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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투약오류, 의료진의 주의와 함께 시스템 뒷받침이 필요하다
조건미 세브란스병원 법무팀 변호사
2018년 07월 06일 (금) 09:34:19 병원신문 webmaster@khanews.com
   
▲ 조건미 변호사
투약오류는 환자안전사고 중 낙상에 이어 두 번째로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고이다. 특히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투약오류 발생률이 오히려 낙상발생률보다 더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는데, 투약오류의 경우 낙상에 비해 의료진의 주의의무가 더 요구되는 영역이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발생만으로도 아찔한 투약오류사고, 책임소재는 어떻게 될지 사례를 통해 살펴보도록 하자.

주사제를 잘못 투여하여 환자가 사망에 이른 사건이다. 19세 남환 A는 오른손 골절 접합수술을 받고 마취에서 깨어나 병동으로 돌아왔다. 담당 간호사 B는 주치의로부터 처방을 받은 나제아(진통제), 모틴(소화기관용약), 뮤테란(진해거담제)을 투약했다. 그런데 투약 후 5분가량이 지나고, 환자는 심정지로 의식을 잃었다. 심폐소생술 당시 환자는 축 늘어진 상태였고 근이완제를 주사하지 않았는데도 무리 없이 기도삽관이 이루어졌다.

B 간호사는 의사의 처방대로 주사를 투약하였다고 진술했다. 그런데 B 간호사의 카트 폐합성통에서 베카론(근이완제) 빈 병이 발견되었다. 베카론과 모틴은 매우 유사하게 생겼고, 1 바이알(병)의 베카론을 투약하게 되면 의식불명이 된 피해자와 동일한 증상을 나타내게 된다. B는 모틴 약물의 부작용으로도 쇼크가 올 수 있다고 주장하였지만 빈 베카론 병의 출처를 밝히거나 합리적인 설명을 할 수는 없었다.

결국 재판부는 B가 A에게 베카론을 투약하였다는 점을 증명할 직접적인 증거가 없지만, 피해자가 사망한 경위와 베카론의 오투약으로 예견되는 상황이 유사하고, B와 병원 모두 베카론 오투약이 피해자 심정지 혹은 사망의 주된 원인이었던 것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베카론 오투약 외에 다른 가능성이 존재하기 어렵다는 점을 근거로 간호사 B에게 업무상과실치사죄를 인정하였다. B는 금고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짚어볼만한 점은 재판부가 병원의 전반적이고 구조적인 약물 관리의 과실도 사건 발생에 기여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병동에서 약물의 준비와 투약은 간호사들 사이의 분업에 의하여 이루어지므로 오투약된 베카론이 B의 너스카트에 비치된 것은 다른 간호사들의 과실로 인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또한 베카론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병동에서 비치할 필요가 없었고, 병원 약국의 비치약품 점검표에는 병동에 베카론 비치가 기재되지 않는 등 병원의 전반적인 약품관리의 비체계성 역시 지적했다. 간호사의 과실은 인정되지만 병원의 약품관리 역시 원인이 되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러한 병원의 과실 기여 및 유족들이 2억원 정도에 병원과 합의 후 고소를 취하한 사실은 B의 양형에 유리한 정상으로 작용하였다.

또 다른 사례는 타 환자의 약품을 잘못 복용한 사건이다. C는 지속적인 전신 위약감으로 재활치료를 위해 입원했고, 와파린(항응고제), 아벨록스(항생제), 유한짓(항결핵제) 등을 처방받아 복용 중이었다. 그런데 간호사가 다른 환자가 복용해야 할 가바펜틴(항전간제)을 C의 식사 식판에 올려놓았고, 요양보호사가 환자에게 이를 복용시켰다. C는 복용 이틀 후 혈압이 70/50mmHg, 맥박 90회/분으로 저하되고, 심정지가 발생해 타병원으로 전원 후 사망했다.

유족들은 법원 대신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으로 향했다(이하 ‘중재원’이라 한다). 유족들은 병원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해 C가 사망에 이르렀다고 주장했지만, 중재원에서는 이에 대해 병원의 손을 들어 주었다. 환자가 내원 당시부터 거의 거동이 불가능한 상태였고, 가바펜틴은 안전한 약물로서 환자의 복용량이 상태 악화에 영향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투약 과정에서 다른 환자의 약을 올려놓은 행위는 주의의무 위반인 점을 명확히 했다. 병원과 유족들은 병원이 850만원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합의에 이르렀다.

