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 채울 의사 노예가 필요해 전공의 뽑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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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 채울 의사 노예가 필요해 전공의 뽑는 것”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4.03.06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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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들이 죄 저질러…젊은 의사들, 전공의들은 죄가 없다
류옥하다 대전성모병원 사직 전공의, 국회 좌담회서 발언
녹색정의당, 사태 해법으로 ‘국민참여공론화위원회’ 구성 제안
류옥하다 대전성모병원 사직 전공의가 3월 6일 녹색정의당 주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긴급좌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녹색정의당 유튜브 영상 캡쳐 화면)
류옥하다 대전성모병원 사직 전공의가 3월 6일 녹색정의당 주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긴급좌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녹색정의당 유튜브 영상 캡쳐 화면)

“수도권 병상에 채울 의사 노예가 필요.”, “선배들이 죄를 저질렀다…전공의들은 죄가 없고 티 없이 깨끗한 사람들이다.”, “전공의협의회도 (우리를) 대표하지 않고 의협도 우리를 대표하지 않는다.”

류옥하다 대전성모병원 사직 전공의가 정부와 의료계 간 강대강 대치 문제를 풀기 위한 해법을 논의하는 국회 좌담회에서 전공의들은 단체 행동과 파업을 하는 게 아니라며 이같은 발언을 쏟아냈다.

녹색정의당은 3월 6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장기화되는 의사 집단진료 거부와 의대 증원, 각계각층으로부터 해법을 모색한다’ 긴급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자신을 사직한 전공이 개인으로 소개한 류옥하다 대전성모병원 사직 전공의는 “의사가 집단진료 거부를 하고 있지 않고 있다”며 “문제를 정말로 잘 못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의 사태는 윤석열 정부가 던진 돌에 실망해서 (자발적으로) 물결이 일어났고 자신은 물결의 앞에 있었던 것이며 뒤에까지 물결이 흘러 지금 교수들에게까지 왔다는 것.

그는 “그러니까 집단도 없고 대표도 없다. 지금 전공의협의회에 속한 전공의는 5%밖에 안되며 전공의협의회도 (우리를) 대표하지 않고 의협도 우리를 대표하지 않는다”면서 “집단행동도 강대강 대치도 아닌 보건의료 독재를 일삼고 있는 윤석열 정부와 을인 환자, 을인 전공의가 있을 뿐”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의사 내부에서도 자본가와 노동자가 있다”면서 “대표적으로 전공의와 다수의 공직의는 노동자”라고 설명했다.

거듭 전공의는 단체행동과 파업을 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한 그는 2020년 의료대란 당시에도 4가지 요구 사항 중 한 가지만 받아들여졌을 뿐, 전공의들은 매번 정부에 졌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인식의 차이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전공의들이 왜 사직이라는 방법 밖에 없었는지가 토론 주제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대수명, 영아 사망률, 도시와 농촌의 의료격차, 예방가능 사망률 등 여러 의료 지표의 우수성을 언급한 류옥하다 사직 전공의는 “정말로 의사가 부족하다면 대체 왜 이렇게 의료의 결과, 질이 좋은 걸까?”라고 반문하며 문제를 시장의 탐욕, 즉 영리화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수도권에만 대학병원으로 이익을 본 9개 병원이 2027년까지 6,600병상을 새로 짓는다”며 “거기에 채울 의사 노예가 필요해 지금 전공의를 이렇게 뽑고 있는 것이라고 우리는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의사 선배들에 대한 불만도 터뜨렸다.

그는 “선배 의사들에게 죄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예를 들면 실손보험을 이용해서 일부 환자, 일부 의사가 도덕적 해이를 저지른 것이 사실이고 공유지의 비극을 저지른 것도 불법 마약 처방, 의사 대리 수술 이런 것들을 한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지금 의사들이 이같은 대우를 받는다”면서 “반면 젊은 의사들, 전공의들은 죄가 없고 티 없이 깨끗한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지금의 사태의 책임에서 선배 의사들이 절대 자유로워질 수 없다는 해석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그는 “의사라고 다 같은 의사가 아니다. 전공의들을 도와달라”며 “정부에 간청하고 녹색정의당에 간청하고 시민사회에 간청한다”고 말을 맺었다.

3월 6일 녹색정의당 주최 긴급좌담회 참석자들이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녹색정의당 유튜브 영상 캡쳐 화면)
3월 6일 녹색정의당 주최 긴급좌담회 참석자들이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녹색정의당 유튜브 영상 캡쳐 화면)

한편, 이날 긴급좌담회를 주최한 녹색정의당은 이번 사태를 '국민참여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해결하자고 제안했다. 의대정원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로 국민의 참여 속에서 결정해야 된다는 입장이다.

나순자 녹색정의당 의료돌봄통합본부장은 “‘국민참여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여기에서 의사안, 정부안 그리고 시민단체안 이렇게 세 가지 안을 가지고 충분히 토론을 하자”며 “구체적으로 국민투표 50%를 반영하는 것과 국민참여단의 여론을 50% 반영해 반드시 국민들에 의해서 결정 하자”고 밝혔다.

이어서 나순자 본부장은 “국민참여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면 전공의들도 의료현장에 복귀하고 실제로 이 위원회에 참여해 본인들의 안을 설득할 수 있다”며 “다만 전제는 결과에 대해서는 승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형선 연세대학교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녹색정의당의 제안에 반대했다. 공론이라는 것이 그동안 의대정원 확대를 막는 수단으로 사용해 왔기 때문이라는 것.

정형선 교수는 “교육부에서 몇 주 내에 내년도 입시요강을 발표하고 의과대학별로 정원이 배정되면 이미 대국민 발표로써 고등학교 3학년 신입생을 비롯해 재수생, 전국의 부모들에 대한 이야기가 된다”며 “즉 내년도 의대 정원에 관한 논의는 일단 그 자체로 논의가 끝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 교수는 국민참여공론화위원회와 관련해선 “각자 공론이 없었다고 얘기하나 그 안에는 무수한 공론이 있었고, 전 국민이 다 나서야 공론이 아니다”며 “공론화하는 건 좋지만 그동안 의대정원 증원을 지연시키는 데 활용해 왔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다시 말해 지난 14년간 공론을 강조하는 것이 오히려 문제 해결보다는 지연 전술로 활용돼왔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정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의료자원에 대한 정책 수단은 의대 정원 하나밖에 없다. 배치권도 없고 미국처럼 외국에서 수입할 수도 없다”며 “의대정원을 늘려도 모자를 판에 이렇게 20년 전에 줄여놓고 못 늘린 복지부가 1차적인 책임이 있지만 이를 용인한 국민들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모든 논의의 핵심은 2~3주 안에 결정될 내년도 입시요강으로 일단 결정되고 나면 이를 분수령으로 의료현장의 모습은 확 바뀔 것”이라며 “조금만 참으면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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