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에 발목 잡힌 재생의료, 장려 정책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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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에 발목 잡힌 재생의료, 장려 정책 시급
  • 윤종원 기자
  • 승인 2023.10.11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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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2만명 해외 원정치료…활성화 방안 마련 필요
'재생의료 활성화 방안 모색 정책 좌담회' 개최

난치병 치료부터 항노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재생의료 발전을 위해 시대에 부합하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세계 각국이 재생의료 육성책 마련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지만 정작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우리나라는 과도한 규제로 인해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데일리메디가 최근 주최한 ‘재생의료 활성화 방안 모색 정책 좌담회’에서는 의료 패러다임 변화의 중심에 서 있는 재생의료에 대한 전문가들의 고견과 제언이 쏟아졌다.

삼성서울병원 이우용 암병원장이 좌장을 맡은 좌담회에는 ▲재생의료진흥재단 윤택림 이사장 ▲범부처재생의료기술개발사업단 조인호 단장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병원장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 권유욱 교수가 패널로 참여했다.

아울러 재생의료 정책 실무 책임자인 ▲보건복지부 김영학 재생의료정책과장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김기향 첨단바이오기술R&D단장이 정책을 기반으로 재생의료 활성화 방안을 제시했다.

재생의료는 손상된 인체의 세포, 조직, 장기를 대체하거나 재생시켜 정상 기능을 복원하거나 새로 만들어내는 의료기술을 말한다.

초기에는 줄기세포를 이용해 치료용 세포와 조직을 제작하는 수준이었으나 현재는 다양한 약물과 소재 및 의료기기 등을 이용해 손상된 인체 부위 재생을 촉진하는 기술까지 확대됐다.

좌담회 참석자들은 우리나라 재생의료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 평가하면서 향후 국가 신성장 동력으로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 권유욱 교수는 “재생의료는 희귀‧난치성질환에 적용할 수 있는 매력적인 기술”이라며 “세계적으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도 의미있는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는 만큼 재생의료 활용 범위가 넓어질수록 환자 삶의 질이 높아지고 의료비 절감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성장성은 지표로도 확인할 수 있다. 범부처재생의료기술개발사업단 조인호 단장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실시한 설문조사를 공유하며 전망을 살폈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국민 91.9%는 재생의료가 유망성이 있다고 인식했다. 재생의료 산업 발전 가능성에 대해서 산업계는 79.6%, 의료계는 87.1%로 평가했다.

특히 한국과 선도국 간 첨단재생의료산업격차를 세포치료제‧유전자치료제는 3∼4년, 조직공학제제‧첨단바이오융복합제제는 5∼10년을 1순위로 답했다.

조인호 단장은 “기관마다 수치가 상이하지만 일관되게 가파른 성장세를 예측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역시 재생의료가 신성장 동력의 한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밝은 전망에도 정작 국내에서는 규제로 인해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재생의료는 다른 치료제가 없는 질환이나 희소·난치 질환에만 연구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의사 재량으로 필요한 환자에게 시술하는 길이 사실상 막혀있는 셈이다.

특히 연구 대상자인 환자에게 치료비를 받을 수도 없어 고충이 적잖이 자리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2014년부터 관련법을 정비해 재생의료 시설로 인정받으면 시술에 별다른 규제가 없다. 미국도 2016년부터 재생의료 서비스가 확대됐다.

대만도 지난 2018년 9월 재생의료법을 통과시켜 일본처럼 재상의료 시술을 할 수 있다.

이러다 보니 매년 1~2만명이 줄기세포, 유전자치료 등의 재생의료 서비스를 받기 위해 일본 등으로 해외 원정치료를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재생의료진흥재단 윤택림 이사장은 “우리나라 재생의료 기술은 세계적 수준이지만 규제가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며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원장은 “재생의료 성장을 위해서는 수익을 기반으로 투자를 이뤄져야하지만 규제가 이를 막고 있다”며 “수익과 연구가 단절된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는 재생의료가 불법이다 보니 수준이 낮은 해외 병원에서 치료받는 경우도 많다”며 “이는 결국 환자들의 건강이 위협받는 꼴”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국회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강기윤 의원(국민의힘)은 지난 8월 재생의료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의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보다 많은 환자가 세포·유전자치료 등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그동안 중증‧희귀‧난치 질환자에만 국한되던 재생의료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이용우 의원(더불어민주당)도 ‘기적의 항암제’로 불리는 킴리아 치료를 시행할 수 있는 의료기관에 조혈모세포 이식 기관도 포함하는 내용의 첨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킴리아 치료를 시행하기 위한 의료기관은 세포관리업 허가를 받아야만 가능하고, 세포관리업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의약품 제조관리 기준을 충족하는 시설을 갖춰야만 한다.

때문에 고가의 시설유지비가 필요한 GMP시설을 갖춘 수도권 대형병원들만이 킴리아 치료를 시행할 수 있어 지방에 있는 환자들이 서울까지 와야하는 고통과 불편이 야기돼 왔다.

정부에서도 진료현장 고충을 수렴하고 개선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보건복지부 김영학 재생의료정책과장은 “업무를 맡은 후 재생의료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것을 체감했다”며 “국산화가 미진할 경우 국민 의료비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 국정과제에도 최초로 첨단 재생의료가 포함되는 등 유망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는 만큼 투자는 확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김기향 첨단바이오기술R&D단장은 “규제로 인해 성장에 제약이 있음을 알고 있다”며 “정부도 재생의료 연구개발 투자의 지속적인 확대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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