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지역·필수의료 살리기, 부산시병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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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지역·필수의료 살리기, 부산시병원회
  • 병원신문
  • 승인 2024.01.01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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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성 부산시병원회 부회장(은성의료재단 부이사장)
구자성 부산시병원회 부회장(은성의료재단 부이사장)

의대 정원 늘리기가 그야말로 초읽기에 들어갔다.

의대 정원 확대는 이미 기정사실화가 됐고, 이제 관건은 어느 정도 규모로 의대생을 더 뽑을 것이냐에 그 관심이 쏠려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증원 추진을 저지하기 위해 총파업까지 불사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모든 것은 ‘한국은 의사가 부족한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됐다.

의대 정원 확대를 찬성하는 측에서는 한국의 의사수가 인구 1,000명 당 2.6명으로 OECD 전체 국가 중 꼴찌에서 두 번째라는 통계를 근거로 의대 증원을 통해 현재의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국민의 80% 이상이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한다는 다수의 여론조사 결과가 이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하지만 현재 추진 중인 의대 정원 확대로 우리 사회가 기대할 수 있는 효과를 아주 정확하게 기술해보자면 “10여년 후”에 “전문과목을 특정할 수 없는 의사”의 숫자가 늘어나는 것이다.

이는 대한민국의 의학 교육 체계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미래의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을 미리 만들어 놓겠다는 정책에 이 지면을 통해서 반대하고자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럼에도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지금의 논란에서 두 가지 큰 핵심적인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한국은 의사가 부족한 국가인가?’라는 질문 자체의 부적절성이다.

우문을 던져놓고 현답을 찾고 있는 것이 지금 우리들의 모습이다.

다소 생뚱맞을 수 있는 질문을 해보겠다.

소아과 의사와 정형외과 의사는 같은 직업인가?

또는 일반외과 의사와 피부과 의사는 같은 직업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이들은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면허를 소지하고 있다는 공통점 외에는 이들이 수행하는 직업적 역할 중 그 어떤 부분도 겹치지 않고 서로가 서로를 절대 대체할 수 없는데도 같은 직업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이들은 마치 수영 선수가 야구 선수와 다른 것 만큼이나, 피아니스트와 첼리스트의 차이 만큼이나 다르다.

그렇다.

한국에 의사가 부족하냐라는 질문은 한국에 운동선수가 부족하냐라고 묻는 것만큼이나 대답하기 민망할 수준으로 그 질문의 깊이가 얇다.

이제 우리는 의사 수급 문제를 논함에 있어 ‘한국에 의사가 부족한가?’와 같이 변죽만 울리는 거대담론에서 벗어나 의료 현장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구체적인 사안 하나하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질문을 던지고 각각의 질문들에 대해 실현 가능한 답을 내놓기 위한 논의와 실행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한국은 미숙아 치료를 할 수 있는 소아과 전문의가 얼마나 부족한가?’, ‘야간에 응급 복부 수술을 할 수 있는 일반외과 전문의 숫자는 지역별로 몇 명이 있어야 하는가?’, ‘지역의 분만 인프라가 붕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산과 전문의 수급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 것인가?’

어디 이뿐이겠는가?

이러한 한국 의료 현장의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열거할 수 있는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단순히 의사 숫자가 아닌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된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사의 숫자를 어떻게 늘릴 수 있을 것이냐가 이 모든 논의의 출발점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둘째, 대한민국 의료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처방은 10년 후가 아닌 반드시 ‘지금 당장’ 약효가 나타나야 한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의대 정원 확대를 비롯한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정책들이 현재 한국 의료의 위중하고 응급한 상황을 정말로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가를 생각해보면 아쉬움이 많다.

병원계는 최근 몇 년 사이 빠른 속도로 붕괴되고 있는 대한민국 필수의료 체계의 처참한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

대도시의 대학병원들조차 응급 환자를 수용하지 못해 위급한 환자들이 구급차를 타고 전국을 헤매다 사망하는 허망한 사건들이 대한민국의 백주대낮에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2023년 한국의 의료 상황을 환자에 비유하자면 오랜 기간 중증 질환을 앓고 있다가 급기야는 바이탈 사인(Vital sign)이 흔들리며 생명까지 위급한 상황에 봉착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당장 심폐소생술을 시행하고 기저 질환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에 돌입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맞이하게 될 수밖에 없는 초응급 상황이란 말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정부가 발표한 분만 안전정책수가 및 지역수가 신설은 분만 인프라 지탱을 위한 시의적절한 응급조치가 이뤄졌다고 평가할 만하다.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전반에 걸쳐 위기에 빠져 있는 진료영역들을 찾아내어 ‘지금 당장’ 소생시킬 수 있는 이러한 맞춤형 핀포인트 정책이 의대 정원 확대보다 훨씬 더 절실하게 요구된다. 

필자는 2차 의료기관인 종합병원에서 진료와 함께 병원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병원 하나를 운영함에 있어서도 아무 의사를 아무 시점에 채용하는 일은 없다. 

병원에 반드시 필요한 진료분야의 전문의를 반드시 원하는 시점에 수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가 병원의 운명을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가 전체 의료의 경영도 그 기본은 다를 수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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