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지역·필수의료 살리기, 대한중소병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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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지역·필수의료 살리기, 대한중소병원협회
  • 병원신문
  • 승인 2024.01.01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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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식 대한중소병원협회 부회장(인천세종병원 이사장)
박진식 대한중소병원협회 부회장(인천세종병원 이사장)
박진식 대한중소병원협회 부회장(인천세종병원 이사장)

■ 초고령사회에서 요구되는 의료의 특징

1980년의 대한민국은 20세 이하의 성장기 인구가 전체 인구의 50%를 차지하는 잠재력 있는 나라였고, 2000년의 대한민국은 사회 각층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20세부터 50세 사이의 인구가 전체의 50%를 차지하는 강한 나라였다.

2030년의 대한민국은 전체인구의 25%가 65세 이상인 세계에서 가장 나이든 나라가 된다. 

초고령사회의 가장 큰 숙제는 좋은 의료서비스를 유지하는 것이다. 

고령화는 의료이용의 증가에 따른 비용문제와 더불어, 독립적인 의료이용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져서 생기는 돌봄 부족 문제를 야기한다. 

의료 비용 증가에 대한 논의는 많이 하지만, 돌봄 부족 문제에 대한 논의는 매우 부족하다.

한 연구에 따르면 65세 이상의 30%가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의료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렵다고 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한 나라의 의료시스템 수준은 의료의 질(Quality), 비용(Cost), 접근성(Accessibility) 3개의 축으로 평가된다.

경제발전을 통해 우수한 인력을 교육할 수 있게되고, 고가의 장비 사용이 가능해 지면서, 대한민국은 질적인 측면에서 세계 최고수준이 되었다.

또한, 의료비 증가 폭보다 빨리 성장한 경제 덕분에 의료비(Cost)의 비중도 감당 가능한 수준에서 통제가 되어왔고, 넓지 않은 국토에 좋은 교통망 덕분에 접근성(Accessibility)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하지만, 조만간 닥칠 초고령 사회에서는 현재 시스템의 질, 비용, 접근성 모두가 지속가능하지 않다.

멀리있는 의료기관으로 부모님을 모시고 가서 진료하는 것을 통해서 확보했던 ‘접근성’의 축이 조만간 무너지면서, 접근 가능한 의료서비스의 ‘질’과 ‘비용’ 수준이 모두 하락할 것이다.

현재와 다른 해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역 의료의 현황오랫동안 지속되어온 1차 의료 중심의 지원책과 3차 병원 환자 쏠림 현상으로 인하여, 지역 필수 의료의 중심인 2차 병원인 중소병원들의 진료 역량이 약화되어있는 상태이며, 시스템적인 문제로 약화된 진료 역량은 환자 유출을 유발하여 지역 2차병원의 역할이 점점 축소되고 있다. 

고령 사회에서 흔히 발생하는 심뇌혈관 및 정형외과적인 문제는 시간적 시급성이 높고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이라는 점에서 접근성 좋은 지역의 2차병원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큰병이라는 이유로, 고령이라는 이유로 지역 2차병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질환의 진료를 수도권/대형병원에 가서 치료 받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지역에서는 진료 역량을 유지할 수 있는 여력이 점점 없어져 가고 있다. 

반면에 2010년 14.8이었던 노인부양비는 2030년 38.6까지 상승하고, 2040년에는 60.5까지 치솟게 된다. 

독립적인 의료이용이 어려운 어르신들을 지금처럼 수도권 또는 대형병원으로 모시고 가는 것이 가능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즉, 고령화의 진행에 따라 지역 2차의료기관을 이용할 사람은 많아지는데, 지역의료기관의 역량은 점점 약화되어가는 상황이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다.

약해진 지역의료기관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고령화 속도를 고려하면, 당장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수년 내에 접근성 저하로 회피가능사망이 급증할 것이 우려된다. 

