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산] 다사다난 2023년…병원계 희로애락(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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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산] 다사다난 2023년…병원계 희로애락(3)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3.12.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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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쁘고 화나고 슬프고 즐거웠던’ 2023년 7~9월 병원계 이모저모

2023년은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코로나19의 긴 터널을 지나 평범한 일상생활을 다시 맞이한 뜻깊은 해다. 지난 3년간 병원계는 백신접종부터 병상확보, 확진자 치료 등까지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전심전력(全心全力)했고 덕분에 코로나19의 엔데믹을 견인할 수 있었다. 코로나19의 종식으로 좋은 일만 있을 것 같았던 2023년이나 병원계가 계획한 모든 일이 원활하기 이뤄진 해로 보긴 힘들다. 윤석열 정부 2년 차, 윤동섭 대한병원협회 회장 2년 차이기도 했던 2023년 한 해 동안 병원계는 어떤 희로애락(喜怒哀樂)을 겪어왔는지 돌아봤다.

<7월> 병원계, 보건의료노조 총파업 국민 피해 최소화 총력

7월은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의 총파업 강행에 대한병원협회를 필두로 병원계가 합심해 환자 및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 달이다.

보건의료노조는 7월 13일과 14일 양일간 총파업을 시작으로 현장 교섭 및 현장 파업에 돌입했다.

응급실, 수술실, 중환자실, 분만실 등 필수의료 인력은 유지됐다고 하나 19년 만의 전국적인 보건의료노조 파업으로 인해 외래, 검사, 입원, 수술이 평소와 달리 원활하게 운영되지 않았다.

단지 전국 병원들은 총파업에 대비해 진작부터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했고 관계기관과 수시로 협력하기 위해 모니터링을 실시, 최악의 의료공백은 발생하지 않았다.

보건의료노조는 7월 12일 이대서울병원에서 총파업 전야제를 가진 뒤 7월 13일 오후 1시 30분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2023년 보건의료노조 산별 총파업’을 공식화했다.

전국 보건의료노조 127개 지부 145개 사업장이 파업에 참여해 주최 측 추산 6만5,000여 명이 투쟁에 나섰다.

앞서 병원계는 보건의료노조가 예고한 파업일 이전부터 국민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

대한병원협회는 보건의료노조가 요구하는 핵심사항들이 개별 병원이 해결하기 어려운 제도적인 부분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만에 하나 있을 파업으로 인해 환자들의 의료이용에 차질이 없도록 전원 조치를 포함한 비상진료체계 가동을 주문했다.

양산부산대학교병원은 7월 10일부터 12일까지 입원 환자를 지역 협력병원으로 전원·퇴원 조치했고, 외래진료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축소했다.

국립암센터는 파업이 강행된 7월 13일과 14일로 예정된 수술 100여 건을 취소하는 등 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됐지만, 병원 측과 조합원의 부단한 노력 끝에 파업 인원을 최소화하고 수술을 정상화해 대혼란을 피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주영수 의료원장의 명의로 보건의료노조 파업으로 빚어질 의료서비스 차질에 대해 사과하면서 ‘응급실, 중환자실, 외래, 수술실 등 필수 진료 부문은 정상 운영할 것’이라며 환자 및 보호자를 안심시켰다.

전북대학교병원은 외래진료와 필수의료 업무인 응급실, 중환자실 등은 정상 가동했지만 검사, 수술, 병동 운영 등은 평소의 75% 수준으로 축소 운영했다.

이 외에도 전국 대부분의 병원들이 홈페이지 등을 통해 시시각각 변하는 파업 관련 소식을 환자·보호자에게 발 빠르게 전했고, ‘필수의료 정상가동, 외래진료·입원은 불가피할 경우 유동적 조정’이란 원칙 아래 환자 피해를 최소화했다.

아울러 지역 내 의료기관 간 협력체계가 원활히 가동될 수 있게 각 병원별로 상시 모니터링을 유지하는 등 보건의료노조 총파업 여파를 줄이기 위한 병원계의 전심전력 덕분에 다행히 우려한 만큼의 혼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8월>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성공적 마무리에 병원계 합심

8월은 병원계가 한마음 한뜻으로 합심해 8월 1일부터 12일까지 열린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World Scout Jamboree)’의 성공적 마무리에 일조, 대한민국 의료로 전 세계에 울림을 준 달이다.

특히, 예상치 못한 폭염과 태풍 등으로 인해 정부가 긴급히 의료지원을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한병원협회를 중심으로 회원 병원 모두가 발 벗고 나서 잼버리 기간 동안 참가 대원들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했다.

잼버리는 세계스카우트연맹(WOSM)이 주최해 4년마다 열리는 합동 야영 대회이자 각국의 문화 교류를 위한 청소년 축제로, 올해는 158개국 4만3,000여 명이 참가했다.

이번 잼버리의 야영지는 새만금에서 펼쳐졌는데 행사 초반부터 폭염으로 인한 탈수·경련·열사병, 햇빛 노출로 인한 알러지 및 두통·설사 등 소화기 질환, 야외활동으로 인한 벌레 물림 증상 등을 호소하는 참가 대원들이 급증했다.

이에 정부는 병원계의 의료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대한병원협회(회장 윤동섭)는 8월 4일 회원 병원들에게 긴급 협조 공문을 발송했다.

각 병원의 의료봉사 인력을 새만금 현장으로 급파해 잼버리 참가자들의 건강을 돌봐 달라고 한 것.

이후 병협 회원 병원들은 앞다퉈 의료 지원팀을 새만금으로 파견해 병원계의 단결력을 보여줬다.

