. 페어테라퓨틱스의 흥망성쇠가 우리나라 연구자 투자자, 기업가들에게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이에 대해서 얘기해 달라.

■ 경대성: 한미약품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 TF를 이끌고 있다. 재작년에 한미, KT, 가톨릭대학교 기술지주와 디지털 치료기기를 만드는 디지털 팜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그 안에서 CEO를 겸직하고 있다. 페어테라퓨틱스 사례는 우리나라는 아니지만 이런 식으로 파산을 했다는 부분에 대해서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한다. 국내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일을 하는 입장에서 과연 왜 페어테라퓨틱스가 파산의 지경에 이르렀을까 유심히 봤더니 몇 가지 이유가 좀 있었다. 첫 번째는 페어테라퓨틱스가 급여전략에 대한 실패가 좀 있었다. 두 번째는 사용성에 대한 부분인데 의사들이 처방하할 때 굉장한 번거로움이 있었다. 그래서 실제로 의사들이 10건의 처방을 하면 재처방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1건밖에 되지 않았다고 하더라. 또한 환자들도 이런 앱 형태의 디지털 치료기기를 사용함에 있어서 불편함이 있었다. 기존에는 단순히 복용하거나 주사를 맞으면 되는데, 앱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사용성 문제가 환자들을 귀찮게 한 것이다. 우리도 현재 개발하고 있지만, 디지털 치료기기가 하고 싶은 것은 하지 말라고 하고, 하기 싫은 것은 계속 하라고 한다. 예를 들어 운동은 자꾸 시키고 맛있는 음식은 먹지 말라고 하는 것 등이다. 이런 부분에서의 사용성 문제도 있었던 것이다. 디지털 치료기기 같은 경우에는 복용하면 끝나는 의약품과는 다르게 손이 많이 간다. 그래서 페어테라퓨틱스 콜센터 직원들도 굉장히 많았다. 여러 가지 상담 과정에서의 매끄럽지 않은 부분도 있었고 결국 콜센터 인건비 부분에 있어서 굉장히 많은 비용을 지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이슈로 인해서 페어테라퓨틱스는 기업 운영에 어려움을 겪다가 연간 1,000억 원 이상의 손실을 봤고 이를 도저히 감당하지 못하게 돼 파산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런 부분을 종합했을 때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몇가지 있다. 우리나라도 급여와 관련해서는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한다. 선별급여 그러니까 환자가 1,000원의 처방을 받게 되면 일반적인 의약품 같은 경우에는 300원만 부담하는데 DTx는 국내 현실상 환자가 900원을 내야 된다. 비용 부담이 좀 크고, 이게 당장 해결돼야 할 부분 같다. 사용성 부문에서도 임상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성능만 생각하다 보니까 개발 측면에서 너무 복잡하고 어렵게 만드는 경향들이 다소 있다. 이런 부분들을 환자의 눈높이에 맞게, 처음에는 환자들과 의사들이 쉽게 손이 가고 편하게 따라올 수 있는, 사용성에 주안을 둔 DTx를 개발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이철희 중앙대학교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 ⓒ병원신문.
이철희 중앙대학교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 ⓒ병원신문.

■ 좌장: 혹시 급여 전략이 실패했다고 말했는데, 조금 자세히 설명해 줄 수 있나?

■ 경대성: 미국의 실상에 대해서 자세히 아는 건 아니지만 급여 같은 경우 결국 앱을 설치하는 데 있어서 자기부담을 떠나 국가 또는 사보험 회사에서 지원이 많이 될수록 의사들과 환자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부분인데 그런 점에서 여러 보험회사와 보상 범위에 난항을 겪은 것으로 알고 있다. 결국에는 처방 과정에서 환자 부담이 높아지고 가뜩이나 앱 사용이 까다롭고 힘든데 비용까지 많이 부담해야 하는 구조였기에 환자들은 처방이나 사용을 주저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던 것 같다.

