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정원 확대로 촉발된 의·정간 충돌이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의·정 양측이 한치의 양보도 허락하지 않는 초강수로 대립하면서 결말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어 걱정스럽다.
이런 가운데 비대면진료 확대에 이어 필수의료대책, 간호사 업무관련 시범사업과 비상진료 지원방안 등 이번 사태의 예상 시나리오에 대비한 듯한 정책을 차례로 내놓는 것을 보면 장기전을 철저히 준비해 놓은 것 같은 인상이다.
급하게 서두르다 보니 의료기관에서 책임에 부담을 느끼거나 해석이 모호한 부분이 적지 않아 의료현장에서 혼란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지만, 같은 사안으로 의료계와 대치했던 3년 전과는 분명히 다른 양상이다.
의약분업 이후 수차례 거듭됐던 의·정간 충돌에서 얻은 학습효과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시간.
정부가 내놓은 해결책으로도 진료공백을 메울 수 없는 한계상황에 이르게 되면 그야말로 대책이 없는 극한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게 되는데, 여기까지 수를 읽고 있는지 모르겠다.
우리나라는 대학병원말고도 2차 병원 성격의 지역 종합병원과 특정질환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전문병원은 물론, 지역사회에서 운영 중인 수많은 크고 작은 병원들이 존재한다.
이들 병원들은 대다수가 전문의 위주로 운영되고 웬만한 시설과 장비를 갖추고 있어 아주 중증질환이 아니면 대부분 치료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또한 적지 않은 숫자의 병원들은 야간·휴일 진료나 당직운영으로 24시간 진료체계를 갖추고 있는 곳이 수두룩하다.
이런 병원들을 최대한 활용해 중증·응급환자는 상급종합병원 진료에 역량을 집중하고 중등도 이하와 경증 환자는 1, 2차 의료기관을 찾도록 하면 추가적인 피해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비상상황이 돼서야 의료전달체계가 작동된다는 것이 아이러니한 일이다.
정상적인 전달체계가 마치 임시방편으로 여겨지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 참에 의료전달체계를 다시 면밀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