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포스트 코로나: 비대면 진료 어디까지 왔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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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포스트 코로나: 비대면 진료 어디까지 왔나?(3)
  • 병원신문
  • 승인 2020.07.06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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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등 만성질환 관리에서의 원격의료 필요성
유효성·안전성 증명된 시스템의 부분적 도입 시작해야
윤건호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윤건호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원격의료의 범위

의사와 환자간의 비대면 진료 아마도 원격의료와 동의어로 생각해도 될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의 범위는 매우 넓어서 전체를 두고 논의하다 보면 논의가 정리가 된다기 보다는 오히려 더 복잡해 질 수 있음으로 범위를 정하고 한가지씩 논점을 정리하여야 할 것이다. 아마도 원격의료가 포함하는 분야는 다음과 같이 나누어 볼 수 있다.

1. 만성질환을 가진 환자들에 대한 모니터링과 코칭

2. 영상 및 병리 조직 검사에 대한 판독 서비스

3. 의료 취약지역 (격오지, 교도기관, 원양어선 등) 환자에 대한 원격 진단 및 처방

4. 의료진-의료진 간의 원격 의뢰상담

5. 초진 환자에 대한 원격 진단 및 처방

6. 첨단 기기를(로봇 수술 기구 등) 이용한 원격 수술 및 다양한 시술

7. 기타

이중 2, 3, 4번은 이미 이루어지고 있으며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고 사회적인 합의도 어느 정도 된 부분이므로 이번 논의에서는 제외해도 될 듯 하다. 5번 초진환자에 대한 부분은 오진 및 예기치 못한 부작용에 대한 법적인 책임 소재 역시 확실하지 않고 어느 정도 범위의 질환에 대하여 해볼 것인가? 과연 이러한 부분에 대한 편익은 얼마나 될 것인가에 대하여 많은 실증과 연구를 통해 도입하는 것에 동의하므로 이에 대한 부분도 이글에서는 제외하고자 한다. 6번도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시도된 바 없어 논의의 대상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따라서 만성질환을 가진 환자들에 대한 모니터링과 코칭, 제한된 범위에서의 처방전 발급 등에 대하여 논의해 보고자 한다. 이제까지 많은 분야에서 원격의료의 효과성, 안전성에 대한 많은 논란이 있었으나 만설질환 환자들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코칭, 만성질환 예방을 위한 생활 습관 교정 및 원격 심리 상담 등은 그 효과와 비용-효율성이 어느 정도 이미 입증된 바 있어 현 시점에서 도입은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이미 만성질환 관리 수가 시범 사업이 현장에 적용되고 있으므로 또다시 이에 대한 논의를 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 것인지는 많은 의문이 있다.

우선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것은 새로운 시스템의 세세한 문제점이 아니라 과연 이러한 혁명적인 변화가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러한 주제를 방치하고 ‘비용-효과 분석이 미흡하다’, ‘환자 정보 보호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의료 영리화의 첫 걸음이 될 수 있다’, ‘대기업에 또 다른 산업 분야 진출을 열어주려 하고 있다’ 등등의 아직 그러한 조짐조차 보이지 않는 이유 아닌 이유로 지난 20년간 소비적인 논쟁과 갈등이 계속 지속되는 것은 너무나 소모적이고 우리 사회의 변화와 혁신을 무책임하게 가로 막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우선 우리에게 원격의료가 왜 필요하고 원격의료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는지에 대해 고찰해 본다.

만성질환의 현황과 문제점

최근 건강보험공단은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만성질환자의 증가로 인하여 사회, 경제적 부담이 심각합니다. 2018년 진료비 총액은 79조원인데 그 중 고혈압, 당뇨병 같은 12가지 만성질환으로 지출되는 진료비는 전체 진료비의 40%를 차지하는 31조원 가량이고, 고혈압과 당뇨병 환자는 2011년 750만명에서 2018년 930만 명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더 중요한 이유는 국민의 건강과 삶의 질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와 관리가 필요합니다.”라고 발표했다. 즉, 급증하는 의료비 부담의 상당 부분이 이제는 만성질환 환자의 치료로 발생하고 있고 이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는 보고다.

우리나라는 의료의 공급과 의료기관의 비용 면에서 보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보장성을 보이는 나라에 속하고 있다. 이는 정부의 성공적인 정책에 힘입은 바 크고 국민의 수명이 급격히 증가돼 인구 노령화 속도는 세계 최고로서 머지않은 시간 안에 초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이 이루어 질 것이다. 국민 수명의 급격한 증가의 이면을 보면 아직 건강 수명이 다른 선진국에 비하여 상당히 낮고 (2016년 우리나라 기대수명은 82.4세, 건강수명 73.0세로 9.4년 동안 질병이나 사고로 인하여 아프게 살아가야 함) OECD국가 중 당뇨병으로 인한 사망률은 가장 높은 편이며, 당뇨병의 만성 합병증 발생 역시 선진국에 비하여 상당히 높은 유병율을 보이고 있다.

