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경영 철학은 ‘환자 가치 극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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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경영 철학은 ‘환자 가치 극대화’
  • 최관식 기자
  • 승인 2023.06.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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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원 세브란스병원장 “환자 목소리를 거름으로 구성원들이 키워가는 병원”
하종원 세브란스병원장
하종원 세브란스병원장

하종원 세브란스병원장의 병원경영 지표는 오롯이 ‘환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환자들로부터 신뢰 받고 환자 만족도를 높이겠다는 ‘환자 가치 극대화’가 그가 구상하는 세브란스병원의 구체적인 이미지다.

한국생산성본부가 실시하는 대규모 고객 만족 측정 지표인 국가고객만족도(NCSI) 조사에서 전 산업 부문 2년 연속 1위를 차지하며 불친절, 권위, 불통의 대명사로 여겨져 왔던 병원의 이미지를 뒤바꾼 배경 역시 그의 병원경영 철학과 맞닿아 있다.

세브란스병원이 호텔 등 전통적인 서비스업계를 제치고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혁신하고 헌신하면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사례다. 그 배경에는 세브란스가 생각하는 ‘환자 가치’가 있다.

6월 8일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진 하종원 병원장은 “내원객이 남긴 ‘고객의 소리’를 빠짐없이 읽어보고 있다.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지적하는 목소리에 놀랄 때도 있지만 이러한 목소리는 병원을 발전시키는 소중한 거름이 된다”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내원객이 남긴 목소리의 가치다.

경청에서 그치지 않는다. 하종원 병원장은 출근길에 환자와 보호자가 사용하는 다양한 출입문을 거친다. 환자, 보호자 동선에 불편이 없는지 살피기 위해서다.

환자 불편사항을 개선하기 위해 매주 회의를 열고 있다. 어떻게 개선할지 의견을 모을 뿐만 아니라 개선 중인 사항을 체크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 과정에서 탄생한 프로그램이 ‘꿀잠 프로젝트’다. 입원 병동에서 숙면을 취하기 어렵다는 환자 목소리에서 출발했다. 24시간 쉬지 않고 돌아가는 병동은 밤에도 크고 작은 소음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소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포장용 테이프를 무소음 테이프로 바꾸는 것부터 시작해 화장실 변기 뚜껑에는 소음 방지기를 달았다. 환자 숙면을 돕기 위해 귀마개, 수면안대 등으로 구성된 꿀잠꾸러미도 제공하고 있다.

하종원 병원장은 “수면은 환자 치료 과정의 일부”라며 “소음 등 숙면을 방해하는 요소를 줄여 입원 환자가 빠른 회복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공복 탈출 프로그램’도 환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검사와 시술을 앞둔 환자가 장시간 금식을 한다는 점에 착안해 당질 보충 음료를 제공해 공복 불편감을 크게 해소했다.

다양한 프로젝트와 함께 환자를 배려하는 세브란스병원의 노력은 곳곳에 배어 있다. 회진 전에 환자가 치료 과정에서 궁금한 점을 미리 적고 답변을 들을 수 있는 ‘회진질문 게시판’, 검사와 입원 중 환자의 불필요한 노출을 방지하기 위해 의료진이 커튼을 열기 전에 환자에게 동의를 구하는 푯말 등이다.

세브란스병원은 환자들이 병원에서 경험하는 모든 과정을 데이터로 측정한다. 입원환자, 외래환자, 심지어 응급실을 방문한 환자도 대상이다. 하종원 병원장의 데이터 경영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의료현장에서 수집 가능한 다양한 데이터를 모아 병원지표분석포털을 완성했다. 병원지표분석포털 데이터를 실무자들이 업무에 사용할 수 있도록 현장에 대시보드도 설치했다.

하 병원장은 “병원은 제한적인 자원으로 최고의 치료를 제공해야 한다”며 “병원지표분석포털은 의료진의 신속한 의사결정을 돕고 환자 흐름을 관리할 수 있어 병원 과밀화 해소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하종원 병원장이 자랑스러워 하는 업적 중 하나는 ‘클리니션 어워즈(Clinician Awards)’와 ‘너싱 히어로(Nursing Hero)’ 상을 제정한 것이다. 병원을 위해 헌신한 의사와 간호사를 기리기 위한 상이다. 환자를 위해 세브란스의 가치를 실현한 의료진을 치하하기 위해 만들었다.

하 병원장은 ‘가치의 선순환’을 신봉한다. 의료진의 만족은 환자를 향한 친절로 이어진다. 환자와 보호자는 친절한 의료진에 신뢰를 보내고 의료진도 이러한 환자와 보호자의 태도에 보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구성원을 향한다는 것은 곧 환자를 바라본다는 의미다. 하 병원장은 “현장에서 환자를 직접 만나는 의료진의 얼굴이 곧 환자가 갖는 병원의 인상”이라며 “환자 가치의 기저에는 의료진이 있는 만큼 의료진을 위한 노력도 잊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은 현재의 수준에 만족하지 않고 환자 만족도 제고를 위한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웨이트 레스(Wait-less)’는 환자가 치료를 받기 위해 대기하는 시간을 줄여 긍정적인 환자 경험을 제공하자는 프로젝트다. 주차장, 검사실, 주사실, 채혈실 등에 특정 요일과 시간대에 환자가 집중하는 문제가 있었다. 세브란스병원은 대기시간을 줄이기 위해 병원 전체 최적화에 돌입했다.

또 다른 세브란스병원 다이어트 대상은 종이(paper)다. 수술, 검사 동의서 등 병원에서 사용하는 종이 서식은 1,000개에 이른다. 이렇게 다양한 종이 문서는 환자 불편은 물론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 등 부수적인 문제도 따른다. 세브란스병원은 SMS, 카카오알림톡, 앱 등을 다양하게 활용해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고 있다. ‘페이퍼 레스(Paper-less)’ 병원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세브란스병원 곳곳에 녹인 하종원 병원장의 경영 철학은 국제적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국제병원연맹(IHF)은 지난해 130개국 2만여 의료기관 중 최고의 병원에 수여하는 ‘김광태 박사상-금상’에 세브란스병원을 선정했다. 국제병원연맹은 세브란스병원이 데이터에 기반해 지속성장이 가능하며 ‘환자 가치 극대화 추구’라는 의료문화를 개척해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병원장으로서의 수상도 잇따르고 있다. 하 병원장은 지난 4월 종근당 존경받는 병원인상 CEO 부문을 수상했다. 이 상은 종근당이 대한병원협회·병원신문과 함께 병원계 발전에 공헌한 병원인을 선정해 시상하는 상이다. 지난해 6월에는 한국표준협회(KSA) 주관 ‘2022 소비자웰빙환경만족지수(KS-WEI)’ 인증식에서 가치공로상을 수상했다. 의료진과 함께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환자들의 만족도를 높인 공로를 인정받았다.

하종원 병원장은 “병원 가치는 환자가 병원에서 얼마나 좋은 의료 경험을 하느냐인 환자 가치가 좌우한다”며 “‘환자 가치 극대화 추구’를 병원 경영의 가운데에 두고 환자는 물론 구성원, 사회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세브란스병원으로 가꾸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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