■ 김진우: 페어테라퓨틱스가 파산하고 나서 아마 제일 많은 곤란을 겪은 사람 중 한 명일 것이다. 연세대학교 교수를 30년 정도 했는데, 페어테라퓨틱스가 망하기 동료 교수들이 DTx 사업이 잘될 것 같다며 부러워했다. 하지만 페어테라퓨틱스가 문을 닫고 나서 학교에 가면 참 안됐다는 위로의 말들이 더 많아졌다. 저희 가트너 그룹이라고 하는 곳이 있습니다. 전문가 의견들로 시장 전망을 하는 기관이 있는데 2024년도 디지털 헬스케어의 가장 큰 걸림돌이 무엇일 거라고 생각하냐라는 질문에 세 가지를 꼽았다. 첫 번째가 의료진의 준비가 안 돼 있다. 두 번째가 환자가 준비가 안 돼 있다. 세 번째는 위험이 너무 크다. 특히 사이버 보안에 대한 위험이 너무 크다였다. 페어테라퓨틱스의 실패 원인 중 하나는 의료진과 함께 즉, 병원과 함께 제품을 개발하고, 테스트하고, 또 그것을 홍보하는 작업을 하지 않고 너무 교만하게 좋은 디지털 치료제를 만들면 의사와 환자들이 모두 사용해줄 것이라고 시장을 대했다는 것이다.참석자 1

■ 이기원: 페어테라퓨틱스 사례가 시장에 긍정적인 메시지도 던졌고 부정적인 메시지도 던졌다고 생각한다. 긍정적인 메시지는 DTx 허가를 통해 연구를 하고 어느 정도의 인허가 과정을 거치면 상용화가 가능하다라는 분명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점이다. 이를 통해 국내 업체들도 시장 진입을 위해 허가까지 가는 과정을 배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의료 서비스에서 허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제 시장에서 수용되는 것이다. 의료기기는 공산품과 다르게 신용제라고 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공산품은 써보고 좋으면 입소문이 나고 시장이 자연스럽게 커지지만, 신용제처럼 생명을 다루는 기술 분야에서는 훨씬 보수적으로 검증을 하게 되고 의사가 의료 행위를 함에 있어서 환자에게 필터 없이 수용될 수 있도록 학회나 대형병원 등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커뮤니티를 통해 의사결정을 한다. 이런 인허가 과정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을 해 안전한 기술이라며 일정 부분 보증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신용제의 특징은 기술의 보급 과정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라 비용을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일어난다. 특히 우리나라는 의료 행위를 정의할 뿐만 아니라 의료 비용을 정부가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 기술을 보증하고 얼마나 비용을 지불해 줄 의지가 있는지도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페어테라퓨틱스 인허가에 성공했으나 신용재로서 의료계의 인정을 받는 데 일부 실패를 했고 무엇보다 정부 그리고 보험회사와의 소통을 거쳐 지불 체계를 제대로 만들어 내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가능성을 보여준 것은 명확하기 때문에 연구자들이나 기업들은 이런 긍정적인 면만 보고 열심히 더 좋은 기술을 만들기 위해서 매진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다만 새로운 의료기기를 보급하는 데 있어서 의료계의 역할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생각하고 특히 정부가 인허가 체계뿐만 아니라 지불 체계에 대한 고민을 미리 하지 않으면 거액을 들여서 사업화를 하더라도 실패할 수 있으니 페어테라퓨틱스의 사례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경대성 한미약품 전략마케팅팀 상무 ⓒ병원신문.
경대성 한미약품 전략마케팅팀 상무 ⓒ병원신문.

■ 좌장: 사실 이런 실패로부터 배우는 게 더 많은 것 같아요. 그동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약 15년 전 건강관리 앱 개발을 하던 많은 회사들과 투자자들이 거의 다 문을 닫았다. 서비스가 환자 건강을 관리해 준다는 신뢰가 생기지 않았던 것이다. 페어테라퓨틱스도 좋은 제품을 개발해 놓고도 의사들에 대한 또는 환자에 대한 수용성이 낮아서 실패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실패 사례를 잘 공부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4차 산업혁명의 중심에 있는 디지털 치료기기의 정부와 산업계 투자 촉진책에 대해서 의견을 달라.