이는 국가적으로 중증 급성기 질환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로 인하여 대형병원에서 이루어지는 최첨단 의료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에 있다. 반면 만성질환 환자 80%의 진료를 담당하고 있는 1차의료 기관에 대한 보상은 매우 낮아 치료 질에 대한 개인 의원의 투자 즉 영양, 운동 및 간호 교육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과 환자 모니터링에 대한 인력 및 적절한 시설 투자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우리나라 보험의 보상체계가 행위별수가제로 많은 노력과 시간이 소요되는 환자 교육, 설득 및 치료에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많은 시간 투자가 수가로 전혀 보상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성인 인구 중 1,000만명 이상이 앓고 있는 대표적인 만성질환인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에 대한 인지율 치료율, 관리 수준을 보면 왜 만성질환으로 인한 합병증 환자가 증가되고 이로 인한 의료비용이 급속하게 증가되는 가를 이해할 수 있다. 아래 표와 같이 인지율은 약 70% 수준, 치료율은 50~60% 수준 관리율은 30~50%에 불과하다.

당뇨병학회의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10년간 당뇨병 환자가 290일 이상 약을 잘 복용하는 환자의 비율이 50%에서 증가되지 않고 있다.

대한당뇨병학회, fact sheet 2018

이 결과 당뇨병 환자 중 만성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는 수준인 당화혈색소를 7% 미만으로 조절하고 있는 환자가 46%에 불과하고, 당뇨병 환자 중 혈당, 혈압 및 고지혈증 3가지 모두 치료 기준에 합당하게 치료되고 있는 환자의 비율이 약 9%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즉 만성질환들이 폭발적으로 증가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적절한 치료는 실패하고 있음으로 이로 인한 만성합병증의 발생 역시 향후 급증할 것이라는 것을 쉽게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당뇨병 환자에서 대혈관 합병증 발생률
당뇨병 환자에서 대혈관 합병증 발생률

실제로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의 경우 대혈관 합병증인 뇌졸중의 발생은 5배, 허혈성 심질환의 발생은 4배, 뇌출혈의 위험도는 3배 높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으며, 심혈관 중재술의 빈도는 약 7배에 달하고 있다.

다음 그림에서 보는 것과 같이 실명을 유발하는 당뇨병성 망막증이 당뇨병 환자의 16%에서 관찰되고, 만성신부전으로 인한 혈액투석 환자 중 당뇨병 환자가 50%에 달하는 등 당뇨병성 만성 합병증은 이미 우리나라에서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당뇨병 환자에서 미세혈관 합병증 발생률
당뇨병 환자에서 미세혈관 합병증 발생률

만성질환의 합병증이 매우 중요한 것은 만성질환을 5가지 이상 동반하고 있거나 중증 합병증이 발생한 5%의 환자들이 사용하는 의료비용이 전체 의료비용의 50%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즉 만성질환의 관리를 철저히 해 만성합병증 발생을 예방하고 건강 수명을 80세 이상으로 증가시킨다면 국민 건강 및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동시에 의료비 절감을 이룰 수 있는 가장 좋은 길이 열리는 것이다.

만성질환의 관리 수준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현재 의료 시스템에서 보이는 의사-환자 사이의 단절이 없이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실생활에서 적시에 문제점을 파악하고 코칭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즉 환자-의료인 간의 지속적인 소통이 가능한 시스템이 구축돼야 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이제까지 수동적이기만 한 환자의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환자 자신이 자신의 치료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역시 환자와 의료인 간의 지속적인 소통이 가장 긴요한 부분이 된다. 나아가서 환자가 자신의 건강을 직접 관리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의료 데이터를 자신이 소장하고 이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받아 지식을 늘리는 것이 매우 중요한 요체로 대부분의 최신 치료 가이드라인은 이를 매우 강조하고 있다.

또한 대형병원과 달리 의원에 인력과 시설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할 수 없는 1차의료기관의 수준을 향상 시키기 위해서는 금전적인 지원만으로는 부족하므로 많은 자원을 가지고 있는 3차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진료 수준을 높이는 길만이 환자의 두터운 신뢰를 바탕으로 일차의료기관이 발전할 수 있는 길로 생각된다.

즉 3차의료기관에서는 일차의료기관을 보조할 수 있는 시스템과 지원 방안을 마련해 2차의료기관의 진료 환경을 3차의료기관과 차이가 없도록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시스템의 확충, 교육자료의 공유, 다양한 인공지능 프로그램의 지원은 일차 의료기관이 환자의 다양한 문제점을 실시간으로 해결하게 해 줄 것이다.

이는 나아가서 많은 시간을 소모하며 환자가 병원을 찾아다녀야만 하는 현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혁할 수 있으며 이에 전제 조건은 이러한 의료진의 노력에 대한 적절한 보상 체계가 새로이 구축돼야 한다는 전제하에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제언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도 안 해본 원격의료가 모든 것을 순식간에 해결할 것이라는 환상은 버리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부족한 점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가상적인 문제들에 집착하여 게을리하게 되면 향후 우리에게 닥쳐올 의료비의 급증과 지속적인 병든 노년의 문제점은 향후 너무도 큰 문제로 우리를 압박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유효성과 안전성이 이미 증명된 부분에서 시작하여 한가지씩 현행의료의 문제점들을 개선할 수 있는 여러 시스템의 도입과 적용은 미래를 준비하는 우리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일로 생각된다. 현실에 안주하기 보다는 조금 더 미래에 대한 올바른 예측과 희망을 가지고 우리를 위해서, 나아가 국민과 나라를 위하여 정말 우리가 가야할 길이 어딘가를 생각하고 과감히 시작해 보는 도전자 정신이 정말 필요한 때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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