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혈류지도’로 뇌경색 원인 쉽게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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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혈류지도’로 뇌경색 원인 쉽게 파악한다
  • 최관식 기자
  • 승인 2018.10.0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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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일산병원 김동억 교수팀 환자 1천160명 빅데이터 기반으로 지도 개발
▲ 동국대 일산병원 신경과 김동억 교수가 뇌경색 환자 진료에 뇌혈류지도를 활용하고 있다. MRI 영상(왼쪽 모니터)과 뇌혈류지도(오른쪽 모니터)를 대조해 어떤 대뇌동맥 혈관계가 막혀서 뇌경색이 발생했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국내 연구진이 뇌경색의 원인 진단에 결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고해상도 뇌혈류지도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동국대 일산병원 신경과 김동억 교수 연구팀과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원장 박상열) 국가참조표준센터는 전국 11개 대학병원 뇌경색 환자 1천160명의 뇌 영상 데이터(MRI·MRA)를 기반으로 현존 최고 수준 해상도의 뇌혈류지도를 개발했다.

뇌혈관 질환은 우리나라에서 암과 심장질환 다음으로 높은 사망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뇌 조직이 혈류공급을 받지 못해 괴사하는 뇌경색이 질환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뇌경색은 뇌에 혈류를 공급하는 세 종류의 대뇌동맥(중대뇌동맥, 후대뇌동맥, 전대뇌동맥) 혈관계 중 한 곳 또는 여러 곳이 막혀서 발생한다.

대뇌동맥 혈관계가 한 곳이 막혔는지 두 곳 이상이 막혔는지에 따라 검사 방법, 처방약의 종류 및 효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막힌 혈관계의 정확한 파악이 매우 중요하다.

세 종류의 대뇌동맥은 뇌를 세 부분으로 나눠 각각의 혈류 공급을 담당한다. 여기에 착안한 것이 각 대뇌동맥이 지배하는 뇌의 영역을 영토처럼 구분한 뇌혈류지도다.

현재 병원에서는 뇌혈류지도를 뇌경색 환자의 영상 데이터와 비교해 원인이 되는 뇌동맥을 진단하고 있다. 문제는 기존 뇌혈류지도가 20~100여 명의 적은 표본을 대상으로 만들어져 해상도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 뇌혈류지도. 각각의 대뇌혈관이 혈류공급을 담당하는 뇌의 영역을 색으로 구분(빨간색 중대뇌동맥, 녹색 전대뇌동맥, 파란색 후대뇌동맥)했다. 특정 대뇌혈관이 혈류공급을 담당하는 뇌의 영역을 각기 다른 색으로 표시해 실제 현장에서 환자의 뇌 영상 사진과 비교해 손쉽게 막힌 혈관을 파악할 수 있다.

김동억 교수팀이 이번에 개발한 고해상도 뇌혈류지도는 약 1,200cc의 뇌를 1.5cc 크기의 미세 조각들로 나눠, 특정 뇌동맥이 막혔을 때 뇌의 어떤 부위에 뇌경색이 발생하는지 통계적인 확률을 제공한다.

특히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의료계에서 100년 가까이 사용 중인 기존 저해상도 뇌혈류지도에 중대한 오류가 있음을 밝혀냈다.

기존 뇌혈류지도에 전대뇌동맥과 후대뇌동맥의 영역으로 표시됐던 뇌의 부위 일부가 중대뇌동맥의 영역이었음을 밝혀낸 것이다. 100년 이상 학계의 정설로 인정되며 의학 교과서에도 실려 있던 뇌혈류지도의 오류를 밝혀낸 이번 논문에 대해 뇌졸중 분야 세계적 석학인 호주 멜버른대학의 제프리 도넌(Geoffrey Donnan) 교수는 “탁월한 업적이며 앞으로 classic(고전)이 될 논문”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번 뇌혈류지도는 특정 기간 동안 11개 대학병원의 급성뇌경색 입원 환자 총 1천160명의 전수 MRI 데이터를 정량분석해 개발했다. 병원마다 장비나 측정방식의 차이로 생길 수 있는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표준화 작업을 거쳤기 때문에 일선 병원에서 참조표준으로 바로 믿고 사용할 수 있다. 

김동억 교수는 “고해상도 뇌혈류지도는 뇌경색의 원인 진단은 물론 재발 방지를 위한 약물 선택 시 정확도를 향상시킬 수 있다”며 “의료의 질 향상을 통한 비용 절감 및 국민 복지 증진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KRISS 국가참조표준센터 최종오 센터장은 “1만개 이상의 영상 슬라이스를 생산단계부터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해 완성한 참조표준”이라며 “표준화된 의료 빅데이터는 일반 진료는 물론 인공지능(AI) 진료의 신뢰성 또한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 국가참조표준데이터개발보급사업의 지원을 받은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의학협회가 발행하는 저명학술지 JAMA Neurology(IF 11.46) 최신호에 게재됐다. 한편 고해상도 뇌혈류지도는 진료실에서 걸어두고 사용할 수 있도록 도판 형태로 제작돼 연내에 무료 배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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