■ 한영민: 이제 DTx뿐만 아니라 챗GPT라든지 인공지능 같은 바이오 디지털 헬스 분야는 굉장한 성장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분야 중에 하나다. 그래서 이번 정부에서도 관련 제품과 기술에 대한 부분들을 많이 지원하고 있다. 다들 알다시피 전체적인 R&D 총 금액은 삭감된 것이 맞지만 헬스케어 분야에서만큼은 정부가 다른 분야랑 다르게 R&D에 대한 부분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려고 하고 있다. DTx라든지 인공지능 쪽 분야 같은 경우에는 산업부에서 올해 2,660억 원 정도로 R&D 공모를 했다. 어찌 됐든 간에 이 분야에 있어서 한국의 잠재력을 믿기 때문에 아낌 없이 투자를 하고 있고 산업부뿐만 아니라 과기부나 다른 부처에서도 관련 분야에 대한 지원을 하려고 하는 상황이다. 즉, R&D 부분에 있어서는 나쁘지 않다라는 게 정부 기관의 생각이다.

■ 좌장: 기존의 의료기기도 그렇지만 디지털 치료기기는 성능이 지속적으로 변한다. 소프트웨어 위주다 보니까 한 번 인허가를 받고 끝나는 게 아니라 한 달, 두 달 후에도 변할 수 있다. 그때마다 계속 승인을 새로 받거나 이렇게 되지 않게 하는 장치가 필요한 것 같다. 또한 기존 약물보다는 부작용이 적고 환자 모니터링이 계속 가능하다는 장점, 사용 데이터 관리가 쉽다는 장점 등이 있으니 빠르게 시장에 적응하도록 제도를 유연화하는 게 필요할 것 같다. 이에 대한 식약처의 생각은?

■ 한영민: 지금 FDA에서 운영하고 있는 제도들을 식약처도 혁신기기 지원국이라고 해서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용어가 혁신의료기기 소프트웨어 제조 기업 인증이라고 하는데 FDA랑 같은 제도라고 보면 된다. 물론 FDA도 이런 제도와 관련된 보고서를 보면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것 같다. 어쨌든 산업계에 지원을 해주기 위해서 만든 법인데 실효성에 대한 부분을 고민하다 보니 안 맞는 부분들이 있고 그래서 올해 1월 23일자로 디지털 의료제품법이라고 하는 법안이 하나 제정됐다. 법안 제정이 되면 1년 뒤에 시행이기 때문에 2025년 1월 22일에 시행될 것이다. 법안에는 디지털 의료기기 특성에 맞는 합리적인 제도에 대한 부분들이 담겨 있고 소프트웨어들은 워낙 바뀌는 주기가 짧다 보니까 매번 업체의 부담이 커지는데, 이런 것들을 이 법에서는 좀 더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업체, 규제 기관, 사용자 삼박자가 효율적으로 법 안에서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김진우 하이 대표 ⓒ병원신문.
김진우 하이 대표 ⓒ병원신문.

■ 김진우: 한영미 주무관의 말처럼 디지털 헬스 쪽의 R&D 예산은 예상보다 많이 삭감된 것 같지 않은 게 현장에서 느끼는 생각이다. 현재 산자부에서 공모 중인 과제에 우리 회사도 공모를 했고 심사 및 발표를 앞두고 있는데 준비하면서 느꼈던 두 가지가 핵심 컴포넌트를 설명하려 한다. 첫 번째는 아까도 말했지만 국내에 있는 의료진 또는 의료기관과의 협업이 가장 중요한 컴포넌트이다. 예를 들어서 이번에 준비한 제안서는 뇌졸중 환자들의 장애 언어, 인지장애 등을 치료하는 치료제를 개발해서 국내와 해외에서 임상을 함께하는 과제였다. 그 과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재활의료기관이 국내에 52군데가 있다. 근데 병원급 52군데에서 우리 제품을 임상하고 실증하는 데 도움을 주지 않으면 이 과제가 성립될 수 없다. 국내 의료기관과의 협력이 원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부의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두 번째는 그렇게 투자해서 만든 것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을것이냐고 했을 때 국내 시장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만드는 우수한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이나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글로벌 마켓을 타겟팅해야 된다. 글로벌 마켓을 타겟팅하기 위해서는 국내 의료기관과 함께 적절한 역할을 하는 것이 정부나 산업계에서 앞으로 투자해야할 방향이다.

