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에페글레나타이드’, 비만치료제로 '탈바꿈'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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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에페글레나타이드’, 비만치료제로 '탈바꿈' 착수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3.07.31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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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독자 플랫폼 ‘랩스커버리’ 적용해 한국서 비만약 개발
한국인에게 최적화된 경제적인 GLP-1 비만 신약 목표
식약처 3상 IND 신청…사노피 주도 글로벌 3상 통해 잠재력 확인

한미약품이 전 세계적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GLP-1(Glucagon like peptide-1)’ 계열의 비만치료제를 독자 기술로 자체 개발해 한국에서 출시하기 위한 발걸음을 뗐다.

한미약품은 자사의 독자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를 적용해 일주일에 한 번 투여하는 주사 제형의 대사질환 치료제로 개발해 온 ‘에페글레나타이드를’ 비만치료제로 적응증을 변경해 출시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고 7월 31일 밝혔다.

앞서 한미약품은 7월 2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 3상 진행을 위한 임상시험계획 승인 신청서(IND)를 제출했으며 식약처 승인 이후 본격적인 상용화 개발 작업을 빠르게 진행할 계획이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2015년 글로벌 제약기업 사노피와 라이선싱 계약을 체결한 신약 후보 물질로, 이후 사노피는 6,000여 명의 대사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5건의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해 오다 2020년 6월 계약 권리를 한미 측에 반환했다.

사노피는 2021년 6월 ‘미국당뇨병학회(ADA)’에서 해당 임상 결과를 8개 주제로 나눠 구두 발표하며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잠재력을 설명했다.

해당 내용은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인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도 등재됐다.

특히 에페글레나타이드는 4,000여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대규모 심혈관계 안전성 연구(CVOT)를 통해 주요 심혈관계 및 신장질환 사건 발생 위험도가 감소하는 사실이 확인되는 등 약물의 다양한 혁신성이 입증됐다.

2021년 당시 ADA에서 나비드 사타(Naveed Sattar) 영국 글래스고대학교 교수는 “GLP-1 수용체 작용제인 에페글레나타이드가 제2형 당뇨병을 가진 저위험 및 고위험군 환자에서 혈당(glucose), 혈압, 체중을 낮추는 가운데 주요 심혈관 및 신장 질환의 발생률을 안전하게 감소시켰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잠재력을 이미 확인한 한미약품은 이번에 비만약 개발 전략을 수립하면서 에페글레나타이드를 한국인의 비만 기준(체질량지수 25kg/㎡, 대한비만학회)에 최적화된 ‘한국인 맞춤형 GLP-1’으로 개발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GLP-1 비만약을 시판한 글로벌 기업들이 체중감소 비율 수치의 우월성을 경쟁적으로 발표하고 있지만, 이는 서양의 고도비만 환자에게 유익할 수 있는 수치”라며 “한국 제약회사가 독자 기술을 통해 개발한 최초의 GLP-1 비만 신약으로, 그것도 한국인 체형과 체중을 반영한 ‘한국인 맞춤형 비만약’으로 개발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비급여 제품인 수입산 GLP-1 비만약들은 고가인 데다가 전 세계적 공급 부족 사태로 인해 한국 시장 상륙 시점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한미의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이들보다 경쟁력 있는 가격을 시장에 제시할 수 있으면서도 안정적 공급이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다.

이 때문에 ‘경제적인 한국인 맞춤형 GLP-1’이라는 개발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게 한미약품의 설명이다.

실제로 한미약품은 2010년 초반까지 시부트라민 성분의 개량신약 비만약 ‘슬리머’를 블록버스터 약물로 키워 낸 경험을 갖고 있다.

당시 한미약품은 전국적 비만 치료 캠페인을 통해 ‘한국인에 맞는 건강한 체중 감량’의 중요성을 알린 바 있는데, 십 수년간 축적한 의약품 마케팅 역량을 기반으로 에페글레나타이드 상용화 이후의 마케팅 전략들을 선제적으로 마련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힌 한미약품이다.

김나영 한미약품 전무(신제품개발본부장)는 “상대적으로 BMI 수치가 높은 서양인 환자들을 타깃으로 개발된 외국산 GLP-1 비만약들보다 한국인에게 최적화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경쟁력이 더 우수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에페글레나타이드의 혁신적인 잠재력은 대규모 글로벌 임상을 통해 이미 확인된 만큼 한국에서의 임상을 빠르게 진행해 최대한 빨리 국내 시장에 우선 출시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이번 에페글레나타이드 비만치료제 개발은 최근 한미그룹이 발표한 R&D 중장기 계획 중 ‘중기’에 해당하는 전략 중 하나로, 한미그룹은 이를 통해 창출한 자원을 혁신신약 연구개발(R&D)에 집중 투자할 방침이다.

한미약품은 GLP-1 유사체 기반의 다양한 글로벌 혁신신약 개발을 통해 차별화된 R&D 역량을 축적하고 있다.

GLP-1에 글루카곤이 더해진 한미의 ‘듀얼아고니스트’는 미국MSD에 기술수출돼 현재 NASH(비알코올성지방간염) 치료를 위한 글로벌 2b상이 진행 중이며 GLP-1과 GIP, 글루카곤을 동시에 활성화하는 트리플아고니스트도 NASH 치료 타깃의 글로벌 2b상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트리플아고니스트는 미국 FDA와 유럽 EMA, 한국 식약처로부터 특발성폐섬유증 등 여러 분야의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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