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산]‘글로벌시장’ 그들만의 리그에 노크하는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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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산]‘글로벌시장’ 그들만의 리그에 노크하는 대한민국
  • 박해성 기자
  • 승인 2023.12.2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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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 ‘렉라자’, HK이노엔 ‘케이캡’, 종근당 기술수출 등 글로벌 진출 성과↑

글로벌 제약사의 ‘그들만의 리그’로 불리우던 글로벌 제약바이오시장에 한국 기업들이 문을 노크하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제약업계를 리드하던 한미약품이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 유한양행, HK이노엔, 보령 등의 국내 제약사들이 글로벌시장 진출 성과를 쌓아가고 있는 것이다. 신약은 물론 최근 잭팟을 터트린 종근당의 기술수출까지, 아직 글로벌사와 비교하기에는 그 실적이 미미하지만 ‘K-헬스케어’의 명함을 앞세워 세계 무대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대표품목은 ‘렉라자’이다.

유한양행의 렉라자(영문 제품명 LECLAZA, 성분명 레이저티닙 메실산염일수화물)는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돌연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Non-small Cell Lung Cancer, NSCLC) 치료제이다.

유한양행 EGFR) 돌연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신약 '렉라자'
유한양행 EGFR) 돌연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신약 '렉라자'

렉라자는 기존 약제의 한계였던 아시아인과 비아시아인 사이에서 효과 차이가 거의 없었고, 뇌전이 유무에 따른 차이에서도 뇌전이가 있을 경우 렉라자 투여군의 위험도가 올라가지 않았으며, 뇌전이가 없는 경우에도 두 개강 내 우수한 항종양 효과를 얻어냈다는 점이 특징이다.

2021년 1월 18일 식약처로부터 EGFR T790M 돌연변이 양성 2차 치료제로 허가받은 후 다양한 글로벌 임상을 통해 유효성과 효과성을 입증하며 지난해 12월 1차 치료 확대를 위한 ‘레이저(LASER) 301’ 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이후 6개월 만에 식약처로부터 1차 치료 확대 허가를 얻었고, 드디어 2024년 1월부터 1차 치료제로 급여를 인정받게 됐다. 이는 국산 신약으로서 매우 빠른 기간 내에 이룬 놀라운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내년부터는 국내 무대에서 글로벌 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AZ)의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와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국내 시장에만 국한되는 얘기가 아니다.

유한양행 렉라자와 존슨앤드존슨(J&J) 자회사 얀센의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이 ‘타그리소’ 단독요법보다 환자의 암 무진행 생존기간을 연장시킨다는 글로벌 임상3상 결과가 지난 10월 발표되며 글로벌 무대에서의 활약도 기대하게 하고 있다.

전 세계 EGFR 폐암 환자의 1차 치료 표준인 타그리소의 지위를 위협하는 대한민국 신약의 활약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더욱 부풀어 오르고 있다.

HK이노엔 P-CAB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
HK이노엔 P-CAB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

HK이노엔의 P-CAB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도 글로벌 무대 확장에 나서고 있다.

대한민국 30호 신약인 케이캡은 복용 후 30분 내에 빠르게 약효가 나타나고, 6개월까지 장기 복용 시에도 유효성 및 안전성을 확보한 점이 특징이다. 케이캡은 국내에서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누적 1,141억 원의 원외처방실적을 기록했고, 전년 동기 대비 약 19%의 고속 성장을 지속하며 출시 이후 4년 연속 소화성궤양용제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케이캡이 거둔 누적 처방실적은 총 3,503억원이다.

국내에서의 가파른 성장은 물론 글로벌 무대에서의 도전도 이어지고 있다. 케이캡은 지난 10월 중남미 국가 중 하나인 페루에 출시되며 해외 7개국 출시를 이뤄냈다. 중국∙몽골∙필리핀∙멕시코∙인도네시아∙싱가포르∙페루 출시로 글로벌 영토 확장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

케이캡은 미국, 중국, 브라질 등 대형 시장을 포함한 해외 총 35개 국가에 기술수출이나 완제품 수출 형태로 진출해있으며, HK이노엔은 2028년까지 100개국 입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현지 파트너사인 세벨라가 2025년 출시를 목표로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다.