■ 경대성: 산업계 특히 제약바이오 업계를 비롯해 여러 대기업들도 디지털 헬스케어 쪽에 관심이 굉장히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에 투자 방향을 대기업, 학교 기관과의 합작 법인 형태로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 다만 페어테라퓨틱스 사태로 인해서 기업들이 신중하게 이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 애초 DTx가 개발되는 과정을 보면 기획부터 임상, 인허가, 급여, 의사의 처방, 환자의 사용, 사후 관리까지 과정이 무척 많은데 현재 급여에서 멈춰 있다. 사용성에 대한 부분 즉 환자 사용의 경우 DTx 1호와 2호가 서울대병원 등에서 처방이 이뤄지고 있긴 하나 글로벌에서 가장 잘 나가던 회사가 무너졌고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가지 신의료기술 평가 등 때문에 스타트업 중심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가 구성돼 있음에도 속도를 빨리 내지 못하고 있다. 기업들은 돈을 벌어야 하는 부분, 이익을 내야 한다는 관점에 있어서 한번 개발이 되고 처방까지 이익을 내는 구조가 선순환돼서 잘 보여줘야 기업들도 원활하게 투자도 하고 과감하게 결단할 텐데 여전히 속도도 느리고 여러 해결해야 할 규제 범위도 있다. 의사들이 과연 DTx에 대한 관심만큼 처방할 의향이 있을까 하는 문제는 현재의 EMR 시스템 안에서 다 담아낼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 그리고 새로운 개념인데 환자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하는 물음이 있다. 우리나라는 앱은 공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보니까 과금을 얼마나 해야 하고 만약에 한다면 사용량이 줄 것이고 그렇다고 너무 적게 하면 이익이 안 남을 것이다. 이런 여러 가지 생태계가 구성되고 굴러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고 특히 DTx 1호와 2호가 성공하는 모습을 꼭 보여줘야 된다. 성공하는 모델들이 나와줘야 산업계가 좀 더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 이기원: 정부에 좀 당부하고 싶은 것은 무엇보다 정책의 일관성이 중요하다는 부분이다. 예산은 수년간의 작업을 통해서 과제화되고 이를 기반으로 계획을 세우는 전문가들 있다. 갑작스러운 예산 변경 때문에 R&D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하는 사례들이 생긴다. 이는 기업 관점에서는 회사의 캐시플로우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일관성이 좀 있어야 한다.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인적 인프라에 대한 투자도 필요하다. 임상 인허가 담당 주무관분들이 2년에 한 번씩 바뀐다. 업체에서 느끼는 온도는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난이도가 크게 달라진다. 이제는 인력 부문에서도 충원이 되고 시스템적으로 보완이 돼야만 실질적인 정책의 일관성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신의료기술 유예 제도가 확정된 상황인데 보건복지부에서 시행안이 안 나오고 있다. 이런 부분들도 일관성이 유지가 돼야 하고 자칫하면 기업과 의료계에서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보살펴야 한다. 업계 쪽에서는 기존의 실패 사례를 잘 분석해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신용재로서 의료계와 정부의 지지를 받는 데 실패했다. 수용 가능한 이익 창출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에도 실패했다. 산업계에서도 투자를 할 때 향후 인허가에서 그치지 않고 비용 효과성을 철저히 따지고 신용재로서 자리를 잡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디지털 의료기기 심사를 조금 더 효율화하면서 사업 창출을 촉진한다는 관점에서 정책을 일관성 있게 지원 해줘야 우리나라가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모습까지 나아갈 수 있다. 지원과 규제, 두 가지 측면에서 지원에 조금 더 무게를 두고 임상이라는 장치를 통해 적극적으로 정부가 도와줘야 한다.

신재용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부교수 ⓒ신재용
신재용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부교수 ⓒ병원신문

■ 좌장: DTx의 정의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행동 변화인데, 여러 가지 디바이스아 장착 바이오마커 등 전자약과 디지털 치료기기가 혼용돼 있다. 의미가 혼합되고 있는데, 디지털 치료기기 영역의 경계가 없어지는 것이 바람직한가?

