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일본 닮은 한국…일본 의사들이 충격받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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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일본 닮은 한국…일본 의사들이 충격받은 이유?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3.10.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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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내과의사회, 일본임상내과의사회와 간담회 갖고 의료 현안 논의
스가와라 마사히로 회장, “형사처벌 받으면서 어떻게 의사를 하는가?”
일본도 의대정원 확대 정책 실패…검체검사 정산 자율에 맡기는 게 당연
(사진제공: 대한내과의사회)
(사진제공: 대한내과의사회)

“한국 의료계의 현실을 듣고 같은 의사로서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다.”

일본 의사들이 한국 의사들로부터 대한민국의 의료 현안에 대한 설명을 듣고 한 말이다.

대한내과의사회(회장 박근태)가 10월 22일 롯데호텔 서울에서 일본임상내과의사회(회장 스가와라 마사히로)와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내과의사회는 일본임상내과의사회에게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의사 형사처벌, 의과대학 정원 확대, 검체검사 위탁 등의 현안을 소개하고 조언을 구했다.

우리나라는 여러 의료 제도에 있어서 일본을 벤치마킹했고, 초고령화 사회 진입도 먼저 경험한 일본인만큼 여러모로 일본의 10년 모습과 닮아있다는 게 내과의사회와 일본임상내과의사회의 공통된 생각이다.

일본 의사들은 현재 한국 의사들의 현실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일본은 의사 형사고소 사례가 ‘거의 없다’

일본은 의사에 대한 형사고소가 진행되는 사례가 거의 없다.

실제로 2011~2015년 활동 의사 수 대비 평균 기소 건수를 살펴보면 한국은 0.258건인 반면 일본은 0.001건으로 약 256배의 차이를 보인다.

일본에서 의사에 대한 형사고소가 사라진 계기는 약 10년 전 한 산부인과 의사가 분만 사고로 인해 형사고소를 당한 일 때문이다.

이때 일본의 산부인과 의사들이 분만을 안 하기 시작했는데, 이로 인해 사회적 이슈가 생기면서 국민들이 옹호하기 시작했고 정치권까지 움직여 결국 검찰에서도 악의적인 경우가 아니면 의사를 형사기소하지 않게 된 것.

하지만 우리나라는 내시경 천공이 생겨도 형사소송과 민사소송이 동시에 이뤄지는 분위기가 오래전부터 계속됐고, 시간이 흐를수록 그 빈도와 처벌 수위는 높아지고 있는 실정.

내과의사회의 설명에 따르면 스가와라 회장은 ‘어떻게 이런 환경에서 의사를 할 수 있는가’, ‘황당하다’, ‘전 세계에 이런 일이 발생하는 나라가 진짜 있는가’라며 반문했다고 한다.

박근태 회장은 “우리나라 여론과 정치권은 자꾸만 의사들이 나쁘다고 몰아가고 있어 안타깝다”며 “일본은 환자가 소송해도 승소율이 30%를 넘지 않고 정치인들도 의료소송에 부정적인데 그들과 다른 현실을 얘기하면서 창피했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의대정원 확대 정책이 ‘실패했다’

일본임상내과의사회는 의대정원 확대에도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일본도 2008년부터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지역의사정원 제도와 함께 의대정원을 확대한 바 있는데, 결국 지역에 남는 의사는 20%에 불과하고 나머지 80%는 도시로 떠났다는 것.

이로 인해 일본은 2050년부터 의사 과잉 공급이 큰 문제가 될 것이라며 우리나라도 무작정 의대정원을 확대하면 이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게 일본임상내과의사회의 충고다.

이에 스가와라 회장은 박근태 회장에게 일본의 의대정원 확대 정책이 몰고 온 여파 및 통계 자료를 제공했고, 내과의사회는 조만간 이를 분석·연구해 공개할 예정이다.

박근태 회장은 “필수의료의 마지노선인 내과마저 무너지면 대한민국 의료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다”며 “정부가 주장하는 필수의료 수가의 경우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형식이어서 큰 의미 없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이어 “일본의 실패 사례를 참고해서라도 의대정원을 확대하기 전에 의료분쟁특례법 제정과 수가 정상화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며 “의대정원은 이 모든 것이 뒷받침 된 이후에 논의할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일본은 검체검사 위탁 정산을 ‘자율에 맡긴다’

내과계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인 검체검사 위탁의 경우 일본은 의료기관과 수탁기관 간 정산을 자율에 맡기고 있다고 전한 일본임상내과의사회다.

검사량이 과도하게 높은 일부 기관 외에는 일본은 더 많은 검체검사를 위탁할수록 정산율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내과의사회는 일본의 사례를 예로 들며 최근 할인 관행을 문제 삼아 ‘검체검사 위탁에 관한 기준 고시’ 개정을 시도하고 있는 정부를 비판했다.

박근태 회장은 “환자에게 설명하고, 피를 뽑고, 보관하고, 결과를 다시 설명하는 것은 의료기관인데 왜 이런 의료행위를 할인이라고 표현하고 정부에서 개입하는지 일본 의사들은 이해하지 못한다는 반응을 보였다”며 “검체검사 위탁과 관련해 의료기관과 수탁기관 간 자율정산에 맡기는 것이 당연하다”고 역설했다.

(사진제공: 대한내과의사회)
(사진제공: 대한내과의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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