약물 조제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한 사례도 있다. 67세 협심증 환자 D는 카소딜정(협심증치료제) 10mg, 시그마트정(혈관확장제)을 처방받았다. 그러나 조제과정에서 기계오류로 인해 카소딜정 10mg, 노바스크정(혈압강하제) 5mg, 라미프린(혈압강하제) 2.5mg을 잘못 조제 받게 된다. D는 처방전과 약제를 확인하지 않고 복용하였고, 복용 후 구토, 토혈, 혈변이 5회 이상 발생하여 응급실에 내원한 후 식도열상출혈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D 역시 중재원에 치료비와 위자료로 금 500만원의 조정액을 신청했다(여담이지만, 최근 환자들의 중재원 선호도가 상당히 높아진 것을 알 수 있다). 피신청인은 조제과실을 인정했기 때문에 감정은 진행하지 않았지만, 피신청인의 식도암에 의한 식도협착과 만성 신부전에 의한 요독증 등이 더 크게 기여하여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중재원에서는 의사의 처방전에 따라 신중하게 조제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 한 과실이 있음이 인정되며 이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D의 기왕력으로 인해 식도협착으로 구토 증상이 자주 있었던 점을 고려하여 책임을 제한하였고, 피신청인이 D에게 300만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합의에 이르렀다.

투약 과정에 의사가 입회하여 일일이 감독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의사가 없는 상황에서 투약오류가 발생했을 때 의사에게도 과실이 있을까? 의사의 입회 여부가 쟁점이 되어 교과서에 빠짐없이 실리는 대표 케이스가 된 유명한 판례를 소개한다.

E는 뇌출혈 수술 후 중환자실을 거쳐 일반병실로 옮겨졌는데, 피해자의 몸에는 수술 직후부터 대퇴부 정맥 주사를 투약할 수 있는 튜브가 연결되어 있었고, 머리에는 뇌실외배액관이 연결되어 있었다. F는 E의 주치의로서, 종전 처방과 마찬가지로 E에게 항생제, 소염진통제 등을 정맥투여할 것을 지시하였다. 7년 경력의 책임간호사 G는 당시 실습을 하고 있던 간호학과 3학년 H를 병실에 대동하고 가서 E에게 정맥주사를 하라고 지시했고, 자신은 그 병실의 다른 환자에게 주사를 주었다. 그런데 G가 H를 보고 있지 않은 사이 H가 뇌실외배액관을 대퇴부 정맥에 연결된 튜브로 착각하여 그 곳에 주사액을 주었다. 뒤늦게 이 상황을 발견한 G는 즉시 이를 제지하고 나머지 주사액을 대퇴부 정맥에 연결된 튜브로 주입하였지만, E는 결국 뇌압상승에 의한 호흡중추마비로 사망하고 말았다.

이 때 의사의 지도·감독의무가 문제되었다. 간호사가 의사의 진료보조행위를 할 때 의사가 해당 행위에 일일이 입회하여 지도·감독이 필요한 것인지가 문제된 것이다. 병원종사자 또는 병원을 한 번이라도 가 본 사람이라면 이것이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안인지 의아할 수도 있다. 의사가 주사행위 마다 입회를 하면 병원이 어떻게 운영될 수 있겠는가.

하지만 1심에서는 실제로 간호사가 의사의 진료보조행위를 할 때 일일이 의사의 입회 아래 지도·감독을 받아야 한다고 판단하여 H에게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 책임간호사 G와 주치의 F에게도 벌금 1천만원을 선고하였다. 주치의의 참여 하에 책임간호사 G가 정맥 주사를 실시하여야 했다는 것이다. 이에 불복한 의료진들은 항소했고, 2심에서는 조금 더 이해하기 쉬운 판결이 내려졌다.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의사는 개별적, 구체적으로 간호사에게 주사행위를 위임할 수 있고, 반대로 간호사는 의사의 처방 및 지시에 의해 의사의 입회 없이 주사행위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주치의는 무죄, 책임간호사 G와 실습생 H는 벌금 300만원에 처해졌다.

G와 H는 이 판결에 불복하지 않아 판결은 확정되었는데 이번에는 검사가 주치의의 무죄 부분에 대해 상고하여 사건은 대법원에서 판단을 받게 된다. 대법원은 간호사가 진료보조 시 모든 행위 하나하나마다 항상 의사가 현장에 입회하여 일일이 지도·감독하여야 한다고 할 수는 없고, 어떤 보조행위가 여기에 해당하는지는 구체적인 경우에 따라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개별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고 판단했다. 각 사건의 구체적인 정황들을 감안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사고 당일 주사행위 자체에는 특별한 위험이 없었고, 책임간호사 G의 경력과 자질에 문제가 없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주치의가 직접 주사하거나 주사를 감독하지 않은 것에 과실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사람은 믿을 수 없다. 누구든 언젠가는 실수한다. 사례들을 살펴보면 개인의 부주의도 있지만 제도나 절차적 미비가 아쉬운 부분들이 있다. 투약 오류를 줄이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절차 준수 의무도 중요하나, 개인의 실수를 염두에 두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환경 조성 노력이 필요하다고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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