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병원인 새해소망] 김윤섭 서울아산병원 응급간호팀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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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병원인 새해소망] 김윤섭 서울아산병원 응급간호팀 간호사
  • 병원신문
  • 승인 2024.01.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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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마음으로

응급실 간호사로 지낸 5년의 시간 중 2023년은 가장 의미 있는, 아니 의미 있고 싶은 한 해였습니다.

2019년 신규 간호사로 입사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첫 해를 보냈고, 2020년에는 코로나19라는 위기를 맞아 또 다른 적응의 한 해를 보냈습니다.

일상의 무너짐을 극복하기 위해 2021년과 22년에는 기부금 마련을 목적으로 ‘간호사 달력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2023년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온전히 나를 돌보았던 시간이 있었나 하는 생각으로 한 해를 시작했었고, 그래서 더욱 의미 있게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마음대로 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특별히 무언가를 계획하지 않아서였는지 생각보다 일상에서의 활력을 잃었고, 좋아하던 것들과 꾸준히 해오던 것들에 대해 권태를 느꼈습니다.

유난히 잔병치레가 많았던 탓에 근무를 하면서도 온전히 마음을 쏟지 못했던 아쉬움도 남습니다.

그런 와중에 가족의 응급실 방문은 ‘이제는 나도 누군가의 보호자 역할을 해야 하는 때가 왔구나’라는 충격을 주었고, 저를 한층 성숙하게 만들었습니다. 

2023년의 절반을 보내면서 남은 시간을 조금 더 의미 있게 보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온전히 나를 생각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를 고민하며 시간을 보내다보니 주변이 온갖 자극적인 것들로 채워지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일상이 나를 괴롭히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때마침 11월, 마라톤 준비를 해야 하는 시기였던지라 일단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달리면서 돌이켜 보았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은 무엇인가’ 하고 말이죠. 

지금까지 해왔던 운동을 통해 다져진 건강한 몸, 생각이 많아져 무거워진 머리를 덜어낼 수 있는 글 쓰는 습관,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더욱 즐기며 할 수 있는 달리기, 그리고 외롭거나 어려움이 있을 때에 고민을 털어 놓으며 조언을 구할 수 있는 가족들과 친구들.

무엇보다 무언가 나아가고자 함에 있어 어려움을 겪을 때 주저하지 않고 뚫고 나가는 강한 의지력.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남아있는 한 해를 아득바득 애쓰며 의미 있는 시간들로 만들려하지 않아도 나는 이미 많은 것을 가지고 있고 이루었구나 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2023년은 힘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유난히 많이 보고 들었던 것 같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워 마음을 움켜쥐게 하는 소식들은 전염성이 있어 주변 사람들의 마음 또한 힘들게 합니다.

스스로 그런 상황에 처해 있거나 주변에 힘들어 하는 분들이 있다면 가벼운 토닥임과 함께 말씀을 건네주셨으면 합니다.

“이미 많은 것을 가지고 있고 이뤄왔다고.”

2024년에도 힘든 일들은 분명 있을 겁니다. 무너지고 싶을 때도 있을 테지요.

하지만 분명 또 다시 그 한 해를 돌아보는 때가 올 겁니다.

그러니 새해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여덟 글자로 앞으로 있을 많은 어려움을 극복해 나갈 수 있는 작은 포옹들로 가득한 한 해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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