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료기술 선진입 제도개선, 산업계에 양날의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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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료기술 선진입 제도개선, 산업계에 양날의 검?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3.08.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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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보의연, 공청회 통해 의견 청취…과정 관리 간소화·일원화 등 특징
의료계, “연구보다 진료에서 먼저 사용하면 데이터 질 낮아질 것 뻔해”
혁신 기술에 대한 회사 부담이 국민에게 돌아가는 비윤리적 문제 발생도
산업계, 제도개선 환영하며 의료계와 온도차…“환자 의료 접근성 강화 계기”

신의료기술 선진입-후평가 제도의 개선이 오히려 산업계에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선진입 의료기술의 복잡한 현장 적용 절차를 간소화하고 평가 절차 간 형평성 문제를 줄인다는 이유로 과정 관리를 일원화하는 등 진입장벽을 낮추게 되면 산업계가 제대로 된 근거를 창출하는 데 독이 될 가능성 크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번 제도개선이 자칫 혁신 기술에 대한 산업계의 비용 부담과 실패 시 발생하는 손해를 국민에게 미루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반면 산업계는 환자의 의료 접근성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임상 근거창출에 대한 책임감은 무겁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는 8월 30일 포스트타워에서 ‘신의료기술 선진입-후평가 제도개선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공개된 제도개선 방안은 오는 9월 중 최종 확정될 예정으로, 기존 평가 유예 신의료기술과 혁신의료기술평가(일반/통합)의 △실시 형태 △사용 기간 △실시 기간 △수행현황 보고 방식 △최종 보고서 제출 등을 간소화·일원화하는 게 특징이다.

특히 눈여겨볼 변화는 혁신의료기술 고시 이후 연구계획 심의 등 후속 절차에서 ‘연구수행 선택권’을 부여해 침습적 의료기술을 제외한 기술은 진료 현장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점, 평가위원회 구성 시 의료계 인사뿐만 아니라 산업계와 법조계 등 타분야를 포함한 점, 사용 기간을 최대 4년으로 늘린 점 등이다.

즉, 선진입 의료기술의 선정절차는 유지하되 과정 관리 통합 및 안전성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진료 현장에서 직접 신의료기술을 사용해야만 하는 의료계 전문가들은 비침습 의료기술이라고 모두 안전한 것은 아닌 데다가 연구수행을 선택하도록 하면 실제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는 기간이 무의미하게 흘러갈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서준범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혁신의료기술의 잠재적 유용성을 진료 현장에서 검증하도록 한 컨셉이 정말 의미 있는 방법인가를 증명하는 데 있어서 앞으로 2~3년이 매우 중요하다”며 “선진입 사용이 일견 좋아 보일 수도 있으나 본 기술로 등재되지 못하면 4년 후에 과감히 퇴출된다”고 꼬집었다.

또한 서 교수는 “연구보다 진료에서 먼저 사용하면 한시적인 경제적 이득은 취할 수 있겠지만, 신의료기술 진입 퇴출 시 발생할 부작용을 생각하면 기존 근거창출과 안전성 모니터링은 오히려 더 높은 수준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방승민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도 “혁신의료기술의 선진입은 진료 현장에 부담이 된다”며 “의약품과 의료기기는 임상을 거쳐 보험 시스템으로 들어오는 게 일반적인데, 혁신 기술이라는 이유로 그런 과정을 패스하면 데이터 수집 속도가 느려질 뿐만 아니라 산업계 입장에서 원치 않는 데이터가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방 교수는 이어 “안전성 확보 없이 혁신의료기술이 진료 현장에 바로 투입되면 회사가 연구를 통해 부담해야 할 비용, 실패 시 안아야 할 손해를 국민에게 고스란히 미루게 되는 셈”이라며 “아무리 편리성과 국가 경쟁력이 중요하다고 해도 혁신적인 시도를 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국민이 모든 것을 이해해야 한다면 너무 비윤리적”이라고 비판했다.

산업계는 이번 제도개선을 적극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환자의 의료 접근성을 강화하고 선택권을 보장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인데,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임상 근거창출에 부단히 노력하는 등 무거운 마음으로 제도개선을 받아들이겠다고 약속했다.

김종배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이사는 “개선안을 통해 신의료기술의 혜택을 보는 것은 환자라고 생각한다”며 “단, 늘어나는 업체들의 참여도만큼 환자의 접근성과 선택권을 어떻게 보장해 개선안의 실효성을 극대화할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다시 말해 진입장벽은 낮아졌지만, 근거창출과 관련해 책임감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의미다.

임재준 의료기기산업협회 상무는 “이번 제도개선 자체는 환영하나 산업계는 이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정부가 기업의 재량을 인정해준 만큼 임상 근거창출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임 상무는 “만약 산업계가 제도개선을 잘못 이해하면, 상당한 행정적 부담이 의료현장에서 그대로 흘러 들어간다”며 “향후 정부, 의료계, 환자단체, 산업계의 논의를 지속해야 하는 이유”라고 부언했다.

끝으로 정부는 안전성과 산업기술의 발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개선안의 본래 취지에 맞게끔 산업계의 노력이 뒷받침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오상윤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과장은 “산업계의 부담으로 여겨진 임상계획 수립 등 현장 사용 절차를 대폭 완화하고 각기 다른 선진입 제도 간 관리 방법을 일원화하는 한편 환자 안전관리·부작용 모니터링 등을 강화하는 데 방점을 뒀다”며 “산업계로 공이 넘어갔으니 임상 근거창출을 위해 노력해 4년 후 의료인과 전문가 모두 납득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해 달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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