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특집]향후 신종 감염병 대응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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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특집]향후 신종 감염병 대응 방안
  • 최관식 기자
  • 승인 2020.04.20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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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겪으며 해법 다 찾아냈지만 막상 실천 부족
의료전달체계 개편 및 역학조사관 확보, 첨단 의료 도입 서둘러야

2020년 1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사태가 4월 중순으로 접어들면서 확산세가 다소 수그러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이후 사스와 신종플루, 메르스 등 수 차례에 걸쳐 닥쳐왔던 신종 감염병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바 있으며, 부분적으로는 세계 방역당국에 긍정적인 ‘영감’을 주기도 했다.

이번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도 초기에 지방의 한 지역에서 확진자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면서 잠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지만 우리 방역당국과 의료진들이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인 끝에 이를 잠재웠다.

특히 이 과정에서 드라이브스루·워크스루를 활용한 검체 채취, 경증 확진자를 위한 생활치료센터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속출하며 뒤이어 확산세를 겪고 있는 전 세계 국가들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우리나라가 신종 감염병 대처 모범국가로 국제적인 평가를 받고 있지만 아직도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 산적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리나라 공중보건방역체계에는 허점이 많지만 의사와 간호사, 의료기사 그리고 행정요원 등 병원인들과 방역당국의 몸을 아끼지 않는 헌신이 자칫 비극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공중보건 위기를 막은 일등공신이라는 평가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선 유증상자들의 의료기관 접근성을 제한하기 위해 의료전달체계의 위계화가 필요하고 공중보건보다 진료 역량을 키우고 있는 각 지자체의 보건소도 고유의 업무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또 건강보험의료를 시행하는 민간병원을 공공의료 수행기관으로 인정해 그에 걸맞는 수가체계를 마련하고, 부족한 역학조사관 확보도 시급한 사안이다. 특히 근거없는 의료민영화 주장에 도입을 미루고 있는 원격의료 등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는 첨단 의료시스템 개편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는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신종감염병에 대한 대응방안을 이미 마련한 바 있으나 충분히 이행되지 않아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위기 상황을 초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4월 8일자로 발간한 코로나19 대응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메르스 경험을 토대로 2015년 8월 31일자로 △중앙·권역별 감염병 전문치료 병원 지정 △시도별 임시격리 시설 지정 의무화 △역학조사관 수 확충 등의 ‘신종감염병 대응 24시간 긴급상황실 설치 등 국가방역체계 개편’ 방안을 발표한 바 있으나 그 이후 충분한 대비가 부족했다고 결론 지었다.

우선 중앙·권역별 감염병 전문치료 병원은 2017년 지정된 국립중앙의료원과 조선대학교병원이 전부이며, 시도별 임시격리시설 역시 지역별 지정 시설이나 수용 인원수에 대한 적절한 기준이 여전히 부재한 상황이다.

또 현재의 역학조사관 수로는 감염병 발생 시 역학조사 등의 업무를 수행하기에는 제약이 있으며, 메르스 이후 지속적으로 언급되는 전문 인력 확보의 어려움, 업무의 연속성 등의 문제 역시 제대로 개선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신종감염병 유행 시 신속한 대처를 통해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감염병 발생 시 가용할 수 있는 보건의료자원의 확충이 필요하며 특히 우수한 역학조사관이 확충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앞서 우리 정부는 2015년 메르스를 겪은 이후 메르스 백서를 통해 신종감염병 대비 우선 해결 과제로 △관련 지침과 매뉴얼 개정 △역학조사 방법론 정립 및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 △격리(폐쇄) 방법의 효과와 파생되는 문제 객관적인 분석 △위험도 평가와 위기 단계 결정 방법 개선 △질병관리본부 방역대책본부에 질병 유행 예측 및 위험도 분석 시스템과 대응 관계자의 안전, 기록과 복구 작업 및 윤리적, 법적 문제 등을 다루는 기능 마련 △신종감염병 정보를 실시간 공유할 수 있는 정보시스템 구축 및 의료계 제공 △진단 정확성 제고 위한 인력, 재정 지원 △의료기관 종사자 대상 신종감염병 환자 진료 훈련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역할 분담에 대한 합의 도출 및 지자체의 감염병 관리 역량 강화를 위한 인력 및 재정 지원 △정신건강 문제 관리 지침 마련 △국민은 예방수칙 실천 및 조사와 방역조치에 협조 △국민은 병문안 및 경증 환자의 대형병원 응급실 방문 자제 등 의료이용 문화 개선 실천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지속 추진 과제로 △질병관리본부 역량 강화 △지방자치단체 감염병 관리조직 확보와 역량 강화 △의료기관의 감염관리 역량 강화와 정부 관리체계 구축 △중앙과 지방자치단체, 의료기관 간의 감염병 관리 네트워크 구축 △감염병 감시체계와 정보시스템 강화 △신종감염병 대비·대응 자원 비축과 관리체계 구축 △격리병상 관리와 감염병 진단 및 진료제공체계 구축 △신종감염병 연구 개발 추진 강화 △공중보건위기 대응역량 구축에 필요한 예산 확보 △신종감염병 시대에 맞는 위기소통 역량 강화 △감염병 관리에 대한 윤리적 문제 개선과 심리지원 강화 등을 제시했다.

이규식 건강복지정책연구원장은 최근 발간한 이슈페이퍼 ‘코로나19 팬데믹을 저지하고 있는 우리나라 의료체계’에서 “우리나라 의료기술이 세계가 감탄할 수준으로 발전하게 된 근본적인 요인은 민간중심의 공급체계에 따른 비가격 경쟁과 의료기술의 개발, 새로운 장비 도입과 공적재정 중심의 진료비 지불체계가 배경”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1977년 의료보험이 시작할 때 수출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낮은 보험료로 시작해 불가피하게 저수가를 초래, 의료기관들은 생존을 위해 박리다매형의 서비스 제공행태에 익숙해 졌다”며 “이로 인해 의사들은 과다하게 일하면서 신속하게 환자를 진료하는 기술을 터득했고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많은 환자를 치료하는 놀라운 성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특히 기술료보다 검체검사나 영상검사료가 높은 수가구조도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시의적절하게 활용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규식 원장은 지역과 직장 의료보험 통합 이후 중진료권 제도가 폐지되면서 당장은 편의를 제공한 측면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지방의료를 크게 위축시켜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위기를 맞았다고 진단했다.

지방의료가 발전해야 미래의 감염병에 대비할 수 있지만 진료권 제도 폐지 후 지방의료 발전을 위한 대책은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 된 만큼 향후 닥쳐올 신종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방의료 활성화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역사적으로 우리나라는 수많은 외세의 도전과 각종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온 경험이 있다.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코로나19에서도 정부의 대비는 불충분했지만 의료인들이 자기 몸을 아끼지 않는 살신성인의 태도로 훌륭하게 극복해 나가고 있다.

보건의료계 전문가들은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된 이후로도 새로운 감염병의 도전이 지속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2000년 이후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코로나19 등 수 차례의 신종 감염병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얻은 교훈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대응 방안을 수립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실천’에 있다.

2015년 메르스 백서에서 제기된 문제점들은 이번 코로나19에도 그대로 적용 가능한 사안들이다. ‘진단’은 훌륭했지만 ‘처치’가 미숙해서는 환자를 살릴 수 없다. 코로나19 이후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보다 정밀한 진단을 토대로 이를 꼼꼼하게 실천해 나가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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