■ 지역 중소병원 역할 강화를 위한 정책 제언

(1) 2차병원을 중심으로 한 의료 전달체계 정립

우리나라 의료기관은 1차/2차/3차 의료기관으로 분류된다.

의료전달체계를 기반으로 한 분류이다. 

하지만, 실제 정부 정책상의 의료 전달체계는 1단계(1,2차) 의료 기관과 2단계(3차) 의료기관으로만 분류되는데, 더 이상한 것은 의료전달체계 정립과 관련한 지원체계에서는 1차의료기관과 3차의료기관에 대한 지원체계만 있고, 1단계의료기관으로 분류되지만, 2차의료기관인 지역의 병원/종합병원에 대한 지원책은 전무하다. 

2차 의료기관에 제대로 된 역할이 부여되지 않으니, 환자가 3차 의료기관으로 쏠리면서 과밀화를 유발하고, 과밀화로 인하여 3차의료기관의 의료진은 번아웃이 되고 3차 의료기관의 진료가 필요한 중증응급환자들이 적시에 진료를 받지 못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있다.

의료전달체계를 지역 내, 단계별의뢰가 촉진되도록 제도적 보완을 하여, 2차의료기관에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

역할을 부여 받고, 진료를 하기 시작하면, 의료진을 보강하고 장비를 도입하여 약화되었던 진료 역량을 재건할 수 있을 것이다. 

재건된 역량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지역 내에서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만들어서 초고령 사회의 접근성 저하 문제 해결의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다.

하지만, 진료역량재건에는 짧게는 수년, 길게는 십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되는 만큰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

이런 단계적 의뢰체계의 복원은, 무한경쟁에 놓여있는 지역의료기관 간의 관계를 협력적 동반자 관계로 발전시켜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돕게되고, 환자 진료의 연속성을 높여 의료의 질향상으로도 이어지게 할 수 있는 핵심정책이라 생각된다. 

(2) 전공의 교육 체계에 포함

수련과정을 통해 전문의가 되는 과정에서 같은 임상과 내에서도 세부적으로 분과/분분과까지 나뉘어져서 역할 분담이 되어있는 대형병원에서의 교육과정은 깊이있는 학문적 지식과 전문 치료술기를 익힐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다.

하지만, 전문의를 마치고 근무하게 되는 의료기관 중 대부분은 인력, 시설, 장비 모든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2차병원에서 근무할 때는 조금더 통합적으로 환자를 보고, 다양한 상황에서 담당과장이 좀 더 폭넓은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수련과정이 미비하기 때문에, 전공의와 전임의 과정을 마친 전문의가 2차병원에서 자신의 전문분야 환자를 보기 어려워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의료 전달체계의 각 단계별로 전문의의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전문의로서 수련과정에서 1차의료기관과 2차의료기관에서 전문의의 역할을 경험하고, 학습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3) 질평가제도 보완을 통한 신뢰 회복

상급종합병원과 지역의 2차병원은 의료체계 내에서의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잣대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현재는 상급종합병원의 평가를 위한 잣대로 지역의 2차병원을 평가함으로써, 규모가 큰 병원은 좋은 병원이고, 규모가 작은 병원은 의료의 질이 낮은 병원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환자의 의료기관 이용은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것인데, 의료의 질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지속적으로 전달되면서 지역의 2차병원들에 대한 신뢰가 하락하고 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는 의료기관들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도록 하여, 국민들로부터의 신뢰를 회복하도록 해 주는 정책이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 결어

조만간 닥칠 초고령 사회에서 대한민국이 경쟁력있는 나라로 남기 위해서는, 의료시스템의 변화가 불가피 하다.

이제까지 국민들에게 제공되는 단위 의료서비스의 질(Quality)의 향상이 주된 목적이었다면, 초고령화 사회에서는 고령환자의 접근성(Accessibility)의 저하를 극복하고,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통하여 비용(Cost) 증가를 억제할 수 있는 의료전달체계 구축에 진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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