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화된 코로나19, 이제는 '우울증'과의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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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화된 코로나19, 이제는 '우울증'과의 싸움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1.11.12 15: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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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 코로나19 우울증 주제로 전문가 토론회 실시
소통과 지지체계 중요성 강조…심리적 방역 검토 필요성도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으로 우울증을 겪는 국민이 증가하면서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건강을 돌보는 방법을 찾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특히, K-방역의 주역인 의료인력들이 장기화된 코로나19 사태에 신체 피로감이 쌓이면서 번아웃 증후군 등 정신적으로도 무너지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진단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KMA-TV를 통해 코로나19 우울증을 주제로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백종우 경희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정재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아주편한병원장), 박수현 의협 홍보이사 겸 대변인이 출연했다.
 

코로나 우울증 증가와 자살과의 관계 무시할 수 없다

사회가 급변하고 개인화되면서 스트레스 수치가 전반적으로 상승했는데,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라는 감염 재난이 발생해 국민의 불안 정도가 더 높아졌다.

정재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아주편한병원장)
정재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아주편한병원장)

감염 재난은 죽음이라는 공포와도 연관돼 있기 때문에 일반 국민, 특히 생활치료센터에서 불안감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재난이 발생했지만, 재난의 성격에 따라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의 수도 제각각이다.

수천 명의 생명을 앗아간 9.11 테러보다도 상대적으로 인명 피해가 적었던 홍콩 사스가 주변 사람과의 단절, 취약한 의료 접근성 등으로 인해 우울증이 지속되면서 자살률이 더 높았던 것이 그 예다.

보통 재난 초기에는 함께 이겨내자는 분위기 속에서 재난 상황을 견뎌낼 수 있지만, 코로나19는 장기전이 되고 있어 지금부터가 우려된다는 게 전문가들으 지적이다.

실제로 메르스 확진 환자들의 스트레스 정도를 1년 후에 조사한 결과, 약 40%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해당할 만큼 감염 재난은 장시간 고통을 줄 수 있다.

개인의 성향이나 체력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우울증의 정도나 기간에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정도와 상관없이 누구라도 언젠가는 한계치에 도달하게 되며 감염 재난이 장기간 계속된다면 국민 대다수에게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10~20대, 장애인, 1인가구, 노인, 여성 등이 우울증 취약

최근 OECD 통계에 따르면 국내 우울증 유병률은 OECD 국가 중 1위다.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의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에서도 국민 우울척도가 코로나19 이전보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척도가 20점 만점에 10점 이상일 경우 보통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데, 그 비중이 올해 3월에는 24%대를 기록했고, 자살을 생각해본 적 있다는 사람이 17%가량을 기록하는 등 상당히 위험한 수준으로 확인됐다.

물론 이는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로 파악된다.

특히 1인 가구나 정신과 질환을 갖고 있던 사람은 감염 재난에 유독 취약하다.

지지체계를 확보하고 주변 사람들과의 원활한 소통이 중요한 이유다.

아울러 조금이라도 정신과 증상을 겪고 있는 사람이라면 전문가와의 상의를 통해 조기 치료적 개입을 받는 것이 핵심이다.

코로나 우울증과 일반 우울증의 진단 차이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증상에 있어 큰 차이는 없다는 게 현재까지의 전문가 의견이다.

다만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관계 감소가 가장 두드러지는 우울증 유발요인이라고 볼 수 있는데, 따라서 사회적 활동이 가장 활발한 10~20대, 장애인, 노인, 1인 가구, 비정규직 여성, 양육과 돌봄부담이 큰 여성 등이 코로나 우울증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파악된다.
 

코로나 우울증의 문제와 해결방법은?

코로나 우울증이 가장 우려되는 이유는 자살률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비록 자살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우울증을 겪는 개인의 사회·경제 활동에 제약을 주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사회적 손실을 초래한다.

