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도 패혈증에 대한 경각심 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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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도 패혈증에 대한 경각심 가져야
  • 오민호 기자
  • 승인 2019.09.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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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혈증 진단까지 1시간…초기치료지침 수행률 개선 필요
대한중환자의학회, 패혈증환자 대상 전국적 후향적 연구 결과 발표

패혈증으로 인한 국내 사망률이 선진국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가운데 중환자실 등급화와 전담전문의 적용기준 개선이 패혈증 초기치료지침 수행률을 높이고 사망률 감소를 가져올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전국 대학병원 응급실에 내원한 모든 패혈증 환자를 조사한 결과 초기 1시간 치료지침 수행률은 낮고 패혈증 쇼크 환자 가운데 중환자실에 입원하지 못한 경우가 약 절반에 가까운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대한중환자의학회(회장 홍성진, 여의도성모병원)는 9월17일 오후 5시 서울 용산에 위치한 학회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패혈증환자를 대상으로 한 전국적인 다기관 관찰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대한중환자의학회가 설립한 한국패혈증연대(Korea Sepsis Alliance, KSA)는 패혈증의 전국적인 자료를 수집하고 관리하기 위한 등록시스템을 만들어 운영 중에 있으며 그 첫 연구로 전국적인 연구를 수행한 것.
이와 관련해 홍성진 회장은 “오늘 이 자리는 9월30일 ‘세계 패혈증의 날’을 기념해 패혈증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면서 “이번에 학회 차원에서 실시한 국내 패혈증 실태조사는 후향적 관찰연구로 의무기록을 바탕으로 한 달 동안 조사한 내용이다 보니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연구는 한국패혈증연대에 참여하는 전국의 19개 대학병원에서 지난해 1월 한 달간 응급실에 내원한 19세 이상의 모든 패혈증 환자들을 조사한 결과로 같은 기간 동안 응급실 방문환자 6만4021명 중 패혈증 환자는 977명(1.5%)명, 그 가운데 패혈증 쇼크 환자는 357명(36.5%)으로 나타났다.

또 환자의 평균 나이는 75세, 57.2%가 남성이었다. 동반질환에서는 당뇨(29.1%), 심장질환(27.6%), 고형암(26.4%)이 가장 흔했다.

특히 이번 연구 결과에 있어 가장 주목할 점은 초기 1시간 치료지침 수행률이 만족할 만한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것.

이날 연구 결과를 소개한 박성훈 홍보이사는 “초기 1시간 치료지침 수행률에 있어 젖산농도(lactate) 80.5%, 젖산농도재측정률 67.0%, 혈액배양검사 91.8% 등 각종 검사 수행률은 높았지만 항생제투여 69.7%, 수액투여 38.9%, 승압제 투여 35.0% 등 초기 치료지침 수행률은 매우 저조했다”면서 “수액과 승압제는 의사의 판단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래도 낮은 수치가 나온 것은 개선할 여지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성진 회장은 “환자가 오면 일단 검사부터 하는 의료계의 관행을 반영하는 것이다. 패혈증으로 진단하기까지 1시간 정도 걸린다. 일단 검사 결과가 나와 패혈증 확인 이전에라도 수액을 투여하고 승압제도 투여해야 한다”면서 “의료인들의 인식 부족도 문제인 만큼 패혈증에 대해서는 의료인들에게도 홍보를 해야한다”고 전했다.

또한 패혈증 쇼크 환자 가운데 중환자실 입원을 하지 못한 환자가 357명 중 174명(48.7%)나 됐다는 점도 부각됐다.

박 홍보이사는 “패혈증 쇼크 환자에서 중환자실에 입원을 못하는 환자가 많았다는 것은 ICU 자원 사용에 문제점이 많다는 것”이라며 “우리나라 ICU 치료실은 준중환자실이 없고 조금만 안 좋아도 중환자실로 간다. ICU 베드가 상당히 부족하지만 중환자실에 없어도 되는 환자들이 있을 수 있고 일부 환자는 적극적 치료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도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임채만 중환자의학회 전 회장 역시 “우리나라 종합병원의 병상 수 기준에  전체 병상의 5%를 중환자실로 갖춰야 하는 규정이 있다”며 “우리나라 평균 수명은 미국과 비슷한데 미국은 전체 병상의 10% 이상을 중환자실로 운영하지만 우리는 그 반밖에 안된다. 그래서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들이 중환자실에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대한중환자의학회는 이번 연구에 대해 대략적이지만 원인질환과 치료 현황에 대한 파악이 가능했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패혈증 치료에 있어 중환자실전담전문의의 역할이 중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 홍보이사는 “앞으로 중환자실 등급화와 전담전문의 적용기준을 개선한다면 패혈증 초기치료지침의 수행률이 호전되고 사망률 감소를 가져올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상급종합병원의 중환자실은 적어도 하이브리드(hybrid) 형 이상이 중환자실로 운영될 필요가 있고 종합병원은 현행 기준인 1인당 환자 30명을 유지하되 전담전문의가 실제로 진료에 관여하는 것을 진료기록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한중환자의학회는 한국패혈증연대(KSA)를 통해 질병관리본부로부터 ‘국내 패혈증 환자 관리 개선을 위한 심층조사’ 연구용역을 수주해 진행 중에 있으며 패혈증 역시 결핵처럼 민간-공공 협력사업(private-public mix, PPM)처럼 사업화 필요성에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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