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병원, 900g 몽골 초미숙아에 새생명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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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병원, 900g 몽골 초미숙아에 새생명 선물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0.02.28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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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1g 초극소 저체중에서 2.1kg 체중 늘어 건강하게 퇴원
몽골에서 조산으로 아이 잃은 산모 한국서 첫아이 출산 성공
중앙대학교병원 의료진과 바드랄 신후(아기)와 철먼씨 부부
중앙대학교병원 의료진과 바드랄 신후(아기)와 철먼씨 부부

한국에서 921g의 초미숙아로 태어난 몽골 아기가 국내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2.1kg의 건강한 아기로 퇴원해 화제다.

지난해 12월 6일 몽골 아기 바드랄 신후(Badral Shinekhuu)는 엄마 배속에서 28주만 머무른채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921g의 초미숙아로 호흡곤란을 격어 바로 인공호흡기를 달고 중앙대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인큐베이터에서 10주간 집중치료를 받았다.

그 사이 신후는 체중이 2.1kg으로 늘었고 호흡도 좋아져 자가 수유를 할 만큼 건강해져 지난 2월 20일 퇴원했다.

아이의 엄마인 다바도르즈 철먼(Dagvadorj Tsolmon, 38세)씨는 임신한지 세 번째 만에 만나게 된 신후가 너무나 소중하고 애틋하다. 지난 2006년에 결혼한 철먼 씨는 2007년과 2013년 임신을 하였지만 두 아이 모두 출생 후 사망하는 슬픔을 겪었다.

어렸을 때 혈관염을 진단받았던 그녀는 임신을 하면 혈관성 신장염이 발생해 임신성 고혈압으로 아이를 조기 출산할 수밖에 없었고 몽골에선 미숙아 관리가 전혀 되지 않아 두 아이 모두 23주, 27주에 태어나자마자 세상과 이별하고 말았다.

이에 어렵게 얻은 세 번째 아이만은 또 그렇게 황망하게 보낼 수 없어 아이 부부는 한국행을 결심했고 그동안 몽골에서 모은 돈 2천만원을 들고 한국으로 온 철먼 씨 부부는 중앙대병원에서 28주 2일 만에 아이를 출산하게 됐 것.

부부는 아이를 무사히 출산했지만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다 보니 매일 늘어가는 중환자실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이들은 모국에서 치료를 받을 수 없는 환아를 도와주는 독일 재단 ‘아이들을 위한 마음(Ein herz fuer kinder)’에 직접 도움을 요청해 금액을 일부 지원받았지만, 그걸로는 현재까지 발생한 진료비 1억여 원을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이에 중앙대병원은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을 지원하고자 교직원들의 기부로 조성된 새생명기금 등을 포함, 약 4천8백여만 원의 진료비를 감면해 주었다.

또한, 철먼 씨 부부는 출산을 위해 한국으로 입국한 의료관광비자 신분으로 체류 가능기간인 3개월이 지나면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강제추방 대상이 되는 상황이었지만 중앙대병원 국제진료센터가 이들을 위해 출입국사무소 등과 협의해 현재 출입국사무소에서도 환아의 안타까운 사정을 참작, 외국인등록증 발급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후와 같은 초미숙아의 경우 생후 1주일 이내 뇌출혈이나 폐출혈의 발생 및 사망 위험성이 높은데 신후는 이러한 합병증 없이 잘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성장장애, 발달장애 및 청각장애, 시력손상 발생 우려가 높기에 외과, 이비인후과, 안과, 재활의학과 등의 다양한 진료과와 협진을 통해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후유증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퇴원 후에도 이러한 부분에 대한 면밀한 추적 관찰이 필요한 상황이다.

중앙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수영 교수는 “신후는 고위험군에 속하는 초미숙아·초극소 저체중 출생아로 출생 직후 호흡곤란 증후군으로 폐표면 활성제를 투여하고 기관지 폐이형성증 및 무호흡으로 장기간 호흡 보조 및 산소 치료를 받았다”며 “미숙아는 경구 수유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 초반에는 중심 정맥관으로 영양 수액을 주면서 키웠고, 이후 입에서 위까지 넣은 튜브를 통해 모유를 먹이며 케어해 체중도 늘고 몸 상태도 좋아져 퇴원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아이와 헤어질 수 있다는 불안과 진료비 걱정에 우울증까지 겪은 철먼 씨는 “꿈처럼 우리에게 온 아이를 먼 이국땅에서 소중히 보살펴 주고 우리 가족에게 희망과 도움을 준 중앙대병원과 의료진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아이의 치료가 끝나면 고국으로 돌아가 한국에서 받은 사랑을 기억하며 몸과 마음이 건강한 아이로 키워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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