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라스트 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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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라스트 씬
  • 윤종원
  • 승인 2005.10.28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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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일본의 한 영화 스튜디오. 전성기를 구가하던 여배우 게이코가 은퇴를 선언한다. 그런데 게이코와 쭉 콤비를 이뤄 인기를 모았던 상대 배우 켄에게 불똥이 튀고 만다. 게이코와 함께가 아닌 켄에게는 주인공 역할이 안 들어오는 것. 욱 하는 성질에 스튜디오를 그만두겠다고 선언한 켄에게 그토록 구박했던 아내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알코올 중독으로 접어들던 켄은 그 길로 실의에 빠져 아예 영화계를 떠난다.

2002년 같은 스튜디오. 촬영장 소품 담당 미오는 변덕이 죽 끓듯 하는 감독 밑에서 오늘도 고생이다. 그런 미오 앞에 엑스트라 환자를 연기할 65세의 초라한 노인이 찾아온다. 알고봤더니 그는 왕년의 스타 켄이다.

이 영화는 일본 공포영화의 대명사인 나카타 히데오(44) 감독이 만든 잔잔한 드라마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링" "검은 물 밑에서" "여우령" 등을 통해 일본 공포영화 특유의 소름 끼치는 감성을 세계화하는데 성공한 히데오 감독은 사실은 오랫동안 순수 드라마에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마지막 장면"이라는 제목은 영화 속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뜻하는 동시에 주인공 켄의 마지막을 뜻한다. 37년만에 연기를 재개한 켄은 이제 늙고 병들었지만 마지막 투혼을 불태운다. 누구도 엑스트라의 연기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데다 그의 NG가 이어지자 아예 장면을 삭제해버리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 연기에 최선을 다한다.

히데오 감독은 드라마를 찍는 와중에도 공포영화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도입부에 등장하는 극중 영화가 섬뜩한 공포영화이며 죽은 켄의 아내가 유령으로 종종 등장한다.

마지막 연기에 열정을 바치는 켄의 모습에 영화 일을 그만두려던 미오는 다시 의욕을 불태운다. 명작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시대를 뛰어넘어 사랑받고 영향을 미치듯 켄의 마지막 열정은 미오를 자극한다.

영화의 충정은 이해한다. 그러나 히데오 감독은 아무래도 공포를 전공으로 삼아야 할 것 같다. 영화를 관통하는 여백과 회환이 공감을 일으키기 보다 나르시시즘에 머물기 때문이다.

11월3일 개봉, 전체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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