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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환자의 음식물 섭취에 대한 관찰·감독 의무
조건미 세브란스병원 법무팀 변호사
2018년 06월 26일 (화) 12:05:54 병원신문 webmaster@khanews.com
   
▲ 조건미 변호사
몇 년 전부터 간병인이나 보호자 없이 간호 인력이 환자를 돌보는 포괄간호서비스가 시행되고 있다. 이러한 포괄간호 시스템 하에서는 일상적인 케어도 간호 인력에게 맡기게 되므로 필연적으로 의료진의 관리감독 범위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환자의 일상적인 생활, 그 중에서도 음식물 섭취 관리에 관해 발생한 사고들과 그에 따른 법적 책임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서울의 한 병원에서 일어난 일이다. A는 군복무 중 분대원들의 구타로 인해 조현병이 발병한 환자였다. 장기간 수차례 입원 치료를 진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망상, 환청 등의 증상으로 스스로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태였기에 다시 치료를 위해 ㄱ병원에 입원하였다.

그런데 입원 후 5일이 지난 일요일 오후 12시경, A는 병원에서 간식으로 제공한 카스테라를 먹던 중 카스테라가 목에 걸려 숨을 쉬지 못하게 된다. A가 컥컥대는 모습을 발견한 간호사는 즉시 하임리히법을 시행하고 당직의를 호출하였다. 당직의는 약 2분 후 병실에 도착하여 산소마스크로 산소를 공급하면서 A의 상태를 확인 후 처치실로 이동시켰고, 사건 발생으로부터 6분이 지난 12시36분경부터는 에어웨이를 통해 빵조각을 조금씩 제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A는 의식이 저하되기 시작했고, 당직의는 12시45분경 기관 삽관을 다시 시도하였으나 기도를 막고 있는 카스테라 빵 조각으로 인해 실패하였다. 빵조각을 제거하는 동안 A의 산소포화도는 12시49분경 80~85%, 12시55분경 48~50%로 지속적으로 떨어지다가 13시5분경에는 38~40%로 떨어지고 맥박도 잡히지 않게 되었다. 당직의는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며 환자를 병원 인근에 있는 더 큰 병원으로 전원 시켰으나, 해당 병원에서의 치료에도 불구하고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다. 상급종합병원으로 전원했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3일 뒤 사망하게 된다.

이에 유족들은 ㄱ병원이 A에게 카스테라 빵을 간식으로 제공한 후 이를 섭취하는 것을 제대로 관찰·감독하지 않았고, 기도를 막고 있는 카스테라 빵을 제거하기 위한 조치를 소홀히 하거나 너무 늦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였으며, 다른 병원으로 전원이 지연되었기 때문에 A가 사망에 이르렀다고 주장하며 민사소송을 제기하였다.

재판부는 질식사고 발생 후 조치에 대해서는 ㄱ병원의 과실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카스테라 빵을 제거하기 위한 조치를 소홀히 하거나 늦게 심폐소생술 및 전원을 진행한 과실이 있다고는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카스테라 빵을 간식으로 제공 후 이를 섭취하는 것을 제대로 관찰·감독하지 못한 과실 및 사망과의 인과관계는 인정하였다.

ㄱ병원은 소송 과정에서 ㄱ병원 의료진이 A의 식이장애를 감안하여 정기적인 식사시간마다 A를 면밀하게 관찰·감독하였다는 점, 정신건강의학적으로 A처럼 조현병과 더불어 식이장애를 가지고 있는 환자에게 어떤 음식을 제공하여서는 안 되며, 이를 어떻게 구체적으로 관리·감독해야 하는지에 대해 통일된 기준이 없다는 점을 들어 반박했다. 병원으로서는 일반적인 관찰·감독의무를 다하였고, 환자 관리의 표준이 되는 매뉴얼이 아직 확립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엄격했다. A의 의무기록에는 A가 고형식 식사를 그냥 삼키는 모습이 관찰된다는 사실, 식사속도를 조절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급하게 식사를 하는 등 스스로 기본적인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보호자의 도움이 필요했다는 사실, 치아의 소실로 인해 보호자에 의한 밀착보호가 필요했다는 사실이 기재되어 있었다. 또한 A가 이전에 입원한 병원에서도 음식물을 섭취하다가 기도가 폐색되는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었는데 ㄱ병원 의료진도 입원 당시 보호자로부터 전해 들었기 때문에 A의 음식물 섭취 과정에서 특별히 높은 수준의 관찰·감독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한편, 질식사고의 원인이 된 카스테라 빵이 A가 몰래 반입하여 허락 없이 섭취한 것이 아니라 ㄱ병원 의료진이 직접 A에게 나누어 준 것이었다는 점도 지적했다. ㄱ병원의 주장처럼 아직 통일적인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면, 의료진으로서는 오히려 천천히 씹어 먹으라고 교육하는 것을 넘어서, 조금이라도 질식사고의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음식물을 독자적으로 섭취하여 감독이 없는 상황에서 그냥 삼키지 않도록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재판부는 A의 죽음에 대한 ㄱ병원의 과실책임을 40% 인정하였다. ㄱ병원은 유족들에게 약 1억7천만원을 배상해야 했다. 일견 카스테라 빵 하나를 잘못 나눠줬는데 너무 과도한 책임을 지우는 게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재판부는 A가 음식물로 인한 기도폐색 경험이 있었던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간과하고 제대로 관찰·감독하지 않은 점, 스스로 식사 등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없어 관찰·감독의 요구도가 높았던 환자였다는 점을 고려하여 판단한 것으로 사료된다.

