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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증후군 검진사업, 예산만 축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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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증후군 검진사업, 예산만 축낸다
  • 최관식 기자
  • 승인 2021.08.09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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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의료계 내부에서는 물론 OECD도 실효성 없다는 이유로 폐지 촉구
‘생활습관병’ 용어도 부적절…개인책임 묻기보다 사회환경 개선 선행돼야

일본 의료계 내에서 ‘생활습관병(life style disease)’이라는 용어의 적절성 여부와 이를 토대로 수행되는 건강검진 사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

생활습관은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지 궁극적인 목표가 아니며, 또 이를 토대로 운영되고 있는 대사증후군 건강검진사업 역시 비용 대비 효과가 없다는 게 이같은 주장의 골자다.

일본 의료계는 국가 차원의 대사증후군 검진사업을 실시하기 전부터 이를 알고 있었지만 건강진단회사나 검사업체가 굉장한 이익을 얻는 이권사업이기 때문에 20년씩이나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규식 건강복지정책연구원장(이영숙 비상임연구위원)은 최근 이슈페이퍼 ‘일본의 생활습관병 및 건강검진사업에 대한 비판’을 통해 일본 동경대학 대학원 행동사회의학 강좌 하시모토 히데키 교수가 ‘BuzzFeed’라는 포털의 일본어판에서 이와나가 나오코 편집장과 대담한 내용을 소개했다.

이 대담에서 히데키 교수는 “생활습관은 자신의 미래를 바꾸는 좋은 도구임에는 틀림없지만 그 도구에 구속되지 않아야 한다”며 “우리는 생활습관 그 자체를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님을 인식해야 하며, 많은 환자 가운데 그 도구를 사용할 환경이 갖춰져 있지 않은 사람도 있으므로 도구 때문에 그러한 사람들이 소외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개인의 노력이나 의지도 중요하지만 소득수준이나 취업조건 등 주변 환경에 따라 불가피한 상황도 있을 수 있는 만큼 개인에게 일차적인 책임을 돌리기보다 ‘넛지’ 등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고 히데키 교수는 주장했다.

히데키 교수는 특히 당뇨병이나 심근경색, 뇌졸중 등에서 생활습관이 발병의 발단은 될 수 있지만 발병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라는 주장과 함께 개인의 무절제한 생활습관이 병을 초래한 것처럼 낙인을 찍을 경우 저위험군의 많은 사람들은 이를 예방하려는 인식조차 사라지는 문제, 즉 예방의 역설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사증후군 질병은 생활습관보다 유전적 요인이 엄청나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2019년 일본정부에 대해 대사증후군 건강검진을 그만 두는 것이 좋겠다는 제안을 하기에 이르렀고, 2020년에는 대사증후군 건강검진의 효과를 부정하는 논문도 잇달아 발표된 바 있다고 히데키 교수는 소개했다.

일본에서 생활습관병이라는 용어가 공식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1996년 ‘성인병’이라는 용어를 대체하면서부터고, 본격적인 대책이 마련된 것은 2000년 발표된 ‘건강일본 21’ 계획부터다. 건강일본 21은 1990년 미국 보건부의 ‘건강증진 10개년 계획(Healthy People 2000)’을 모방한 일본판 건강증진계획이다.

건강일본 21은 후생노동성 건강국 내 ‘생활습관병 대책실’이 주도해 생활습관병의 1차 예방에 중점을 두고 △식생활·영양 △신체활동·운동 △휴양·마음의 건강 만들기 △흡연 △음주 △치아 건강 △당뇨병 △순환기병 △암 등 9개 분야에 대한 수치 목표를 정해 국민건강 만들기 운동을 추진했다.

일본 정부는 건강일본 21을 통해 2005년 7천억엔, 2025년 2조 2천억엔의 의료비 절감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OECD는 물론 2020년 말 일본 정부 내 ‘행정개혁추진회의’도 사업효과에 대한 검증 후 기본방향을 재검토하라는 요구를 내놓고 있다.

건강의 자기책임론에 방점을 둔 이 정책은 정부 혹은 사회의 환경 개선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고, 특정건강검진을 지속하면서 관련 예산만 축내고 있다고 히데키 교수는 지적했다.

한편 히데키 교수는 생활습관병이라는 용어를 대체할 적절한 표현으로 국제적인 공식용어인 ‘비감염성 질환(Non-communicable disease, NCDs)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규식 원장은 “우리나라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광범위한 건강검진사업이 실시되고 있으며, 2019년에만 건강진단에 1조 6천억원 이상이 지출됐다”며 “우리나라도 일본에서 제기된 문제에 관심을 갖고 건강검진사업의 비용-효과와 함께 검진사업의 개선점 검토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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