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공공의료의 재정립 방안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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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공공의료의 재정립 방안을 생각하며
  • 김완배
  • 승인 2006.04.18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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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보장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전국민 의료보험이 시행 된지 15년이 지나고 있는 요즈음에도 높은 의료비로 인해 진료 받지 못하고 죽어가는 사람이 나타나는 등 의료보장의 역할에 대한 사회적 물의가 계속되고 있다.

난치병을 앓고 있는 딸을 치료비 부담 때문에 산소호흡기를 제거해 사망하게한 아버지가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하였고, SBS의 뉴스추적에서는 높은 진료비 때문에 진료를 포기하는 사례가 보도되었다. 많은 언론 매체에서도 ‘가난보다 무서운건 병…수십만명, 병명도 모른채 방치’라는 제목하에 뇌성마비 장애인, 고혈압, 당뇨 폐질환, 움직이는 종합병원 할머니 등이 소개되고 있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의료급여 대상자가 1백40만명이 있다고 하나 건강보험을 2년 이상 연체해 건강보험혜택을 받을 수 없는 사람이 1백5만명이며 2개월 이내 보험료를 내지 아니하면 보험혜택이 정지되는 3개월 이상 연체자가 2백70만명이나 되는 등 2-3백만명이 건강보험의 혜택을 전혀받지 못하고 있어 정부에서 보험료를 감면해 주기도 하였다. 이와 함께 건강보험혜택을 받더라도 계속되는 진료때문에 본인부담액이 높아져 진료비로 인하여 치료를 포기할 수 있는 백혈병 소아암 환자가 3만명 정도로 추정되며, 기타 혈우병 등 희귀난치성질환자도 1만 3천명이 된다. 국내경제가 악화되면서 일반적인 건강보험대상자 중에서도 치료 후 본인부담금을 내지 못해 병원에서 야반도주하는 사례가 늘고 있고 각 병원마다 진료비지원요청이 쇄도하고 있는 등 저소득층에게 의료의 접근도는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

대한적십자조직법이나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 등 법적 뒷받침을 받고 적십자사나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제외하고도 인터네셔널 에이드 코리아(IAK)는 영등포구 쪽방동네에서 노숙자 등을 무료진료하고 있는 요셉의원등 무료 병원에 260억원 상당의 의약품을 지원하기도 했다는 소식도 있다. 요셉의원은 전문의 80명을 포함한 130명의 의료진과 450명의 자원봉사자가 주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하여 무료진료 활동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는 병원이다. 요셉의원 이외에도 외국인 노동자에 대하여는 서울, 성남, 의정부, 안산 등에서 각 단체의 주도하에 무료진료하고 있다. 이와 함께 서울시 의사회는 서초구 보건소에서 매주 무료진료하고 있으며, 창원시 의사회에서는 의사회 차원에서 엔젤클리닉이라고 하여 무료진료소 운영 및 회원 병의원을 찾는 외국인근로자들의 의료지원을 하고 있고 김해시의사회는 외국인 노동자를 위해 이슬람사원 건립을 적극 지원해 주는 등 외국인 노동자가 다수 거주하는 지역의 의사회 마다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 아울러 방송3사에서는 돈이 없어 진료를 못 받는 환자를 찾아 치료해주는 ‘사랑의 리퀘스트’, ‘병원 24시’ 등의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의 관심 속에 방영중이며, ARS 전화 등으로 국민들의 성원이 넘치고 있다. 그 밖에 각종 언론 및 무료봉사단체에서도 저소득층에 진료사업에 열심이다.

민간단체들의 활동을 보면서 많은 국민들은 이렇게 고통받는 국민을 위해 국가는 무엇을 하고 있으며 국가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보건의료기관들은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을 가지고 있다. 헌법 제 36조에 보건에 관한 국민의 권리와 국가의 보호의무가 명시되어 있듯이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이 국민의 보호이며 그중에서도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는 복지국가의 기본역할이다. 그러나 국가는 의료 문제에 관하여는 전국민의료보험과 국민의 3.1%에 대해 의료비를 지급하는 의료보호(급여) 만을 내세우고 있다. 의료보험시행 12년만에 전국민을 대상으로 확대하여 선진국형의 의료보장체계를 갖추게 되었다는 우리나라의 자존심은 2001년 건강보험재정파탄과 의료 사각지대 증가로 모래위에 지은 집이라는 것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현실이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공공의료기관을 보자.

공공병원은 민간병원과 같은 의료보험수가와 제도를 적용하고 있으며 정부에서는 병원의 중점목표를 적자 탈피 등 경영정상화로 정하고 있어 공공의료기관이라 보기가 어려운 지경이다. 일선 보건소도 각종 의료장비를 보강하고 물리치료실을 설치하여 일차 진료를 확대하고 있으나 자기 발로 찾아 올 수 있는 주민에게만 선착순으로 진료하고 있어 진료가 절실한 사람들에게는 아직 혜택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에서도 병원을 운영하고 있으나 진료대상 등에서 다른 일반병원과 완전히 동일하며, 심지어는 건강보험지침에 의한 진료를 가장 많이 어겨서 심사삭감 1위 기관이 된 적도 있다.