환자의 음식물 섭취에 대한 관찰·감독 문제가 형사 사건까지 비화된 경우도 있다.

B는 장기요양인정 2등급 판정을 받은 고령의 환자로 ㄴ요양원에 입소하여 간호사 C와 요양보호사 D의 보호를 받아왔다. B는 치아가 없어 음식을 정상적으로 씹을 수 없었기 때문에 음식물이 기도에 걸려 질식의 위험성이 있어 평소에 죽이나 갈아 만든 음식이 제공되었다.

이 사건도 일요일에 일어났다. 요양원을 방문한 목사E가 예배를 진행하면서 선교활동의 일환으로 요양환자들에게 백설기 떡을 나누어 주었다. B는 이 백설기를 받아 본인이 생활하던 생활실로 내려왔고, 요양보호사 D는 B가 떡을 가지고 있는 것을 발견했지만 ‘설마 먹겠는가’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분주하게 이동 중인 상황이었기에 이를 회수하지 않았다. 평소 B는 식탐이 있어 음식물을 급하게 섭취하거나 절제를 못하는 경향이 있었고, D가 보고 있지 않은 사이에 아무런 제지 없이 백설기를 먹던 중 떡 조각이 기도를 막아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

환자가 혼자 떡을 먹었는데 간호사 C와 요양보호사 D에게 형사 책임까지 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다. 요양원에서 팀장 간호사로서 일하던 C와 당시 B의 요양 및 간병업무를 담당하던 D는 둘 다 형사책임을 면치 못했다. C는 500만원의, D는 2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졌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재판부는 우선 간호사 C의 경우 요양원 프로그램실에서 간식으로 백설기를 나누어 주려고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B와 같이 정상적으로 떡을 섭취할 수 없는 환자들이 병실로 돌아가기 전에 백설기를 먹다가 질식의 위험에 처할 수 있음을 예견할 의무가 있고, E가 떡을 제공하는 것을 제지하거나 떡이 잘게 썬 상태로 제공되도록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C는 아무 조치도 없이 프로그램에서 떡을 운반하는 것을 도우며 떡이 제공되는 상황을 잘 알면서도 현장 책임자로서 만연히 ‘요양보호사가 알아서 제지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편, D의 경우에는 치아가 없는 B가 잘게 썰어지지 않은 상태의 떡을 먹지 않도록 피해자를 주시하며 필요한 조치를 취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는데, B의 무릎에 떡이 놓여 있는 것을 알면서도 떡을 회수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병원 종사자로서 억울함을 느낄 만한 판결들이다. 환자를 24시간 옆에 두고 관찰할 수도 없는데 너무 과도한 책임을 지우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평도 있을 수 있다. 그런데 두 사건의 공통점은 A와 B 모두 음식물 섭취로 인한 기도폐쇄의 위험성이 큰 환자였다는 것이다. A는 조현병으로 일상생활이 힘든 환자로서 기도폐색의 기왕력이 있었고, B는 치아가 없고 식탐이 있어 음식물을 급하게 섭취하는 버릇이 있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이 특별히 기도폐색의 위험도가 높은 환자들의 경우 음식물 섭취에 대한 관찰·감독의 요구도가 높고, 일반적인 주시의무, 관찰·감독의무보다 높은 정도의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었다고 볼 수 있겠다. 재판부는 두 사건 모두 높은 관찰·감독 의무가 요구되는 환자들이었다는 점을 감안하여 다소 엄격해 보일 수 있는 판결을 내린 것이라고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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