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채권자대위권 불허 판결…병원 괴롭힘 줄어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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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채권자대위권 불허 판결…병원 괴롭힘 줄어들까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2.09.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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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맘모톰 시술 실손보험사 상고 기각…“환자 대신 반환청구 못 한다”
트리암시놀론 치료 관련 보험금반환 청구소송도 최근 비슷한 판결 내려
법조계, “무분별한 소송 제동 의미 있지만, 하급심 소송은 계속될 것” 예상
(사진출처: 연합)
(사진출처: 연합)

의료기관(의사)을 상대로 한 실손보험사들의 무분별한 채권자대위 소송에 대법원이 연이어 제동을 걸면서 향후 병원계의 시름이 줄어들지 주목된다.

대법원은 최근 실손보험사들의 민·형사 남발 횡포에 많은 부담을 안고 있던 병원계에 의미 있는 판결을 일주일 간격으로 내렸다.

8월에만 2건이 판시된 ‘트리암시놀롬’ 치료와 ‘맘모톰’ 시술 관련 소송이 그것이다.

우선, 8월 25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트리암시놀론 치료와 관련된 실손보험금반환 청구소송(채권자대위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보험사)의 일부 승소를 판결한 원심을 뒤집고 ‘파기자판(원심판결을 취소하고 사건 소를 각하하는 것)’을 내렸다.

채권자대위권은 직접 돈을 요구하지 않으면 보험사가 권리를 지키지 못할 위험이 있거나, 가입자(피보험자)들이 재산이 없는 등 보전 필요성이 인정될 때만 특별히 허용된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은 “피보험자가 위법한 임의비급여 진료 행위를 이유로 부당이득반환채권을 갖는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이를 행사할지 여부는 피보험자의 의사에 달려있다”며 “피보험자는 무자력이 아닌 한 그 행사 여부를 직접 결정할 권리를 지닌다”고 강조했다.

즉, 피보험자들이 무자력이라는 주장 또는 증명이 없고 원고(보험사)가 피보험자들의 피고(의료기관)에 대한 권리를 대위해 행사하지 않으면 자기 채권의 와전한 만족을 얻지 못할 위험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피보험자인 환자와 의료기관 간 진료계약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진료비 반환 여부는 환자가 결정할 권리”라며 “채권자대위권의 존재 의의와 행사 범위를 분명히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비슷한 내용의 또 다른 대법원 판결이 8월 31일 이어졌다.

이날 대법원은 ‘초음파 유도하 진공보조장치를 이용한 유방 양성병변 절제술(맘모톰 시술)’과 관련한 채권자대위 소송에 ‘보험사는 채권자대위 자격이 없다’고 선고했다.

해당 소송은 트리암시놀론 채권자대위 소송과 1·2심 결과가 다소 달랐다.

앞서 A보험사는 B병원의 맘모톰 시술 100여 건을 문제 삼아 총 1억4,000만 원을 반환하라며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방법원은 A보험사의 소송이 채권자대위권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각하 판시했다.

하지만 A보험사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2심에서도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심 판결을 인용하며 A보험사에게 채권자대위 자격이 없음을 재차 강조했다.

이후에도 A보험사는 포기하지 않고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결국 대법원이 상고까지 기각하며 긴 소송의 끝이 났다.

(사진출처: 연합)
(사진출처: 연합)

맘모톰 시술 관련 소송의 경우 의료계의 발 빠른 대처가 빛을 본 사례로 평가된다.

대한병원협회(회장 윤동섭)는 2019년 7월 실손보험사의 맘모톰 소송 및 분쟁이 증가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한 TF를 구성하고 신고센터를 운영한 바 있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이필수)도 2019년 6월 성명서를 통해 국민 건강과 의료계를 보호하고 대기업의 횡포에 물러서지 않겠다고 선포했다.

이번 2건의 대법원 판결은 피보험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보험사가 의료기관(의사)에게 보험금 반환청구를 환자 대신 할 수 없다고 한 것에 의미가 깊다는 게 법조계의 해석이다.

정혜승 변호사(법무법인 반우)는 “법원이 실손보험사의 무분별한 소송 남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사실상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결과”라며 “비슷한 분쟁이 있을 수 있겠지만, 최소한 채권자대위 소송은 남발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 하급심 소송들이 일제히 중단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내다본 정 변호사다.

정 변호사는 “다른 보험사들이 이번 대법원 판결과 달리 자신들의 채권자대위권에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역설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며 “아울러 채권을 양수받아 제기한 양수금 소송, 임의비급여 진료행위 자체가 불법행위라고 해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 등은 계속 진행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의료계도 연이은 대법원의 일관된 판결에 환영과 공감의 뜻을 보이는 분위기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의사들의 최선의 진료를 방해하고 괴롭히는 실손보험사들의 행태에 경고를 내린 것과 마찬가지”라며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일선 병·의원들이 비슷한 소송 때문에 힘들거나 부담을 갖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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