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종욱 WHO사무총장 장례미사 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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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이종욱 WHO사무총장 장례미사 거행
  • 윤종원
  • 승인 2006.05.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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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건강을 위해 스스로를 돌보지 못한 사람이 성당의 제단 위에 누워 있었다. "희생의 제단"이었다.

고(故) 이종욱(李鍾郁)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유족들과 그의 평생 직장이었던 WHO 직원들이 오열하는 가운데 그가 피땀을 바친, 소중한 일터였던 제네바와 마지막 작별 의식을 가졌다.

유족들의 희망에 따라 WHO의 주관으로 24일 12시 30분(현지시간) 제네바 도심의 노트르담(성모) 성당에서 치러진 장례식에는 WHO를 포함한 유엔 산하 국제기구들의 수장들과 직원, 각국 보건장관과 외교사절, 지인들이 대거 운집했다.

장례식은 실바노 토마시 주교가 집전하는 가톨릭 미사 형식으로 1시간 30분 가량 거행됐다. 미사 후반부에는 아들 충호(28)씨가 조사를 통해 고인은 "가정이나 직장에서 100%의 노력을 다했다"며 부친의 생전 모습을 소개했다.

이어 WHO대표, 한국의 조문 사절인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노무현 대통령이 보낸 조화가 놓여 있는 제단에 올라 고인의 발자취를 기리는 조사를 낭독했고 최혁주 제네바 대표부 대사 내외와 리철 북한 대표부 대사(주 스위스 대사 겸임) 일행이 나란히 자리를 한 채 숙연히 이를 경청했다.

유 장관은 "고인은 그의 업무가 단지 유엔 조직의 일이 아니라, 질병으로 고통받은 전 세계인과 관련된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면서 "정치인, 외교관은 물론이고 고통받는 고아들, 피곤한 현장 직원들의 말에도 귀를 기울였다"고 말했다.

리철 대사는 고 이총장이 "조선민족의 도덕과 신의를 겸비한 분, 말없이 진심으로 많은 걸 공헌한 분이며 제네바 외교계에서는 존경을 받고 있었다"고 말했다.

리 대사는 "고인이 자기 직원들을 인간답게 대해줬다"며 "WHO 성원들이 그리 슬퍼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리 대사는 고인이 WHO총장직에 도전할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적극 도와줄 것을 지시한 바 있으며 이번 비보를 접하면서 북한 보건부장의 명의로 조전도 보냈다고 소개했다.

바깥의 하늘은 야속하게도 화창했지만 성당 안은 무겁고 엄숙한 지배하고 있었고 곳곳에서 WHO 여직원들의 흐느낌과 눈물을 참는 소리가 들렸다.

고인이 아꼈던 마거릿 첸 WHO사무차장(전 홍콩 보건부 장관)도 연신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었다.

제네바 외교공관과 국제기구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직원들은 고인의 떠남에 허탈해 했다. 한 한국인 조문객은 앞으로 10년 안에 국제기구를 이끄는 "거인"이 나올수 없다고 말했다.

고인의 시신은 장례 미사를 마친 뒤 다시 제네바 칸톤 병원 부근의 영안실에 안치됐으며 서울로 운구되기 앞서 화장될 예정이다. 시신은 27일 에어 프랑스 항공편으로 제네바와 파리를 거쳐 28일 오전 7시께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고 이총장의 미망인 가부라키 레이코 여사와 아들 충호씨, 누나 이종원씨, 동생 이종오 명지대 교수(국무총리실 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등 유족들은 장례 미사를 마친 뒤 화장과 운구를 위한 현지 행정절차가 마무리되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

이종오 교수는 고인의 시신이 29일 서울에서 영결식을 가진 뒤 곧바로 대전 국립묘지 묘역에 안장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망인인 레이코 여사는 고인을 위해 헌금하려는 사람들은 이를 페루 수도 리마에 있는 자선단체 "소시오스 엔 살루드"에 직접 보내주거나 자매단체인 "파트너스 인 헬스"를 통해 전달할 것을 부탁했다고 WHO는 덧붙였다.

레이코 여사는 제네바에 거주하지 않고 페루의 자선단체에서 봉사활동을 벌여왔다. 레이코 여사는 일년에 몇 차례 정도만 제네바 외곽의 니용에 있는 아파트로 돌아와 고 이총장을 만나곤 했다.

신영수 서울대 의대 교수를 포함해 고 이총장과 가까웠던 지인들은 고인의 업적이 쉽게 잊혀져서는 안된다는 점에 공감하고 기념재단을 설립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조의금에 의존치 않고 WHO사업에 호의적이었던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와 같은 다국적 기업들의 자금을 지원받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면서 국내 기업의 호응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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