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병원계 이슈-간호단독법 및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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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병원계 이슈-간호단독법 및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 병원신문
  • 승인 2021.07.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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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승 법무법인 반우 변호사

의사가 상주하지 않는 환경 또는 의료기관 외 다양한 영역(장기요양기관, 노인복지관, 보건소, 가정 등)에서 노령인구 등을 상대로 한 의료서비스가 확대되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의료기사와 간호사(간호조무사)에 대한 법률 제·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다.

의료기사에 대한 개정안은 남인순의원이 2021. 5. 17. 대표발의한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제10163호)이고 간호사(간호조무사)에 대한 법률 제정안(이하 ‘단독간호법’이라 함)은 최연숙의원이 대표발의한 간호·조산법안(의안번호 제9127호), 김민석의원이 대표발의한 간호법안(의안번호 제9193호), 서정숙의원이 대표발의한 간호법안(의안번호 제9153호)이 있다.

의료기사에 대한 개정안을 우선 살펴보면, ‘의료기사를 의사나 치과의사의 지도 아래에서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사람으로 한정하는 것은 과잉규제’이며, ‘지역사회에서 의사가 상주하지 않는 환경에서 의료기사가 거동이 불편한 중증장애인과 노인 등에 대한 서비스를 원활히 제공하기 위해서’는 제도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제안이유이다.

그러나 ‘과잉규제’라는 제안이유부터 동의하기가 어렵다. 의료기사로 하여금 의사의 지도하에 업무를 수행하도록 한 것은 어디까지나 국민 일반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한 것이고, 가급적 진료의 전 과정을 의사가 직접 수행하게 하는 것이 당연히 국민에게는 이로운 길이다.

그러나 의사가 의료행위의 전 과정을 일일이 할 수 없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의료기사제도를 만들어 의료행위의 일부를 의사의 지도 하에 분담하게 한 것이 바로 의료기사제도의 제정 취지이다.

이 점에 대해서 대법원은 오랫동안 일관하여 “의료인만이 할 수 있도록 제한한 의료행위 중에서 그 행위로 인하여 사람의 생명·신체 또는 공중위생에 위해를 발생시킬 우려가 적은 특정 부분에 관하여, 그 분야의 의료행위가 인체에 가져올 수 있는 위험성 등에 대하여 지식과 경험을 획득하여, 그 의료행위로 인한 인체의 반응을 확인하고 이상 유무를 판단하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고 인정되는 사람(의료기사등)에게 면허를 부여하고, 그들로 하여금 그 특정 분야의 의료행위를 의사의 지도하에서 제한적으로 행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다.

이처럼 의료기사가 하는 행위는 본래 의사가 해야 하는 의료행위의 일부이기에 의사의 지도 없이 의료기사가 독자적으로 행위를 하는 경우 무면허의료행위로 처벌해온 것이다.

2020년 1월에도 대법원은 방사선사가 혼자 초음파 검사를 하고 검사결과까지 판독해 기재한 사건에서 의사의 구체적 지휘·감독 없이 초음파검사가 이루어졌다고 보고 의사와 방사선사 모두 무면허의료행위로 처벌한 원심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위 개정안의 입법취지대로라면 기존 대법원의 견해를 정면으로 부인하는 셈이 된다.

그리고 그동안 무면허의료행위로 평가받았던 의료기사의 독자 행위가 모두 합법화되는 결과를 낳는다. 과연 이것이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한 방향의 개정인지는 지극히 의문이다.

또한, 의료기사법 개정안은 ‘지역사회에서 의사가 상주하지 않는 환경’을 전제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까지 예정하고 있다. 이는 현재 대법원의 판례에 따를 때 명백한 무면허의료행위를 합법화하는 것이며 의료기사로 하여금 약사와 같이 단독 개업을 가능하게 하는 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의료기사와 약사는 하는 일이 다르다. 약사는 의사의 ‘처방’에 따라 단지 약을 ‘조제’하는 일을 한다. 즉, ‘처방’은 의사가 하는 의료행위이며 조제는 그와 완전히 분리된 기능적 행위이다.