■ 한영민: 정부에서는 전자약에 대한 정의를 한 적은 없다. 전자약은 이제 흔히 얘기하는 학문적인 용어라고 알면 될 것 같고, DTx라는 용어는 워낙 각 국가마다 규제하는 범위가 다르다. 좀 더 포괄적인 개념으로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전자약도 이제 DTx 개념으로 포함해 봐야 할 것 같다. 내장된 제품의 상태로 치료 목적을 표방하면 전자약이라고 보면 되는데, 정부에서 전자약에 대한 정의를 공표한 적은 없다. 굳이 구분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DTx든 전자약이든 큰 테두리 안에서 의료기기 관리 범위에 다 포함되는 내용이다. 단순히 DTx라는 새로운 용어가 나오다 보니까 DTx가 좀 더 좋아 보일 수는 있지만 같은 의료기기로서 똑같이 관리가 된다고 보면 된다. 허가를 할 때도 디지털 치료기기라는 용어 자체를 정의하지 않는다.

■ 신재용: 의료기기는 사실 허가를 받는다는 측면, 임상적인 근거를 갖고 안전해야 하는 측면, 누구한테 쓸지에 대한 진단 환자 범위를 정하는 측면 등 전자약이든, 디지털 치료기기든, 디지털 바이오마커든 경계는 없다고 생각한다. 단지 우리가 구분하는 이유는 디지털 치료기기나 전자약이나 계속해서 융합되고 변화하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는 융합 의료기기나 융합 의약품 형태로 진행될 것 같다. 의사들은 옛날 전통적인 의료기기와 약물 두 개를 썼는데 그 두 개를 조합하는 처방이 나올 것이고, 디지털 의료기기도 서로 융합과 통합이 될 것이다.

■ 김진우: 당연히 구분이 없어야 한다.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는 의료진의 수용도 측면에서 환자가 어떤 치료를 받고 갔을 때 그 환자가 병원 바깥에 나가서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활동을 했는지를 알지 못하면 의료진이 답답하다. 이런 점을 충족해 줄 수 있는 게 바이오마커고, 이로 인해 치료제의 수용도가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 경대성: 치유 목적이라고 하면 형태가 다르더라도 융합해서 치료함으로 인해 시너지가 날 수 있다. 현재 앱과 디바이스가 융합된 형태의 난청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앱으로 난청 특히 기능이 저하된 청각 세포를 트레이닝 시키는 앱으로, 훈련과 이어폰 형태의 디바이스가 결합해 잘 들리게끔 하는 시스템이다. 두 가지 조합이 굉장히 이상적이라는 판단을 했고 곧 임상에 착수해서 제품으로 나올 예정이다. 의약품과 디지털 치료기기에 대한 융합 모델도 이미 언론에 나온 바 있다. 불면 치료제 합성 의약품이 있는데, 과용량 복용 시 부작용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약물의 과다복용과 부작용을 줄이고 경쟁력을 높이는 복합 치료제의 융합이 활발하게 이뤄져야 하고 그렇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 좌장: 식약처에서 디지털 치료기기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우리 기업들이 그 기준에 따라 디지털 치료기기를 만들고 나면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저작권 보호가 어렵다고 한다. 물론 식약처가 저작권 보호 업무를 하는 기관은 아니지만 전 국민 의료보험 제도 하에 있는 우리나라에서 허가 단계에서 저작권 보호를 할 수 있는 제도나 장치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계획이 있나?

■ 한영민: 식약처는 특허나 저작권 보호에 대한 의무는 없지만 공감을 많이 하고 있다. 현재 DTx 같은 경우에는 예를 들어 2번 업체가 1번 업체를 모방해도 임상을 통해 추가적인 유효성을 입증해야만 허가를 하고 있다. 저작권 보호와 결이 다를 수 있겠지만, 이 동등성에 대한 부분들을 DTx에서는 인정하지 않다고 보면 된다. 아무리 카피를 하더라도 카피 제품 이상의 유효성 입증이 된 상태에서만 허가를 한다는 개념이다. 이런 부분이 저작권 보호가 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식약처에서는 이런 제도와 절차를 통해 첫 번째 업체를 일부 보호하고 있다고 본다.

이기원 와이브레인 CEO/CTO ⓒ병원신문.
이기원 와이브레인 CEO/CTO ⓒ병원신문.