대웅제약 '엔블로'
대웅제약 '엔블로'

대웅제약은 P-CAB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스클루(성분명 페수프라잔)’와 36호 국산 신약인 SGLT-2 억제제 계열 당뇨병 치료제 ‘엔블로(성분명 이나보글리플로진)’를 앞세워 글로벌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펙수클루는 국내 출시 1년도 안 돼 필리핀, 에콰도르, 칠레 등 중남미 3개국 허가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특히, 칠레의 품목허가 여부는 중남미 국가에서 품목허가 기준으로 삼는 사례가 많아 향후 중남미 시장 진출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이외에도 펙수클루는 멕시코, 브라질,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인도네시아, 콜롬비아, 태국, 페루 등 11개 국가 품목허가 신청에 이어, 최근 4조 2천억 원 규모의 세계 최대 항궤양제 시장인 중국에도 품목허가 신청을 완료했다. 이 같은 적극적인 글로벌 시장 진출로 펙수클루는 최단기간 동안 가장 많은 국가에 품목허가 신청을 한 국내 개발 신약으로 기록되고 있다. 또한 기술수출 계약 체결도 꾸준히 진행돼, 현재까지 중국을 포함한 총 18개국에서 수출 계약을 체결했으며, 2036년까지 물질 특허에 대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기도 했다.

가장 최근에 허가를 받은 ‘엔블로’도 국내 출시 반년 만에 빠르게 13개 국가 대상으로 허가를 제출하고 계약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엔블로는 국내 최초 SGLT-2 억제제 계열 당뇨병 치료제로, 최근에는 브라질∙멕시코에 이어 러시아∙독립국가연합 6개국 진출을 가시화하고 있다.

보령 '카나브 패밀리'
보령 '카나브 패밀리'

지난해 매출 1,500여억 원의 매출을 이룬 보령의 ‘카나브 패밀리’ 또한 꾸준히 글로벌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보령은 피마사르탄 성분의 고혈압 치료제인 ‘카나브’(성분명 피마사르탄)의 다양한 복합제를 내놓으며 ‘카나브 패밀리’ 라인업을 더욱 탄탄히 하고 있다.

한미약품의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성분명 에플라페그라스팀)’는 올해 미국에서 매출 1억달러(약 1318억원)를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롤론티스는 지난 2012년 한미약품이 스펙트럼에 기술이전한 바이오신약으로, 골수억제성 항암화학요법을 적용 받는 암환자에게 호중구감소증 치료 또는 예방 용도로 투여된다. 과립구(granulocyte)를 자극해 호중구 수를 증가시키는 'G-CSF(과립구집락자극인자)' 계열로 암젠의 블록버스터 약물 뉴라스타(성분명 페그필그라스팀)와 유사한 작용기전을 나타낸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3월 33번째 국산 신약으로 식약처 허가를 받았고 2021년 11월부터 건강보험 급여가 등재되면서 국내 판매를 시작했다.

미국 호중구감소증치료제 시장 규모는 연간 3조원에 달한다. 롤론티스는 미국 시장에서도 초반 순조로운 행보를 나타내고 있다. 롤베돈(미국 상품명)은 지난 1분기에 1,560만 달러(약 2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분기에는 2,100만 달러(약 280억원) 규모의 매출로 전 분기보다 34.6% 상승했다. 롤베돈은 당초 스펙트럼파마슈티컬즈에 기술이전된 이후 FDA 허가를 받았고 스펙트럼은 지난 4월 중추신경계·통증·염증 전문 제약사 어썰티오홀딩스에 인수됐다.

SK바이오팜도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를 미국에서 판매하고 있다. 엑스코프리는 한국 제약·바이오사가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연구와 허가까지 독자적으로 진행해 201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최종 허가를 받은 국내 최초 신약이다.

국내엔 출시되지 않아 국산 신약 명단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SK바이오팜은 2028년까지 매출 목표를 1조원으로 설정하며 글로벌 블록버스터로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외에도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기술수출 성과도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고 있다.

최근 5년간 제약·바이오 기업의 기술수출 규모가 350억 달러에 달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집계한 최근 5년 제약바이오업계 기술수출액은 350억 2,463만 달러다. 원달러 환율 1,235원 기준 43조 2,729억원 규모다. 신약개발 성과가 적은 불모지에서 이뤄낸 이 같은 성과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종근당은 최근 글로벌 제약사인 노바티스와 신약후보물질 ‘CKD-510’에 대한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계약 규모는 13억500만달러이다.

이 계약으로 노바티스는 종근당이 개발 중인 저분자 화합물질 히스톤탈아세틸화효소6(HDAC6) 억제제 CKD-510의 개발과 상업화에 대해 한국을 제외한 전세계에서 독점적 권리를 갖게 됐다. 또한 종근당은 계약금 8,000만 달러(약 1,061억원)를 수령하고 향후 개발과 허가 단계에 따른 마일스톤 12억 2,500만 달러(약 1조 6,241억원)와 매출에 따른 판매 로열티를 받게 된다.

이 같은 기술수출 등 신약개발 성과를 만들고 있는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은 내수용을 넘어 글로벌 무대로 나아가기 위해 더욱 정진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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