현재의 공공의료기관은 민간병원과 일반 운영방식이 동일한 반면 시설 및 장비에 대하여는 국가가 투자하고 적자가 나면 국민의 세금으로 메꾸어 주는 점만 다르기때문에 공공의 이익을 위한 특별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국민의 정부에서는 공공의료확충이란 이름으로 공공의료기관을 대폭 늘리는 계획을 추진하려고 한다. 정부와 공공의료확충을 주장하는 일부 학자는 공공의료는 공공보건의료기관에서의 진료 및 보건활동이라는 등식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공공의료와 공공의료기관은 다른 문제이며 공공의료의 개념을 먼저 확립한 다음 필요하면 공공의료기관에서 이를 수행하게 하여야 한다.

공공의료의 역할은 무엇보다 의료에 관한 사회 안전망(social safety network)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건강보험에서 소외되는 계층에 대한 의료보장, 응급의료 및 재해의료 대책, 암, 에이즈 등 국민건강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질환에 대한 의학연구 또는 연구지원, 전염병관리 등이 손쉽게 들 수 있는 공공의료의 역할이다. 국가는 이를 위해 응급의료전담병원, 화상, 중독전문병원, 전염병 전담병원을 건립하고 중점 육성해야 하며 의학연구소를 건립해 의학연구에 박차를 가해야 하며 예방접종, 방역 등 각종 국가보건사업에 대한 부작용을 치료할 수 있는 전담병원을 건립해야 한다. 아울러 소외계층을 위한 무료병원을 운영해야 한다. 현재의 국립대학병원을 제외한 공공병원은 그 기능을 공공의료의 수행으로 전환하여야 하며 운영예산도 건강보험급여비뿐만 아니라 공공부문은 국가 예산으로 지원하여야 한다. 언제까지 의사들의 희생봉사, 종교단체와 시민단체의 모금, 외국의 원조, 상업방송의 모금에 매달려 이들을 해결할 것이며, 또 이나마 혜택을 못 받는 사람들을 버려둘 것인가. 또 보건소는 내소자를 위한 물리치료실 등 외래진료시설을 늘리기보다 민간의료에서 커버가 어렵고 꼭 진료가 필요하거나 못 받고 있는 고아원 양로원, 육아시설, 독거노인, 중증장애인환자등을 찾아가거나 보건소로 이송하여 진료하는 체계로 바꾸어야 한다. 현재의 형식적인 방문보건을 탈피하고 진료와 예방접종을 위해 찾아오는 시민진료에 손을 빼앗기기보다 지역사회에서 진료와 예방접종 등이 필요한 주민을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해결할 방안을 강구하는 기관이 되어야 한다. 한편 저소득층에게 별도로 지원하는 의료급여도 시스템을 바꾸어야한다. 현재처럼 건강보험과 별도로 의료급여 제도를 운영하여, 의료기관 이용 시 모든 사람이 저소득자임을 알게 할 것이 아니라 국가가 보험료를 100%부담하는 피보험자로 전환하여 떳떳하게 모든 의료기관을 이용하게하고 필요한 경우 본인부담은 국가가 부담하여야 한다. 의료급여 대상자의 대부분은 노인이다. 따라서 보통사람보다 진료횟수가 늘어나고 입원기간이 늘어나는 것이 당연하다.

의료급여 비용이 늘어난다고 ‘도덕적 해이(Moral hazard)’에 의하여 안 아픈데도 병원에 간다거나, 감기약을 이웃사람에게 나누어 준다고 매도하는 것은 국가의 도덕성의 문제이다. 실제로 ‘도덕적 해이’는 경제학적 용어로 윤리·도덕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말이나 우리나라에서는 이상하게 도덕적 용어로 쓰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140만명의 저소득자를 위한 1년 예산이 2조3000억원에 불과하데 비해 미국의 경우 4,000만명 저소득자를 위한 메디케이드 예산은 500조원에 이른다. 물가와 국민소득을 감안하더라도 2-3배가 높으며, 이는 우리나라 4,500만 전체 국민을 위한 건강보험재정 15조원의 30배 수준이다.

공공의료는 공공의료기관에서 행하는 의료가 아니라 의료의 ‘사회안전망’이다.
즉 하드웨어의 개념이 아닌 국가의 존립사유 중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국가 정책에 관한 신념과 철학의 일부분이다. 따라서 정부는 공공의료확충을 공공의료기관증설이라는 정책을 빨리 버리고 의료 부문의 ‘사회안전망’구축이라는 개념으로 바꾸어야 한다.

이에 따라 국가운영에 필수적인 특수의료기관을 조속히 확보하고, 현재의 공공병원을 개편해야 한다. 보건소의 행정방식도 바꾸어야 하며, 공중보건의사도 군의관과 같이 국가 공무원체계에 포함하여 활용해야 한다.

최근 운영되는 암센터의 경우 많은 예산지원으로 높은 보수의 우수인력을 유치하고 연구센터를 운영하며 많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우리나라 최고의 암치료기관으로 위치를 잡아가고 있는 것을 볼 때 지금까지의 공공의료기관에 대한 인식인 낙후되고 비효율적이며 적자만 쌓여가며 의료 인력을 구하기도 힘든 병원이라는 관념을 깨뜨리고 있다. 공공의료기관의 문제는 공공이기 때문이 아니라 예산지원의 부족과 건강보험급여비에 의한 생존방식의 문제라고 볼 수 밖 에 없다. 예전의 시·도립병원을 업무효율화를 기한다며 지방공사의료원으로 바꾼 정책은 진단부터 틀린 잘못된 정책이었다. 즉 공공의료기관의 기능저하는 공공기관의 특성에 따른 저효율성의 문제가 아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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