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정신질환 부정적 측면 더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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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정신질환 부정적 측면 더 부각
  • 최관식 기자
  • 승인 2019.01.07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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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은영 서강대 학장 “편견과 두려움 심어줄 수 있어 유의해서 기사 작성해야”
한국 언론의 정신건강 관련 전반적인 보도 논조가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부정적인 경향을 더 부각시킨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특히 언론보도에서 원인과 치료 방식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고 개인적 문제 측면에 대한 보도가 주를 이룬다면 뉴스를 접하는 일반인들에게 해당 질병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서강대학교 지식융합미디어학부 나은영 학장과 황애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행정원(서강대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월7일 발간한 ‘보건사회연구’ 제38권 제4호에 기고한 ‘한국 언론의 정신건강 보도에 관한 내용 분석 연구 : 뉴스 프레임과 기사 논조를 중심으로’에서 이같이 밝혔다.

연구자들은 최근 2년간 13개 일간지에 보도된 △정신건강 △정신질환 △정신장애 △정신병 △우울증 △자살 △조현병 관련 기사 1천11건을 토대로 내용을 분석했다.

그 결과 정신건강 언론보도에서 검색어 빈도는 자살이 511건(38.8%)으로 가장 빈번했고, 이어 우울증 264건(20.0%), 정신질환 201건(15.3%), 정신건강 164건(12.4%), 조현병 82건(6.2%), 정신장애 47건(3.6%), 정신병 31건(2.4%), 조울증 18건(1.4%) 순이었다. 또 스트레이트 기사의 비중이 75.4%로 매우 높고 의료전문기자보다는 일반기자 작성기사의 비율이 91.0%로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사 내에서는 남성과 성인, 국내 사례가 주로 쓰이고 있었으며, 기사의 논조는 중립적인 경우가 77.8%로 높았지만 부정적 논조가 긍정적 논조보다 2배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중립적인 논조의 기사지만 그 내용이 끔찍한 경우는 공포나 불안보다는 분노 정서를 더 많이 유발시키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뉴스 프레임의 경우 인간적 흥미 프레임이 32.3%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같은 정신건강 관련 이슈라 하더라도 필자 유형이나 기사 유형, 기사 내 성별과 연령, 정신질환과 조현병, 자살 등의 검색어가 있는 기사에서 부정적 논조가 더 많이 나타났다.

특히 정신건강 관련 뉴스 중 갈등 프레임이나 사회적 프레임으로 보도된 경우 부정적 논조가 높았다. 예를 들어 특정 사건이 발생한 경우 관련 정신질환자를 범죄나 폭력과 연관지어 갈등 프레임이나 사회적 프레임 속에서 보도한 사례가 많았다는 것.

나은영 학장은 “특정 정신질환을 범죄 또는 폭력과 연관지어 보도할 경우 범죄에 대한 사실보도는 피할 수 없으나 그 질환이 있는 ‘모든’ 사람이 그러한 범죄 또는 폭력에 개입될 수 있다는 편견과 두려움을 심어줄 수 있어 특히 유의해서 기사를 작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나 학장은 이어 “반면 의학적 프레임이나 예방 프레임에서는 긍정적 논조가 높게 나타났다”며 “정신건강 언론보도를 통해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한다면 정신건강 관련 이슈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또 미국 학자의 기존 연구결과 TV에서 묘사되는 정신질환자는 드라마, 시사프로그램, 리얼리티쇼 등 장르 구분 없이 보통의 미국시민보다 10배 정도 위험하게 그려지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으며, 영화상에서 부정적으로 묘사된 정신질환자를 본 관객들은 동정이 덜 하고 시설 격리를 긍정적으로 여기는 등 부정적인 시각이 더 커지는 경향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2010년 국내에서 실시한 정신질환 관련 한국 지상파 3사의 TV 뉴스 분석 연구에 따르면 1997년부터 2009년까지 668건의 분석기사 중 과학적 연구결과를 언급하고 있는 기사는 97건(14.6%)에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정보원의 유형도 일반인 39.5%, 의사 18.3%, 환자 혹은 환자 가족 15.2%, 연구자 8%, 경찰 6.6%, 정치인 및 국가 관련 기관인 3.8%, 유명인 3.3% 순으로 과학적 접근과는 거리가 멀었다. 정신질환의 원인도 유전적, 생물학적 측면에서 찾는 경우는 3%에도 미치지 못하는 반면 정서적, 사회적, 환경적 스트레스와 같은 심리사회적 원인에서 찾는 경우가 51%로 절반을 넘어, 마치 정신질환이 정신력의 열등함이나 심약함 때문에 발생한다고 믿게 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나 학장은 “지금까지 정신건강 언론보도를 다룬 기존 연구들에 따르면 일부 정신건강에 대한 보도 행태는 일반인들의 정신건강에 대한 편견 해소보다는 정신질환은 낫지 않는 병이거나, 사회생활이 어려운 것으로 보도해 편견을 야기하고 있다”며 “많은 국가들은 미디어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준수할 것을 촉구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2017년 관련 언론보도준칙 수립을 위한 기초연구가 진행된 바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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