■ 경대성: 아무래도 소프트웨어가 특허를 취득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 있고 특허를 회피하기도 굉장히 쉽다. 결국 특허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다. 카카오톡이 특허를 통해 보호받고 있지 않으나 전 국민이 사용하는 이유는 빨리 시장에 들어가서 네트워크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특허 전략도 중요하지만 시장을 선점해서 의사들과 환자들의 사용을 익숙하게 만드는 것도 기업들의 중요한 전략이다. 말 그대로 시장을 장악하는 것이다.

■ 좌장: 미국에서는 사보험을 통해 확산이 빨리 되고 선도 업체들이 수익을 내기 시작하니까 후발 업체가 쉽게 따라올 생각을 안 하게 된다. 간접적으로 소프트웨어의 특허는 개발 노하우를 보호해 줄 수 있는 일종의 장치기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런 것이 없으니까 기업이 위험을 모두 감수해야 하는 측면에서 많이 불리하다. 이런 부분까지 고려해 정부가 기업 입장에서 수익을 좀 더 빨리 창출할 수 있도록 과감한 정책적 지원을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의료산업이 확산하는 데 걸림돌이 없어질 수 있다.

■ 한영민: 사이버 보안에 대한 이슈를 얘기해보고 싶다. 사실 통신을 안 쓰는 제품은 없다. 사이버 공격은 들어오면 뚫릴 수밖에 없다. 단지 뚫렸을 때 피해를 최소화하는 장치가 필요한데, 식약처는 이 부분에 대한 심사를 하고 있다. 현재 의료기기 통신 제품들 같은 경우 개인 정보 암호화 알고리즘 탑재 여부, 전송할 때 안전에 대한 최소한의 규제 등을 검토하고 있다.

■ 좌장: 제약회사로서 디지털 치료기기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상당한 모험인 것 같다. 파이프라인을 비롯해 판매처 확보 등 여러 면에서 말이다. 한미약품은 DTx 수요와 시장을 어떻게 보고 있고 언제 본격적인 시장 활성화가 될 것 같나?

■ 경대성: 제약회사가 디지털 치료제 시장에 뛰어드는 건 굉장한 모험이 맞다. 하지만 단순히 신약만을 위한 개발에 집중하는 게 더 모험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신약을 개발하려면 보통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고 비용은 1조 이상 투입되는 데다가 성공 확률도 굉장히 낮다. 대규모 임상도 해야한다. 의사들에 대한 이해도 그리고 환자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제약사가 이 영역에서 전문가적인 역할을 가장 잘할 수 있는 비즈니스적으로 적절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제약사는 적극적으로 뛰어 들어야 된다. 특히 디지털 치료기기를 개발함에 있어서 자체적인 개발 외에도 합작 법인을 만든다거나 투자를 통해서 추후 제품을 도입해 기존 치료제와 같이 병행 처방하는 형태의 다양한 방법이 가능하다. 제약사들은 적극적인 관심과 투자를 해야 한다. 이 정도의 모험을 하지 않고서 과연 앞으로 헬스케어 시장에서 제약사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그래서 한미약품도 참여를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판매처의 경우 메이저 제약사들은 대한민국의 의사들을 거의 일주일에 한 번 이상씩 만난다. 그러다 보니 디지털 치료제가 나왔을 때 적극적으로 알리고 처방을 독려하고 어려움은 무엇인지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보완 제품을 내놓을 수 있다. 환자 처방으로 인해서 여러 가지 필요한 부분을 계속 보완할 수 있는 일도 제약사가 잘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디지털 치료제에서 가장 성공 가능성이 큰 영역은 치료 만족도가 높지 않으면서 시장이 큰 영역이다. 예를 들어 혈압, 당뇨, 고지혈증 현재 약물 치료로 충분하기 때문에 디지털 치료제 시장에 뛰어들면 재미를 못 본다. 기존 약물로 치료가 잘 되고 있고 비용도 많이 안 들어간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치매나 난청 쪽은 치료 현재 치료 만족도가 높지 않기에 이런 영역은 디지털 치료로써 제약사가 적극적으로 접근을 하면 성공 가능성이 높다. 환자와 의사들의 의지를 충족시켜주는 형태로 간다면 도전해볼 만 하다. 시장활성화는 우리나라가 올해 3호와 4호 제품이 예정돼 있는 만큼 5년 이내에 생태계가 형성되지 않을까하는 조심스러운 예측을 해본다.