세브란스병원(병원장 하종원)은 의사, 간호사, 약사 등 18명으로 구성된 의료 지원팀과 함께 중증환자 발생에 대비해 응급이송이 가능한 구급차도 현장에 배치했다.

고려대학교의료원(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 윤을식)은 고려대 안암·구로·안산병원 의료진으로 지원단을 꾸렸고 이동 진료가 가능한 ‘꿈씨버스’를 통해 참가자들을 진료했다.

중앙대학교병원(병원장 권정택)은 마치 병협의 긴급 요청을 기다렸다는 듯이 8월 5일 새벽에 김한구 부원장을 의료지원단장으로 한 의료 지원팀을 급파했다.

한양대학교병원(병원장 이형중)도 뇌혈관질환 전문의인 김영서 신경과 교수와 감염병 집단감염을 전문 진료로 하는 김봉영 감염내과 교수를 야영 현장으로 보냈다.

이화여자대학교 의료원(의료원장 유경하)은 김충종 이대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 우영민 이대목동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등이 이화의료원의 설립 정신인 ‘섬김과 나눔’에 입각해 의료 지원에 최선을 다했다.

원광대학교병원(병원장 서일영)은 잼버리 의료지원 협력병원으로서 128명의 의료인력, 정신건강 상담 리스닝 이어, 환자 대기 공간, 닥터헬기, 의료물자, 통역, 폐기물 및 세탁물 처리 등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국립중앙의료원(원장 주영수) 소속 14명의 의료 지원팀은 잼버리병원 운영을 총괄하는 업무를 배정받아 5개소의 클리닉을 운영했고 대학병원과의 환자 후송 및 연계를 책임졌다.

이 외에도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병원장 김현수 신부), 인하대학교병원(병원장 이택) 등 수많은 병원이 잼버리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병원계의 잼버리 의료 지원은 새만금 현장에서 끝나지 않았다.

6호 태풍 ‘카눈’ 북상으로 인해 8월 8일 야영지 조기 퇴영이 결정됨에 따라 참가자들은 서울, 경기, 인천, 세종, 충북, 충남, 전북 등 8개 지자체로 분산 배치됐는데, 이 과정에서 △관내 지정병원 운영 △숙소별 보건 담당자 지정 △경증 환자 이동 수단 확보 △중상자 응급 이송체계 마련 △참가자들의 안전한 출국 등에 병원계가 힘을 보탠 것이다.

실제로 가천대 길병원(병원장 김우경)은 ‘인천대학교 송도캠퍼스’에 머물고 있는 잼버리 대원 600여 명과 ‘골든튤립 인천공항 호텔’에 머무는 참가자 300여 명 등의 건강과 안전을 끝까지 보호했다.

고려대 안암병원(병원장 한승범)도 새만금에서의 활약에 이어 용산 드래곤시티호텔에서 영국과 카타르의 잼버리 스카우트 대원 약 1천500명에게 각종 검사와 전문의료시설 연계 등 다각도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9월> 병협, 의협과 함께 수술실 CCTV 의무화 헌법소원

9월은 대한병원협회와 대한의사협회가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관련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 끝까지 최선을 다해 부당함을 피력하려고 노력한 달이다.

병협과 의협은 수술실 CCTV 설치를 법으로 의무화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사안일 뿐만 아니라 의사의 원활한 진료행위가 위축돼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상당한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일관된 반대 입장을 견지해 왔다.

윤동섭 병협 회장과 이필수 의협 회장은 9월 5일 헌법소원심판청구서 제출에 앞서 수술실 CCTV 의무화법이 의료인의 직업수행 자유와 인격권 등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해 각종 폐해를 야기하고 궁극적으로 환자에게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했다.

아울러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해 의사와 환자의 신뢰 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특히 상시 감시 상태에 놓인 의료진에게 집중력 저하와 과도한 긴장을 유발해 수술 환경이 악화, 결국 의료진으로 하여금 방어 진료를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 것이라고 지적한 양 단체장이다.

양 단체장은 “CCTV 촬영이 수술을 시행하는 의사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수술 술기나 노하우를 노출시키고 불가피하게 환자의 신체를 접촉했음에도 성범죄로 오인하게 만들 수 있다”며 “수술 중 파악한 환자의 상태대로 적극적으로 치료를 해도 오히려 의료과실로 잘못 비칠 우려도 크다”고 강조했다.

즉, 의료인은 후유증 등의 발생 위험을 염려해 적극적인 치료를 기피하고 환자들은 최선의 진료를 통해 건강을 회복하거나 생명을 구할 기회를 박탈당하게 된다는 의미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부담으로 인해 수술을 하는 ‘외과의사 기피현상’이 초래된다는 점이다.

양 단체장은 “현재도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은 전공의 지원자가 정원에 미달해 필수의료 붕괴가 우려되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각종 지원책 마련은커녕 수술실 CCTV 의무 설치로 오히려 자괴감을 느끼게 한다면 필수의료 붕괴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 자명하다”고 언급했다.

게다가 환자들 또한 밝히고 싶지 않은 자신의 건강과 신체에 관한 민감한 정보가 녹화돼 인격권을 비롯해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받을 수 있고 해킹범죄에 의해 환자의 민감정보 및 신체 모습 등이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게 양 단체의 의견이었다.

윤 회장과 이 회장은 “수술실 CCTV 설치 등을 의무화하는 개정 의료법 조항의 위헌성과 부당성을 알리고 무책임한 입법을 바로잡고자 헌법소원심판청구서 및 효력정지가처분신청서를 제출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들은 이어 “수술실 CCTV 의무 설치는 의료인들뿐만 아니라 수술을 받는 환자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필수의료체계와 보건 의료를 붕괴시켜 궁극적으로 국민의 건강권까지 위협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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