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이 아프면 어디로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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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이 아프면 어디로 가지?
  • 박현
  • 승인 2004.10.2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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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難으로 신음하는 병원들
장기간 계속되는 불황과 병원환경을 둘러싼 각종 규제 그리고 현실에 맞지 않는 건강보험수가 등으로 인해 병원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러다간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들이 중병에 걸려 병원이 먼저 치료를 받아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병원경영난을 비관해 자살하는 사태가 계속되지나 않을까 하는 점이다. 지난해 6월 있었던 故 오동성 원장 자살사건 이후 지금까지 병원경영난과 관련된 의사들의 자살사건은 모두 6건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자살하는 의사는 더 많으나 가족이나 유족들이 자살을 숨기고 있어서 알려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것. 따라서 실제 숫자는 더 많을 수 있다고 한다.

현재 경영난을 견디지 못해 내 놓은 병원들이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 계속 운영을 하고 있는 병원들도 문을 닫지 못해 겨우 운영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특단의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조만간 의료대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몇몇 병원들이 신축을 하고 증축을 하는 모습을 보고 국민들은 "그래도 병원이 돈을 버니까 신축도 하고 증축을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지만 병원들의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최근 신축을 하여 오픈을 준비중인 병원들 가운데는 병원들이 오래 전부터 진행돼 온 계획이라서 중단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개원을 하는 경우도 있다. 또 현재의 건강보험수가로서는 원만한 경영을 할 수가 없어서 박리다매(薄利多賣) 식으로 환자를 보아야 하기 때문에 그나마 공간을 늘려 한 명의 환자라도 더 보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

소위 잘 나가는 몇몇 대학병원들은 아직도 입원을 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환자가 많다. 하지만 환자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원만한 경영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수가체계와 의료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다른 대학병원들도 환자는 그래도 있으나 주5일 근무제에 따른 환자감소와 인건비의 상대적인 상승 등으로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대학병원이나 대형병원에 비해 중소병원의 어려움은 더욱 크다.

중소병원들은 현재 대부분 의료진 부족과 환자수 급감이란 이중고(二重苦)에 시달리고 있다.

의약분업 이후 개원열풍이 불면서 의사들이 대거 빠져나가 의사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또 환자들은 의원을 거쳐 곧바로 대학병원으로 몰려가고 있다.

환자들이 대학병원 및 대형병원을 선호하는 데다가 지난 2000년 8월부터 실시된 의약분업 이후 병원과 의원의 진료비 격차가 커지면서 중소병원을 찾는 환자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병원경영이 어려워지면서 병원의 도산율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 2001년 8.9%이던 중소병원들의 도산율이 2002년에는 10%를 넘어섰다.

중소병원들의 어려움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의약품이나 의료기기 등을 병원에 납품한 제약회사 등 채권자들이 병원진료비를 가압류한 액수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02년 6월 현재 9천523억원이며 가압류 당한 병원수는 전체의 29%인 299곳으로 나타났다.

또 2004년 현재에도 우리나라 병원 1천214개 가운데 18%인 219개 병원이 의료기기 대금과 의약품 대금, 시설비 등을 갚지 못해 건강보험공단이 지급할 급여비에서 압류당한 금액이 7천615억원으로 전체 요양기관의 62.3%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료비 압류는 전체 병원급 의료기관 930군데 중 167개(18%)에서 5천541억원, 종합병원은 284군데 중 18.3%(52개)에서 2천74억원이 압류돼 병원규모가 클수록 압류비율도 더 높아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는 것이다.

한편 국세청의 자료에 따르면 장기간의 경기침체 여파로 병·의원 등 개인 의료업자의 2003년 매출액이 전년대비 4.5%증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병·의원 등 개인 의료업자의 매출액은 총 16조67억원으로 2002년에 비해 4.5%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2001년에는 13조7천654억원으로 전년대비 25.9%로 급증하다 2002년 15조3천175억원으로 11.3% 증가에 그치는 등 지속적인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또 의료업자 1인당 평균매출액은 2001년 2억7천700만원으로 전년대비 13.1% 늘었으나 2002년에는 2.9% 늘어난 2억8천500만원, 지난해에는 2.1% 증가한 2억9천100만원에 머물고 있다. 이처럼 해마다 병원경영 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 숫자로 나타나고 있다.

병원경영이 어려워지면서 몇 년 전부터 병원을 운영하던 병원장이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자살을 선택한 사례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병원계의 현주소다.
환자를 치료하고 보살펴야할 원장이 경영난으로 빛 더미에 시달리다가 견디다 못해서 목숨을 스스로 끊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중소병원의 현실인 것이다.

이처럼 어려움에 처한 병원들을 살리기 의해서는 정부 관계자와 그리고 병원을 운영하는 원장들이 직접 만나 해결책 모색에 나서야 할 것이다. 그러지 않고서는 갈수록 도산하는 병원들의 숫자가 늘어남과 동시에 극단적으로 자살을 선택하는 의사가 늘어날지도 모를 일이다. 아울러 국민들의 병원이용에 불편을 겪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병원 관계자들은 병원을 살리기 위해서는 적정수가를 보장하고 각종 혜택을 부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아울러 정부의 관심과 적절한 지원만이 의료체계의 붕괴를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환자를 보살펴야 할 병원장이 경영난으로 자살을 선택하는 불행한 사태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특단의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여기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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