■ 좌장: 아직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치료기기는 기존 제약사와 같은 거대 기업이 없다. 이는 우리나라가 글로벌시장을 선점할 기회가 여전히 열려 있다는 것을 뜻한다. 현재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도전은 무엇이 있을까?

한영민 식품의약품안전처 디지털헬스규제지원과 주무관 ⓒ병원신문
한영민 식품의약품안전처 디지털헬스규제지원과 주무관 ⓒ병원신문

■ 이기원: 기존에 글로벌 기업이 하지 못하는 것을 해야 한다. 의료계로부터 신용을 얻어내고 환자들과 정부에서도 보험 지원을 할 수 있는 수준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기존 성공사례를 유지하는 정책 일관성이 필요하다. 이미 국내에 몇가지 성공 사례가 있다. 이 성공사례들이 후발주자들의 기반이 되고 함께 발전하는 상황이 되길 바란다. 한가지 제안하고 싶은 것은 병원들의 역할이다. 한국은 국가 보험체계여서 공공 병원이 많지 않지만 의료행위를 통제해 의료비용 전체를 절감하고 가성비 좋은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다보니까 새로운 기술이 설 자리가 없다. 우리와 상황이 비슷한 일본의 경우 디지털 시스템 자율진료라는 제도를 운영해 우회로를 만들었다. 의료진이나 학회가 시행하고자 하는 의료제도를 신고하고 비급여로 쓸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우리도 이런 제도들을 통해 기존의 일반화·평준화된 의료서비스 외에 새로운 서비스를 의료진 책임하에 환자들이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의료계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자율진료와 같은 제도를 도입했으면 한다.

■ 한영민: 식약처로부터 64개 가량의 제품이 임상시험 승인을 받았다. 즉, 64개의 제품이 임상이 끝났거나 하고 있다는 의미이고 이 중에서 2건이 허가를 받았다. 나머지는 대기하고 있는 상황인데 빠르면 올해나 내년 초에 치매 치료와 관련된 제품이 허가를 받을 것 같고, 그렇게 된다면 기존에 없던 치료제가 등장하는 것이기에 세계에서 한국 시장을 주목할 것이다. 글로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각 나라의 규제기관 수준을 이해하고 유효성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아울러 판매 이후 유효성 모니터링 유지에 대한 검증도 해야 경쟁력이 올라간다.

■ 신재용: 병원에서 적극적으로 처방하고 활용해주면 활성화가 쉽지만, 기존 EMR과 연동해서 처방하기 위해서는 EMR 교체 작업이 필요하다. 산자부 과제로 분당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이지케어택 등과 함께 별도의 작업을 하고 있다. 곧 상급종합병원뿐만 아니라 2차 병원에서도 처방이 수월하도록 EMR 기업들과 협업할 것이다.

■ 김진우: 중요한 것은 의료기관과의 협업이다. 우리 회사의 뇌졸중 이후 인지 장애 치료 제품은 국립재활원, 이대서울병원,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등에서 같이 기획하고 실증해줬다. 삼박자가 맞아 떨어지고 신뢰도가 높아지니까 미국 하버드에서도 허가용 임상을 믿고 맡겼다. 이런 사례를 기반으로 볼 때 의료기관과의 협력이 매우 필수적이고 중요하다. 상급종합병원이든 지역병원이든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

■ 경대성: 이쪽 산업계 사람들은 경쟁자가 아니라 동지다. 글로벌 제약 규모가 1,500조인데 우리나라는 채 2%도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산업계는 서로 경쟁하기보다는 함께 협력하고 생태계를 만들어야 글로벌로 나아갈 수 있다. 세계와 경쟁해야 한다.

■ 좌장: 각 학회와 소통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 같다. 학술대회 세션에서 사례를 발표하는 장을 마련하고 협업을 시작하면 여러 단계의 기회가 생길 수 있다. 경쟁자가 아니라 동지라는 말이 인상 깊다. 좁은 한국 시장에서 서로 뺏고 뺏기는 경쟁 말고 큰 시장에서 협조한다면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 속 의료 분야에서 세계시장에서 대한민국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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