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은 척추병원 전쟁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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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은 척추병원 전쟁터
  • 박현
  • 승인 2006.05.16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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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경쟁보다 치료법 개발과 수술에 신중 기해야
서울 강남 일대에서 척추질환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병원들 사이에서 환자유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특히 원조격인 우리들병원(이사장 이상호)의 성공신화에 힘입어 21세기병원(원장 성경훈), 나누리병원(원장 장일태), 안세병원(원장 안동원), 광혜병원(원장 박경우), 조은병원(원장 도은식), KS병원(원장 김석준), 강남베드로병원(원장 윤강준), 여러분병원(원장 김정수) 등이 개원한 데 이어 최근 시너지병원(원장 김원중)이 문을 열어 경쟁은 더욱 치열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이 전개되자 한 병원 관계자는 서울 강남 지역에 "척추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들 척추전문병원의 특징은 척추전문병원의 대명사가 되어 버린 우리들병원을 꼭지점으로 하고 지난해 9월 척추전문병원을 개설한 영동세브란스병원을 중심으로 청담동, 논현동, 서초동, 반포동 등에서 불과 3∼4㎞ 거리에 부챗살 모양으로 포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편 국민건강보험공단 부설 건강보험연구센터가 2002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병·의원이 척추수술을 한 뒤 청구한 22만5천229건의 요양급여비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척추수술은 2002년 4만1천573건, 2003년 5만6천484건, 2004년 6만6천933건, 지난해 1∼9월 6만239건 등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부 환자의 경우 자연 치유의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술요법 등 과잉진료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분석도 내놨다. 결국 너무 많은 척추전문병원들이 경쟁하다 보니까 과잉진료가 발생했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척추전문병원의 원조는 단연 우리들병원이다. 그 동안 강남 개원가에서 척추치료 부문은 우리들병원 이상호 원장이 주도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들병원은 현재 병원뿐만 아니라 제약사(2004년 3월 수도약품을 인수) 등 15개회사를 보유한 헬스케어 분야 기업그룹으로 성장할 토대를 마련했다. 부산과 김포공항 분원 등 5개 병원을 운영하고 있으며 암병원도 개원한다는 계획이다.

강남의 몇몇 병원들은 우리들병원 출신들이 운영하는 병원들이다.

이 병원 출신인 21세기병원 성경훈 원장, 이익모신경외과 이익모 원장, 여러분병원 김정수 원장 등(이상 신경외과)이 분가한 데 이어 정형외과 전문의인 남기세 원장(KS병원 척추센터 원장)과 김원중·정의룡 원장(이상 시너지병원) 등이 모두 병원을 개원한 상태다.

이러한 가운데 대학병원에서는 "과잉 척추수술" 자정운동을 벌이고 있다. 척추전쟁으로 불리는 개원가와 달리 대학병원에서는 척추질환 진료를 맡고 있는 교수들이 척추포럼을 운영하며 "과잉 척추수술"에 대한 자정운동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척추포럼은 일부 병원에서 멀쩡한 환자를 수술하거나 이상한 치료를 하고 턱없이 비싼 수술비를 받고 있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탄생했다는 게 "척추포럼"의 주장이다.

이 모임에는 정형외과에서 신병준(순천향의대), 이춘기(서울의대), 이춘성(울산의대), 이환모(연세의대), 하기룡(가톨릭의대), 김동준(이화의대) 교수가 참여하고 있다. 또 신경외과에서는 어환(성균관의대), 윤도흠(연세의대), 오성훈(한양의대), 김영백(중앙의대), 신원한(순천향의대), 성주경(경북의대) 교수 등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척추포럼은 앞으로 일부 병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과잉 및 오남용 척추질환 수술사례를 감시하는 한편 일반인들이 척추질환을 제대로 알 수 있도록 대국민 강좌를 지속적으로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일부 대학병원 교수들이 개원가의 척추수술에 대해 과잉진료 의혹을 제기하고 있지만 개원가에서는 "환자들이 몰린다고 해서 과잉진료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특히 개원가에서는 이미 "바른 척추연구회(회장 장일태)" 등을 통해 환자들에게 적합한 치료법을 공동 연구하는 있는 상황에서 마치 개원가가 돈이 되는 수술에만 매진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은 오해라는 입장이다.

바른 척추연구회는 지난 1998년 "최소절개", "간단한 치료" 등의 새 치료법들이 봇물 터지듯 나오던 시기에 결성됐다. 현재는 약 31개 병원의 척추 전문의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서울지역 뿐 아니라 목포 등의 지방에서도 참여하며 약 56명의 척추 전문의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비교적 대규모의 모임으로 자리잡고 있다.

매월 셋째주 목요일에 모임을 갖는 이 연구회는 매회 의사의 섣부른 판단이 혹시 치료결과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는지 겸허하게 돌이켜보고 대안을 제시한 다는 게 연구회측의 설명이다. 때문에 연구회는 이 모임이 보기 드문 의사들의 "반성모임"이라고 소개한다.

바른척추연구회 회장인 나누리병원 장일태 원장은 “지난 한달간 치료 케이스가 나빴던 자신의 환자를 고백하는 시간”이라며 “원인을 찾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수십 명의 의사가 한 환자의 회복을 위해 머리를 맞댄다”고 말했다.

사과장수 많은 곳에서 사과가 잘 팔린다는 말이 있다. 그리고 내가 하면 로멘스이고 남이 하면 스캔들이라는 말도 있다.

강남지역에 많이 몰려 있는 척추수술 전문병원들의 환자유치 경쟁은 어쩜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나친 경쟁으로 인해서 환자들이 피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그리고 대학병원 의사들이 주도하고 있는 척추포럼도 무조건 개원가의 수술법이 잘못됐다거나 과잉진료라고 하기에 앞서서 대학교수와 개원가의 의사가 함께 참여해서 토론을 통해 의학발전을 도모하는 게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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