반면, 의료기사가 하는 업무(진단 및 검사업무)는 그저 의료행위의 일부이다. ‘조제’처럼 기능적으로 분리해낼 수가 없는 것이며 가능하다면 의사가 직접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행위인 것이다.

따라서 의료기사가 약사처럼 단독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상황은 현행 의료법 체제 하에서는 상정하기 어렵다.

이미 1996년, 물리치료사와 임상병리사가 독자적인 영업을 가능하게 하여 달라는 취지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한바 있으나, 헌법재판소는 “당초 의료기사 제도를 둔 입법취지는 의사가 담당하는 진료와 검사업무를 보조하는 자를 일정한 시험에 합격하여 자격을 갖춘 자로 한정함으로써 국민의 건강과 위생을 보장하려는 것”이었기에 “의료기사가 국민을 상대로 독자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없도록 하고 반드시 의사의 지도하에서만 업무를 수행하도록 한 것은 그 입법목적에서 비추어 당연한 것”이라고 판시한바 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도 의료기사 업무는 국민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임을 고려할 때 의료기사 업무를 ‘지도’없이 ‘의뢰’ 또는 ‘처방’을 통해 수행하는 것으로 규정하는 것은 신중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한바 있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도 의료기사의 업무가 의사의 지도를 배제하고 독자적으로 수행되어도 될 만큼 국민의 건강에 대한 위험성이 없는 것인지 여부를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신중론을 제시하고 있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에 대한 내용을 의료법으로부터 독립, 독자법안으로 만들고자 발의된 단독간호법안들도 의료기사법 개정안과 유사한 문제가 있다. 법안들은 공통적으로 ‘인구 고령화 등에 따라 의료기관 외 다양한 곳에서 간호의 필요성이 있다는 점’과 ‘숙련된 간호사 인력을 안정적으로 수급하지 못하는 현실에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제안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간호사도 의료기사와 마찬가지로 의사의 지도 하에 환자의 진료 보조 업무를 할 수 있을 뿐이다. 판례나 보건복지부 유권해석에 따를 때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진료보조행위는 간단한 문진, 혈당측정, 채혈 등 진단보조행위, 일반적인 피하·근육·혈관 등 주사행위, 수술진행보조 및 소독보조, 혈관로 확보, 소변로 확보, 관장 등 치료보조행위, 조제나 투약을 돕는 약무보조행위에 그치며 이마저도 의사가 일반적인 지도·감독을 해야만 한다.

만약, 고도의 지식과 기술을 요하여 반드시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 자체는 아무리 의사가 지시하거나 감독을 하더라도 간호사가 시행하면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그럼에도 단독간호법안들은 간호사로 하여금 ‘진료의 보조’가 아닌 ‘진료에 필요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여 기존 의료법의 해석 및 판례의 취지와는 배치된다. 보건복지부도 이 부분에 대해 다른 직역의 업무범위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며 반대하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또한, 단독간호법안을 제정한다 하여 숙련된 간호사 인력을 안정적으로 수급할 수 있게 되는지도 의문이다. 간호사 인력이 의료현장에서 이탈하는 것은 간호사들의 업무 환경 탓이며 이는 기존 의료법 내용과는 관련이 없다.

제출된 법안들을 살펴보더라도 단지 의료법에 규정된 간호사에 대한 내용만을 분리하였을 뿐, 간호사들의 처우개선을 위한 특별한 내용이 추가된 것도 아니다. 간호사도 의료법에 따라 의료인으로 분류되고 있는바, 만약 간호사의 처우 개선에 필요한 사항이 있다면 의료법을 개정하여 의료인에게 통일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굳이 단독간호법을 만들어야 한다면 의료법에 따라 간호사에게 적용되던 규정이 모두 단독간호법에도 있어야 하는데 제출된 제정안들을 살펴보면 일회용 의료기기 재사용 금지의무, 요양방법 지도의무,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행위를 해야 하는 의무에 대해서는 누락된 것도 확인할 수 있다.

노령화에 따라 의료서비스의 수요가 증대할 것은 명백히 예상된다. 경우에 따라 신속하고 편리한 의료서비스 제공이 필요한 상황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의료행위는 국민의 건강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가급적 의사가 직접 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의료기사법 개정안과 단독간호법안이 과연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방향으로 제안된 것인지 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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