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분쟁이 다수 발생하고 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피해사실에 대한 신고가 회사에 접수될 경우, 회사는 사건 처리 전 과정에서 비밀을 유지할 의무를 부담합니다.
그러나 직장 내 괴롭힘의 피해자가 본인의 피해 사실을 외부에 공개할 경우, 이것이 법 위반인지 특히 가해자에 대해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를 유사한 사안에 대한 판례를 통해 검토해보겠습니다.
대법원의 2017도19516 판결의 대상이 되었던 구체적인 사례에서 특정 회사의 인사팀장은 술자리에서 피해자의 손을 잡는 등의 신체적인 접촉을 하였습니다.
그 외에도 피해자에게 ‘집에 데려다줄게요’, ‘왜 전화 안 하니’, ‘남친이랑 있어. 답 못 넣은거니’와 같은 일방적인 문자를 다수 발송하였습니다.
피해자는 퇴사하면서 전 직원을 대상으로 ‘성희롱 피해 사례에 대한 공유 및 당부의 건’이라는 제목으로 가해자에 의해 성희롱을 당했다는 사실, 직장 내 성희롱 처리 담당자인 인사팀장이 성희롱의 가해자였기에 본인에 대한 불이익이 예상되어 재직 중에 문제 삼지 못했다는 점, 회사의 발전을 위해 유사한 사안이 재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 등을 담은 메일을 발송하였습니다.
해당 메일에 대해 가해자(인사팀장)는 피해자(발신인)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 제70조를 위반(명예훼손)했음을 이유로 고소하였습니다.
1심 및 2심에서 법원은 해당 메일에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 있었음을 이유로 유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①직장 내 성희롱 문제는 순수하게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 및 그 구성원 전체의 이익에 관한 사항이라는 점 ②발신인은 본인의 사례를 공유하여 직장 내 성희롱이 근절되기를 바란다는 취지의 동기를 밝히고 있다는 점 ③실제로 직장 내 성희롱의 금지 및 예방 관련 규정과 회사의 신고 안내문을 첨부까지 하였다는 점 ④이를 종합하여 발신인의 목적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고, 설령 사적인 목적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특정인을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여 무죄 판결하였습니다.
위의 사례를 통해 대법원은 직장 내 성희롱 문제를 순수하게 사적인 문제가 아니라 조직 및 구성원의 관심이나 이익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항이라고 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으며, 동일한 기준이 직장 내 괴롭힘 문제에 대해서도 적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또한, 판례에서 메일 발송의 목적 역시 주요하게 고려되었기에 회사 인사 담당자는 구체적인 사안마다 피해 사실 공개의 경위, 회사의 사건 처리 경위, 피해 사실이 기술된 방식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될 것임을 염두에 두고 사안에 대응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