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치료제 개발 시급한데 정부 지원은 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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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치료제 개발 시급한데 정부 지원은 감감
  • 박해성 기자
  • 승인 2020.06.24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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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예산안 국회에서 제자리걸음…적극적 지원 나선 세계적 흐름에 뒤처져

코로나19의 세계적인 확산으로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시급하지만 정부가 약속한 지원 예산은 발이 묶여 있어 제약업계가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선진국에서 빠르게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지는 것과 다르게 지원이 늦어져 자칫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다.

6월 23일 현재 국내에서는 제약사·기관연구소 등에서 15건의 코로나19 관련 백신 및 치료제 임상을 진행 중이다.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가 코로나19 치료제로 권고한 ‘렘데시비르’를 비롯해 자체 개발 중인 항바이러스제, 면역치료제, 예방백신 등이 임상에 돌입했다. 이외에도 아직 임상에 들어가지 않은 코로나19 관련 파이프라인들도 다수다.

이처럼 국내 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하고, 새로운 감염병 등이 발생 가능한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산업계와 연구기관이 어려운 가운데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한 R&D에 집중하고 있는 것.

세계 각국에서는 백신 및 치료제의 빠른 출시를 위한 각종 규제를 걷어내고, 경제 위기에도 자원을 연구개발 분야에 쏟아붓고 있다. 미국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백신 개발에 자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의지를 수차례 드러내며 1년에서 1년 반으로 예상되는 백신 개발 기간을 절반으로 줄이는 ‘초고속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다. 이 프로젝트에 약 100억달러(약 12조원)가 투입된다. 유럽연합과 약 40개국 등이 참여한 ‘코로나19 백신개발 국제 협의체’는 치료제·백신 개발 연구에 약 82억달러(약 10조원) 지원금을 조성하고 있으며, 중국도 코로나19 백신 주도권을 쥐기 위해 중국과학원 등에서 올해 가을까지 완성을 목표로 백신 개발을 진행 중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제자리걸음만 걷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 4월 문재인 대통령이 경기도 성남 한국파스퇴르연구소를 방문해 “치료제, 백신 개발만큼은 끝을 보라”며 전폭적 지원을 다짐했다. 시장에서 경제성이나 상업성이 없더라도 정부가 충분한 양을 구매해 비축함으로써 개발에 들인 노력이나 비용이 보상받을 수 있게 한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에 치료제와 백신 유망 후보물질의 조기 제품화를 위해 ‘전임상, 임상, 글로벌 3상’ 등 전주기 R&D에 1천115억원을 지원하겠다는 추경 예산에도 반영됐다. 백신 1상에 90억원, 2상에 240억원, 3상에 150억원 등 개발단계별 지원금도 구체적으로 나왔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성공할 경우 빠른 공급을 위한 생산시설 등 인프라 구축도 필수이기 때문에 백신·치료제 생산시설 및 공정관리 지원 예산도 100억원이 편성됐다.

하지만 이 같은 예산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병원 환자감소와 매출저하, 항공물류 타격으로 인해 어려워진 임상의약품 확보, 혈장치료제 원료인 혈장 수급불안 등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기업들의 R&D 추진 동력에 제동이 걸리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우려가 업계에 팽배하다. 백신·치료제 개발에 맞춰 신속히 인프라를 확보해둬야 하는 생산시설 지원도 기약이 없는 상태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전 세계가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사력을 다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결정된 예산조차 국회에 묶인 상황”이라며 “연구개발과 생산시설 구축 등 산업계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실질적인 지원을 위한 국회의 결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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