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 보고 의무화 행정예고에 의료계 분노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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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급여 보고 의무화 행정예고에 의료계 분노 확산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2.12.20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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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이어 시도의사회 및 대개협 등 보고 의무화 중단 촉구
지나친 환자 개인정보 제공 및 의료 질 저하 문제 등 우려
이미지출처: 픽사베이.

비급여 보고 의무화 행정예고에 의료계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에 이어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 대한개원의협의회, 전라남도의사회 등의 각 지역 및 직역 단체가 연달아 반대 성명을 발표하고 있는 것.

앞서 보건복지부는 의료법 제45조의2 개정에 따라 비급여 보고제도의 세부적인 사항을 규정한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보고 및 공개에 관한 기준 고시개정안’을 12월 16일자로 행정예고했다.

이와 관련 대한의사협회(회장 이필수)는 즉각 반대 성명을 발표하고 복지부의 행정예고 중단을 촉구했다.

의협은 “정부는 건강보험제도 도입 당시 전 국민과 모든 의료기관을 강제로 편입시켜 저수가·저급여로 시작한 우리나라 의료수준이 지금의 의료선진국이 되기까지 비급여가 중대한 기여를 했음에도 이러한 순기능적인 측면은 무시한 채 마치 비리와 사회악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통제하려 하고 있다”며 “비급여 제도의 붕괴는 최근 그 중요성이 강조되는 필수의료의 몰락보다 더 치명적인 의료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회장 이광래)도 성명을 발표, 그간 의료계가 비급여 보고제도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및 직업수행의 자유 등 환자와 의료인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자유시장경제 질서를 부정하는 관치의료적 발상임을 반복적으로 지적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강행한 것에 분노했다.

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는 “비급여 진료행위는 상대적으로 필수의료가 아닌 진료에 대해 의사와 환자 간 자율적인 선택에 따른 결정으로, 이미 의료기관 내부 및 홈페이지에 진료비용을 환자가 충분히 알 수 있도록 고지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민감한 의료정보까지 수집·활용하겠다는 것은 개인의 기본권보다 관리 측면에서의 비급여 통제를 우선시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또한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해 비급여를 통제하게 되면 시장의 자율성을 무너뜨려 의료기관 간 가격경쟁과 환자유인을 유도하며 환자와 의료기관 사이에 신뢰 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해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를 초래할 것이라는 게 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의 설명이다.

실제로 2002년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위헌 소송 당시 헌법재판소가 ‘당연지정제 합헌 결정의 근거’로 비급여 진료를 인정한 것을 고려하면, 정부의 이번 ‘비급여 보고제도 의무화’ 강행은 헌재의 당연지정제 합헌 결정의 근거를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꼬집은 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다.

대한개원의협의회(회장 김동석)도 같은 날 비급여 보고 의무화 추진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대개협은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국정과제 점검 회의에서 환자에게 제공하는 진료 및 고가 처치 등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의사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고 발언했음에도 바로 같은 날 비급여 보고제도 고시를 강행하겠다고 발표한 보건복지부가 과연 대한민국 정부 부처가 맞는가 하는 의심마저 들게 한다고 일갈했다.

현재 대개협은 비급여 보고에 관한 법 개정에 대해 위법성을 따져 헌법소원을 주도하고 있는데, 비급여 보고에서 정부가 지나치게 상세한 개인정보를 요구하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대개협은 “복지부가 보고하라는 내용 안에는 비급여 항목의 비용뿐만 아니라 진료 건수, 진료대상이 된 질환, 진료할 때 실시한 주요 수술 및 시술의 명칭 등이 포함돼 있어 단순한 정보 제공의 차원을 넘어서고 있다”며 “공공연하게 정부 기관을 통해서 개인의 진료 정보를 포함한 개인정보 유출이 문제가 되는 가운데 개인정보보호를 강화하긴커녕 또 다른 위험 요소를 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대개협은 이어 “비급여 진료는 일부 의료 정책에 관여하는 이들이 생각하는 사회악이 아니다”며 “오히려 필요 없는 제약을 없애고 합리적인 비용 결정의 테두리만 제시해 다양한 영역에서 의료행위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각 지역 의사회의 개별 성명서도 이어졌다.

전라남도의사회는 “의료기관마다 의사의 실력·인력·전문성·설비투자·부가서비스 등이 다른데도 이러한 개별 특성을 무시한 채 단순히 비급여 항목의 가격 비교만 한다면 국민들은 값싼 진료비를 찾아 의료기관 쇼핑에 나서게 될 것”이라며 “이 허점을 이용해 값싸 보이는 진료비로 환자를 유인하고 다른 것으로 바가지를 씌우는 부도덕한 사무장 병·의원들이 난립해 의료영리화를 가속화하고 의료질서를 저해하면 경국 가장 큰 피해자는 국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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