자살을 막기 위해서는 주변에서 ‘경고 신호’를 잘 알아채야 하는데,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하거나, 우울증으로 인해 학업과 업무에 어려움을 겪는 변화가 생기고, 뜬금없이 감사의 표현을 하는 행동 등은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경고 신호를 파악해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자살예방 생명지킴이 교육’ 등을 통해 자살 위험에 처한 주변 사람들을 구할 수 있다.
 

정신건강의학과의 사회적 인식 전환 필요

인식이 많이 바뀌긴 했지만, 아직도 정신건강의학과의 문턱이 높은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에는 자살예방센터와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의 시스템이 마련돼 있어 병원을 찾기 전에 간단한 상담을 받아볼 수 있다.

백종우 경희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백종우 경희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치료비가 부담되는 사람들을 위해 각 지자체마다 치료비를 지원하는 사업도 진행 중이다.

병원 진료기록은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본인 동의 없이는 외부로 유출될 우려가 없기에 안심하고 국가와 병워니 마련한 다양한 시스템을 활용하는 게 좋다.

최근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심리지원단’은 일반 국민의 수요가 굉장히 증가했는데, 도움을 거리낌 없이 요청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점에서 희망적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코로나19 이후에도 다른 형태의 재난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신체 방역 시스템뿐만 아니라 심리적 방역 시스템이 동시에 가동돼야 한다.

국민 입장에서는 혼자 감당하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힘든 감정을 나눌 수 있는 크고 작은 공동체 시스템을 통해 소통하면서 이겨내는 것이 좋다.

스스로 위험 징후가 나타났다고 판단되면, 보건소나 정신건강의학과의 문을 두드디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소외된 국민과 K-방역 주역 돌보는 시스템 가동해야

단계적 일상회복은 대부분의 국민이 환영하겠지만, 그 자체가 새로운 변화라고 볼 수 있어 변화를 스트레스로 받아들이는 국민도 있다는 게 문제다.

즉, 단계적 일상회복 상황에서 소외돼 외로움과 우울감이 더 커지는 사람들을 위해 깊은 관심이 필요한 때인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방역과 진료의 일선 현장에 있는 의료인력에 대한 심리적 방역이 시급하다.

이들은 약 2년동안 책임감과 사명감 하나로 버텼는데, 최근 보건소 방역 인력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서 우울 위험군이 33%이상으로 나타났다.

즉, 코로나19 장기화로 방역 인력의 피로감이 점점 커지면서 번아웃 증후군에 놓이기 직전인 것.

의료진이 무너지면 방역 시스템도 유지될 수 없기 때문에 K-방역을 위해 힘쓴 일선 현장 인력과 심리상담소를 연계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전반적인 재점검이 필요하다.
 

서로 간의 위로와 지지로 재난 상황 이겨내길

정재훈 전문의는 “재난 상황에 따라 세부적으로 적용하는 대응 매뉴얼을 재점검해야 할 시점”이라며 “심리적인 부분이 신체의 면역력에도 영향을 줘 결국 방역에도 작용하니 심리적인 피해를 최소화 해 재난 감염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심리적 방역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수현 의협 홍보이사 겸 대변인

그는 이어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절망감까지도 느낄 수 있는 때가 왔다”며 “개인적으로 어려운 점을 주변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필요하다면 보건소나 정신건강의학과 방문도 권유한다”고 덧붙였다.

백종우 교수도 “정부에서 추진하는 모든 정책 수립은 국민의 마음을 먼저 들여다봐야한다”며 “코로나19를 함께 이겨내 새로운 방향을 알려주는 의미 있는 시기가 될 수 있도록 다 같이 노력하자”고 전했다.

박수현 홍보이사 겸 대변인은 “지금의 상황과 가장 비슷한 장소가 응급실”이라며 “응급실에는 환자들이 불안과 걱정, 두려움 등으로 감정적인 표출을 하는데 이것은 도와달라는 신호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 말 한마디가 어떤 사람의 인생에 중요한 순간이 될 수도 있다”며 “차분히 들어주는 자세, 따뜻한 말 한마디를 전하는 마음 등 사회적 변화가 필요한 순간이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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