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은 카멜레온 같은 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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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은 카멜레온 같은 질환
  • 윤종원
  • 승인 2006.06.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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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맨체스터대 닉 새처 교수, 식이요법은 폐암치료에 도움 못 돼

"폐암은 "카멜레온" 같은 질환입니다. 유사한 증상을 가진 여러 질환이 있기 때문에 조기 진단도 힘들 뿐더러 치료성공률도 매우 낮습니다."
21일 영국 런던에서 전 세계 의학기자들을 대상으로 열린 "폐암 미디어 사이언스 포럼"에 참석한 영국의 폐암치료 권위자인 영국 맨체스터대 닉 새처 교수(종양학)는 폐암을 카멜레온에 비교하면서 그 위험성을 경고했다.

영국 암연구위원회 부회장직을 맡고 있는 새처 교수는 아스트라제네카사에서 만든 먹는 표적 폐암치료제 "이레사"의 전 세계 임상시험을 주도하는 등 폐암치료 분야에서 그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보통 폐암은 세포의 크기에 따라 세포 크기가 작은 소세포암(小細胞癌)과 세포가 작지 않은 비소세포암(非小細胞癌)으로 나뉘며, 비소세포암은 다시 세포의 모양에 따라 편평세포암(扁平細胞癌), 선암(腺癌), 대세포암(大細胞癌) 등으로 분류된다. 전세계 폐암 환자의 70~80%는 비소세포암에 속한다.

이 가운데서도 선암은 암세포가 폐섬유의 선 형태로 진행하는 암을 말하는데 림프절 외에도 간, 뇌, 뼈, 부신 등에 전이가 잘 돼 예후가 좋지 않다. 편평세포암 은 흡연과 가장 관계가 깊으며, 선암은 담배를 피지 않는 사람에게서 주로 발병하는 특징이 있다.

새처 교수는 "많은 폐암 환자들이 흡연을 하기 때문에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과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면서 "보통 각혈을 하는 경우 폐암의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하지만 그 진단과 치료는 다른 암에 비해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네덜란드 암구소의 니코 반 잔드비크 박사(흉부외과 과장)가 이날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폐암의 5년 생존율은 최근 급증하고 있는 유방암이나 대장암, 전립선암에 비해 거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발병률과 사망률은 다른 암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새처 교수 등은 폐암 진단에 사용되는 CT(컴퓨터단층촬영기)의 일반적인 사용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새처 교수는 "유럽에서는 CT를 이용한 폐암 진단법이 폐암으로 인한 사망률을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에 그다지 많이 권장되지 않는다"면서 "3천명을 CT로 촬영하면 1명의 백혈병 환자가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일반 CT(컴퓨터단층촬영기)보다 방사선량을 6분의 1 가량 줄여 만든 "저선량(低線量) CT"에 대해서도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조기진단을 위해 사용할 필요는 없다는 견해를 덧붙이기도 했다.

새처 교수는 폐암환자가 식이요법을 사용하는데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일부 연구결과를 보면 비타민과 카로틴 등의 항산화제가 오히려 폐암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폐암에 있어서 아직까지 권장할 만한 식이요법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새처 교수와 잔드비크 박사 등은 한국서 약값 인하 요구가 제기된 이레사의 효능에 대해 평가를 부탁하자 "서양인에 비해 동양인에게서는 뚜렷한 효과가 있다"면서 그동안 실시된 임상결과를 제시하기도 했다.

잔드비크 박사는 "이레사와 같은 상피세포 성장인자수용체(EGFR) 억제제가 아시아인과 여성, 비흡연자, 선암 등에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 만큼 앞으로 이 효과를 더 극대화하기 위한 바이오마커(bio marker) 연구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비소세포성 폐암 치료제로 한국과 일본 등지에서 판매되고 있는 이레사는 대규모 임상시험 결과 서양인에게는 큰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유럽에서는 아직 승인절차를 밟지 못하고 있다. 또한 신약 승인이 났던 미국에서도 이 약의 적응증이 처음보다 줄어든 상태다.

이에 대해 아스트라제네카사의 이레사 임상 책임자인 닉 보트우드 박사는 "이레사는 초기 개발단계부터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별도의 임상을 했기 때문에 동양인에 대한 생존율 개선효과가 여러 논문 등을 통해 명백하게 입증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 참가한 아스트라제니카 한국지사 관계자는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전문평가위원회의 약값 인하 요청에 대해 답변 시기를 조율하는 등 내부 협의를 거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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