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러브 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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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러브 토크
  • 윤종원
  • 승인 2005.10.31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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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판로의 새로운 대안이 첫선을 보였다. LJ필름과 CJ엔터테인먼트가 공동 추진 중인 월드마켓 프로젝트의 첫번째 작품인 "러브 토크"는 세계 예술 영화 시장을 겨냥한 장편 영화다.

99%를 미국 LA에서 촬영했고 배종옥과 박진희라는 유명 배우들이 출연했지만 순 제작비는 15억원. LA가 아닌 국내에서 촬영했으면 8-10억원이 들었을 저예산이다.

"월드 프로젝트"인만큼 영화는 국적의 경계를 넘어서는 보편적인 이야기, 사랑을 그린다. 배경이 LA인 이유는 낯선 도시, 타향의 이미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LA는 한국인이 나가서 살 법한 공간이자 다인종이 모여 사는 곳으로 이국적이면서도 비교적 친숙한 장소다.

LA 다운타운에서 마사지 숍을 경영하며 혼자 살고 있는 써니(배종옥 분)의 집 2층에 상처를 안은 남자 지석(박희순)이 세들어 온다. 마사집 숍 청원 경찰 랜디와 공허한 만남을 이어가는 써니는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 "러브 토크"를 듣다가 진행자에게 불쑥 전화를 걸어 사랑에 관한 상담을 시도한다. 진행자는 헬렌 정이라는 가명을 쓰는 영신(박진희). 영신은 같은 학교 유부남 선배와 껍데기뿐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는 마치 연애의 고수인양 청취자의 애정 상담을 하고 있다. 한편 지석은 비디오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클럽 댄서인 앨리스와 무의미한
만남을 이어간다.

119분이라는 긴 상영시간 동안 화면을 채우는 키워드는 공허함과 용기 없음이다. 그것이 삶의 무게 때문이든, 사랑에 대한 상처 때문이든 주인공들은 한결같이 속내를 드러내지 못하고 핵심의 주변을 뱅뱅 돈다. 대사의 호흡과 공백이 길고 화면이 시속 30㎞의 제한속도에 걸려 있는 것은 바로 그 때문. 시속 80㎞에 익숙한 관객에게는 대단한 인내심을 요구하는 속도감이다.

긴 호흡을 감수한다 해도 참을 수 없는 권태와 허무가 발목을 잡는다. 무의미한 성 생활을 이어가면서 마음은 딴 사람에게 열고 싶어하는 인물들의 모습은 보는 이의 마음에 바윗덩어리를 얹어놓는다. 누구 하나 적극적이지 못하니 잔잔하고 애틋한 감성에 소구하는데도 한계가 느껴진다.

비슷한 스타일의 "여자, 정혜"로 극단적인 반응을 끌어냈던 이윤기 감독이 사실은 "여자, 정혜" 보다 훨씬 일찍 써놓은 작품이다. 세계 어느나라 사람이 보든 관람에 지장은 없을 듯 하다. 그러나 버거운 것은 사실이다. 너무 멋을 부렸다.

11월11일, 18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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