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해결 위해서는 전 국가적인 소통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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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의료 해결 위해서는 전 국가적인 소통 필요”
  • 최관식 기자
  • 승인 2024.01.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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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일 회장 “젊은 의사들의 중증·응급의료 기피는 형사 기소 증가가 촉발”
“의료계가 먼저 다가간다면 대국민 신뢰 회복은 물론 필수의료도 살릴 것”
고도일 회장
고도일 회장

필수의료 분야 의료진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의료계와 정부는 물론 국민과 국회, 언론계, 법조계 등 전 영역의 소통 확대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고도일 대한신경외과의사회장은 1월 28일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개최된 춘계학술대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최근 필수의료 분야 기피현상이 초래된 것은 불가피한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의료진에 대한 형사소송 증가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사회 각 분야 간 소통 확대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크레인룸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고 회장은 “(필수의료 분야 의사 지원 기피현상이) 꼭 정부만의 잘못은 아니라 생각한다”며 “국민이 원하고 있다는 것은 결국 정부 만의 일방적인 잘못이 아니라 소통을 충분히 못한 의사협회와 병원협회, 그리고 의사들, 나아가서는 제 자신의 책임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왜 국민이 그렇게 생각하느냐는 데 대해 (그간 소통에 소홀했던) 의료계의 책임도 있는 만큼 허심탄회하게 (우리 사회가) 서로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며 “의협과 병협, 서울시의사회 등 의료계 수장들이 다 바뀌는 올해 의료계가 소통 강화에 나설 좋은 때”라고 덧붙였다.

고도일 회장은 이날 학술대회에 의협 회장 예비후보를 모두 초청해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소개하면서 의료계를 대표하는 수장들이 소통에 좀 더 관심을 가져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의사가 아무리 열심히 하더라도 위험한 일을 하다보면 의료사고가 날 수 있고,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배상 공제가 있고, 민사소송으로 가더라도 병원 측에서 어느 정도 책임을 져줄 수 있지만 최근에는 형사로 기소를 다 해버린다”며 “재판 과정에서 판사가 이것저것 다 감안해서 판결을 내리기는 하지만 가끔은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오기도 하는데 의료계가 검찰청 및 법원 등 사법부와 의사소통에 더 적극적이었다면 사전에 충분히 이해할 만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즉, 거의 대부분의 형사소송이 최종심에서 무죄로 결론이 난 것을 보면 결국 소통의 문제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게 고도일 회장의 시각이다.

검찰이 의사를 기소하거나 하급심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내리는 경우도 고의가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데 대한 이해부족이 원인이라고 고 회장은 강조했다.

하지만 이같은 상황이 반복되면서 결국 필수의료 분야 전공의 지원율이 떨어지고 중증환자를 서로 기피하는 상황이 초래된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분이 의료계 수장이 되든 이런 배경을 감안해 소통 확대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고도일 회장은 거듭 강조했다.

그는 “(소통을 확대했다면 치르지 않아도 될 일들을) 정부의 잘못이다, 검찰이, 그리고 재판이 잘못됐다고 탓을 하기보다는 중증환자와 응급환자를 안 보려고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기 때문에 그런 문제를 풀어줄 수 있는 장을 의료계 지도자들이 마련해야 한다”며 “의사들도 입장을 바꿔서 생각하면 국민의 입장에 대해 좀 더 소통을 하고 설명하는 기회가 많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을 것이고, 저 역시 여러 단체에서 임원을 맡고 있는 처지여서 많이 반성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고도일 회장은 의료계가 먼저 다가가 이런 어려움이 있다고 말하고 이해를 구한다면 대국민 신뢰 회복은 물론 필수의료도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4년째 서울특별시병원회장을 맡고 있는 고도일 회장은 “MZ세대 의사들이 필수·응급의료를 기피하는 것에 대해 그들 탓을 할 수는 없다”며 “젊은 의사들이 아무리 열심히 하더라도, 또 합당한 대접이나 보상을 해주는 것도 아닌 데다 불가피한 사고가 나면 기소를 해 의욕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고도일 회장은 “그렇다고 해서 의사들을 지키자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 의료를 10년 또 20년 이후까지 지켜야 의사들도 살고 국민도 다 사는 것”이라며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기회를 갖기 위해 오늘 의협 회장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을 모시게 됐다”고 부언했다.

고 회장은 또 의료 전문지 역시 현 사태에 책임이 있는 만큼 보다 책임감을 갖고 언로를 마련하는 데 주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고도일 회장(사진 왼쪽)과 지규열 총무이사(연세하나병원).
고도일 회장(사진 오른쪽)과 지규열 총무이사(연세하나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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