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S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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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S다이어리"
  • 윤종원
  • 승인 2004.10.21 0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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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욕정의 노예였어", "네가 씹다 버린 껌이냐?", "나이 X먹은 X이 욕심도 많아요".

이런 모욕적 언사에 두 주먹 불끈 쥐고 일어선 여인이 있다. 비록 모두 "과거의남자들"이지만 용서할 수 없다. "아니, 도대체 날 사랑하긴 했던 거야?"

오는 22일 개봉하는 로맨틱 코미디 "S다이어리"는 한 여성의 통과의례기를 그린영화다. 또한 사랑에 관한 남녀의 오래된 가치관의 차이를 건드렸다. 여자는 남자에게 묻는다. "네가 원한 것은 오직 섹스뿐이었냐?"

영화는 김선아가 이현우, 김수로, 공유 등 세 남자를 거치면서 사랑에 몸살을 앓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리면서 동시에 여성 특유의 "로맨틱하고 여린 시선"을 견지한다. 도중에 황당무계한 복수극이 펼쳐져 다소 힘 빠지게 하기도 하지만, 종국엔 돌고돌아 비교적 깔끔한 결말을 이루는 데는 성공했다.

여기에는 김선아의 어머니로 출연한 중견 연기자 나문희의 나박 김치 같은 가슴 시원한 연기가 한몫 단단히 하고 있다. 딸의 성장과정을 구수하면서도 "쿨"하게 지켜보는 어머니가 든든하게 버티고 있어 영화는 길을 잃지 않고 무사히 귀향했다. 첫생리를 기념해 딸에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쓰라"며 일기장을 선물하고, 딸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친구들을 향해 "왜 남의 딸 성생활까지 간섭하냐"며 일갈하는 어머니의 모습은 영화의 백미 중 백미다.

국내 최대 매니지먼트사 싸이더스HQ의 영화사 아이필름의 세 번째 작품인 "S다이어리"는 아이필름의 시나리오 공모를 통해 발굴된 영화다. 당시 제목은 "OOO의 섹스 다이어리"로 한 여성의 성 생활에 관한 노골적이고 발랄한 스토리를 그릴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제작사는 영화화를 결정하면서 제목을 조금 더 순화(?)해 "S다이어리"로 바꿨고, 15세 관람가를 목표로 정한 후 "성"보다는 포괄적 "사랑"에 대한 이야기로 풀어나갔다. 영화가 소재에 비해 상당히 싱거울 수밖에 없는 것은 그 때문.

김선아가 열아홉부터 스물아홉까지 연기하는 뒤로 시종 "사랑하고 있어요"라는 옛 노래가 흐르는 것 역시 영화가 여성 특유의 낭만적인 시선을 갖고 간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사랑하고 있어요 당신 눈물까지도 그런 모습 싫어요 사랑하고 있어요 외롭지도 않아요 당신 미소만 보면 이렇게 있어요 가만히 내곁에 있어요"

김선아가 원하는 것은 작은 위안과 편안한 안식처였다. 하지만 남자들은 결국 무책임한 속물 근성을 내보이며 그녀에게 상처를 줬다. 네 번째 남자(장혁 분)에게 차인 김선아는 옛 일기장을 들춰보다 과거의 남자들에게 결국 손해배상을 청구하기에 이른다. "내 청춘을 돌리도!"

그는 이를 위해 이젠 신부가 된 이현우에게 비아그라를 먹이고 교통순경 김수로의 제복을 바꿔치기 하는 등 귀여운 협박과 해코지를 펼친다. 이현우가 "식사나 하시죠" 대신에 이번에는 "오, 주여!"를 연발하는 모습이나, 김수로가 온몸을 던져 연기하는 모습은 폭소를 유발한다.

"미워할 수 없어요 당신 미소만 보면 그런 모습 싫어요 가만히 내곁에 있어요 슬프지도 않아요 홀로 긴밤 지새도 아픈 가슴 달래며 그대의 모습을 그려요"

그러나 그녀가 진정 원하는 것이 복수였을까. 영화는 여자들의 배신감을 설득력있게 설명하면서 한편으로는 결국 그 모든 것이 사랑이었음을 주장한다.

번역가인 그녀가 나중에 출판하는 책의 제목 "아무 것도 아니면서 모든 것인 추억" 역시 그녀의 심리 상태의 변화를 대변한다. 세월이 흘러 모든 것이 변했다고 해도 일기를 쓰던 그 순간만큼은 사랑은 진실했던 것이다.

김선아가 "사랑하고 있어요"를 피아노로 연주하며 감정을 삭히고, 그 모습을 나문희가 묵묵히 지켜보는 라스트 신은 앞에서 펼쳐진 온갖 소동을 한번에 정리하며기대하지 않았던 여운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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