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병원경영과 원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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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병원경영과 원가(9)
  • 병원신문
  • 승인 2020.01.27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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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지불은 가능한가?
정성출 갈렙ABC 컨설팅 부문 대표
정성출 갈렙ABC 컨설팅 부문 대표

분기별로 개최되는 갈렙병원 진료과장 회의가 열렸다.

기조실장이 지난 분기 진료과 손익분석 내용을 열심히 설명하고 있는데, 정형외과 고관절 과장이 갑자기 질문한다.

“정형외과가 적자라고 해서, 지난 1년간 CP도 새로 개발하고, 재원일수도 줄이고, 서비스도 개선하면서 정말 많은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분기 또 적자라구요?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말입니까?”

기조실장은 갑자기 말문이 막힌다. 그간 정형외과 스탭과 간호사들의 노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적자는 수익(진료비)보다 원가(재료비, 인건비, 관리비)가 더 커서 생긴다. 적자의 원인은 두 갈래로 살펴볼 수 있는데 하나는 원가 측면이고, 다른 하나는 수익 측면이다. 원가측면에서는 재료비, 인건비, 관리비를 줄여야 적자가 개선되고, 수익측면에서는 환자가 늘거나 가격(진료비)이 올라야 한다(수익 = 환자수 x 환자당 진료비). 고과장은 원가절감을 했고, 서비스 개선으로 환자도 늘었는데 왜 적자가 해소되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것이다. 왜일까?

마지막 남은 변수, “가격”을 살펴보자.

경제학적으로 가격은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통해 결정된다. 그런데 의료시장은 정부가 개입한다. 의료서비스는 가치재(價値財)로서 시장참여자의 선택에만 맡겨서는 국민들이 최적의 건강수준에 도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국가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정부가 의료서비스의 가격을 결정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규제산업은 원가에 기반하여 가격을 산정한다. 시장가격이 제대로 형성될 수 없는 상황이라, 근거에 기반하여 가격을 정해야 하는데 그 근거가 원가다. 통신료, 전기료, 버스이용료 등을 그렇게 결정한다. 의료서비스도 원가에 기반하여 결정한다.

의료서비스의 가격(의료수가)은 어떻게 정해지나?

우리나라의 진료비 지불제도는 서비스 항목을 개별적으로 보상하는 행위별 수가제를 채택하고 있고, 진단명그룹으로 묶어서 지불하는 (신)포괄수가제(DRG)를 시범사업으로 운영하고 있다.

수가는 상대가치점수 x 환산지수로 구성되는데 상대가치점수는 개별 행위(또는DRG) 간의 상대적 가중치이고, 환산지수는 이를 화폐단위로 환산해 주는 장치다. 예를 들어, 현재 '척추 또는 골반의 골절 및 탈구에 대한 관혈적정복수술 - 척추' 수가의 경우 상대가치점수는 10,323.46점인데, 환산지수 76.2원을 곱하면, 786,647원이 되고, 여기에 종합병원 종별가산율 25%를 더하면 983,308원이 된다.

상대가치점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5년마다 정하고, 환산지수는 공급자단체와 지불자인 건강보험공단이 계약하는 방식으로 매년 정한다.

환산지수 산정과 계약과정도 여러 쟁점이 있으나, 여기서는 상대가치점수에 집중해 본다. 현행 상대가치점수는 병원의 자원소비(즉, 원가)를 잘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견해다. 병원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저수가 문제를 이야기한다(원가보전율을 산출한 연구를 보면 대체적으로 저수가인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전체적인 수가 높낮이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수가간 불균형이다. 2017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의결한 2차 상대가치개편 결과를 보면, 원가보전율이 높은 검체검사(159%)와 영상검사(122%)의 보상수준을 낮춰서(검체검사 142%, 영상검사 116%로), 이를 통해 확보되는 재원 5천억원과 별도 재원 3천5백억원으로 수술, 처치, 기능검사의 원가보전율을 90% 수준으로 높인 바 있다.

이러한 조정은 원가를 반영한 결과로서 타당하다고 볼 수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가유형간 불균형은 여전히 남아 있다. 또한 영상수가유형 내에 원가보전율이 높은 MRI와 CT 수가가 있는가 하면, 일반촬영(X-Ray)과 같이 원가보전율이 낮은 수가가 있기 때문에 수가유형별로 일괄 조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어떻게 하면 공정한 지불을 할 수 있을까?

원가를 제대로 반영하면 된다. 요양기관 유형별로 대표성을 가질 수 있는 표본을 충분히 확보하고, 원가를 행위수가와 DRG단위로 제대로 계산해 내면 된다. 이를 위한 원가계산방법과 IT기술은 충분히 발전되어 있다. 문제는 정책의지에 달렸다. 신포괄수가는 원가 + α 수준으로 결정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행위별수가는 어찌할 것인가?

문재인케어가 시행되고 비급여 축소로 인한 수익 감소를 우려한 정형외과 학회는 정형외과 수술수가가 적정한지를 살펴보기 위해 연구를 시행했다. 상급종합병원10곳의 자료를 모아, 수술실의 원가를 계산해서 정형외과에 해당되는 수술원가를 분리해 내고, 정형외과의 수술수가로 최종 계산하는 과정을 거쳤다.

연구결과, 10개 병원 전체의 정형외과 수술수가는 평균 -52%의 적자를 보고 있었다. 표본이 된 10개 병원 수술실 자체로는 평균적으로 흑자가 나는 것을 보면, 정형외과 수술을 제외한 다른 수술에서는 흑자가 난다는 이야기다. 적자의 주된 원인은 의사 및 간호사 인건비, 수술실 공간 등 관리비를 현재 수가가 보상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수술실은 수술시간을 얼마나 점유하고 있는가가 자원소비를 좌우하는데, 정형외과의 수술시간은 외과 수술시간과 큰 차이가 없는데 비해 시간당 수술료는 외과의 절반수준에 불과하다.

고관절 과장의 의문에 해결점을 찾았다. 정형외과 수술수가가 낮다는 것이다.

의료서비스의 공정한 지불?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소요된 자원을 보상하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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