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제약산업 발전과 오픈 이노베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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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제약산업 발전과 오픈 이노베이션
  • 병원신문
  • 승인 2018.01.02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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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
▲ 원희목 회장
다양한 환경 변수가 있지만 제약산업계에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신약개발 생산성 하락이다.

글로벌 신약의 경우 한 개의 신약이 탄생하기까지 14년의 시간과 2조 7,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반면 신약 성공률은 후보물질 도출부터 완제품으로 시장에 출시되기까지 0.01%에 불과하다. 더 큰 문제는 신약개발에 투입되는 비용은 늘어나는데 성공률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신약개발 성공률을 높이는 대안이 절실했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나의 것과 타 기업 등 외부의 정보와 기술을 공유하고 결합하는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전략이다. 산업계로선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필연적인 선택인 셈이다.

우리 제약산업계는 산업계와 산업계는 물론 학계·연구기관·의료계와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강화하고 있다. 협회는 지난해 7월 연구중심병원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으로 구성된 연구중심병원협의회를 초청, 간담회를 가졌다. 당시 간담회에선 산업계와 의료계의 오픈 이노베이션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어떤 점들이 개선돼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들이 오고갔다.

신약개발 플랫폼과 구체적 시스템, 초기 파이프라인 수요조사 및 개발에 대한연구중심병원과 제약회사의 협력체계가 필요하다는 의견 등이 제시됐다. 양측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 수행중인 연구 등을 상호 교류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어서다. 이에 따라 상호 의견과 정보를 공유하는 소통의 장을 늘리는 방안을 협의중이다. 내년에는 제약산업계와 연구중심병원 등 의료계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의약품 개발을 통한 질병치료’라는 공동의 지향점에 한 걸음 더 다가설 계획이다.

지식과 지식, 기술과 기술, 부문과 부문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융합의 시대 이른바 4차 산업혁명도 오픈 이노베이션과 궤를 같이한다. 오픈 이노베이션과 4차 산업혁명은 외부의 기술과 정보, 아이디어의 공유와 결합을 뼈대로 하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은 2016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WEF 회장인 클라우스 슈밥에 의해 처음 언급됐다. 기술과 기술의 융합에 의해 생산성이 급격히 향상되고, 사회·경제적변혁을 초래할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ICT(정보통신기술)와 바이오기술의 결합이다. 4차 산업혁명의 중심부에 보건의료·산업이 자리잡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보건의료와 보건산업의 지형에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관측된다.

4차 산업혁명과 헬스케어, 제약산업의 접점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키워드는 단연 인공지능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앤설리번에 따르면 의료분야의 전세계 인공지능 시장수익규모는 2014년 약 7,100억원에서 2021년 약 748조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인공지능 헬스케어시장시장 규모 역시 2015년 18억원에서 2020년 256억원으로, 급격한 성장세가 예상된다.

이미 선진국에선 의료와 신약개발분야 등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 활용하고 있다. 인공지능에 의한 진단 시스템을 구축, 방대한 자료를 기반으로 의료진에게 암 진단 등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와관련, IBM과 미국 뉴욕게놈센터는 슈퍼컴퓨터 왓슨의 인공지능을 이용해 암 게놈 연구를 공동으로 수행하고 있다. IBM 왓슨의 인공지능을 이용해 암 환자 200명의 종양으로부터 DNA와 RNA의 서열 및 임상 데이터를 분석한 뒤, 환자의 암 유발 변이에 초점을 맞춘 최적의 타겟 치료제를 도출해내는 방식이다.

인공지능을 신약개발에 접목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미국의 다국적 제약기업 화이자는 면역과 종양학 부문의 신약개발을 위해 왓슨을 활용하고 있다. 얀센은 지난해 영국 인공지능 기업 베네볼런트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 인공지능을 적용한 임상 단계 후보물질 평가와 난치성 질환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스라엘 제약기업 테바는 IBM과 업무협약을 체결, 호흡기와 중주신경계·만성질환 약물 복용 데이터와 부작용 사례를 분석, 추가 적응증을 확보해 신약개발에 활용할 예정이다. 일본은 이미 다케다제약과 NEC 등 50여개의 제약·IT 기업들과 이화학연구소, 교토대 등 산학연이 뭉쳐 신약개발을 위한 인공지능 공동 개발에 착수했다.

국내 제약산업계 역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인공지능과 결합된 빅데이터를 토대로 신약개발의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국내 일부 제약기업들은 사내에 인공지능팀을 별도 설치해 인공지능을 접목한 신약개발 연구에 속도를 내고 있고, 바이오벤처와 IT업체가 손을 잡고 신약개발 관련 공동 연구를 진행중이다. 협회도 힘을 보태고 있다. 협회는 지난 7월 가칭 신약개발인공지능센터를 설립키로 결정하고, 인공지능 민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T/F를 결성했다. 또한 회원사 대상으로 수요 조사를 진행해 신규 후보물질 발굴, 전임상·임상 결과 예측, 부작용 해결, 바이오마커 검색 등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같은 계획을 구체화하기 위해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등과 업무협력방안을 논의하고 MOU를 체결했다. 특히 올 1월부터 범부처 ‘인공지능신약개발지원센터’(이하 AI센터) 추진단이 가동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말 추진단장을 비롯한 인력과 예산, 사무실 마련 등 준비작업에 만전을 기했다. AI센터 설립을 목적으로 결성될 추진단은 1년의 활동기간 동안 산업계의 수요에 맞는 최적의 신약개발 인공지능을 도입해 신약개발 인공지능 사용 환경 기반을 구축할 계획이다. 빅데이터와 결합된 인공지능은 신약개발 성공률을 높이고, 비용과 아울러 신약 후보물질 탐색 및 도출에 소요되는 시간을 대폭 단축시켜 산업의 글로벌 역량 제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론 인공지능이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선 인공지능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면서 일자리를 앗아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여파로 향후 20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일자리 120여만개가 사라질 것”, “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한국 일자리의 52% 정도는 컴퓨터로 대체될 위험성이 높은 직업군”이라는 관측이다. 그럼에도 최근 고용노동부의 중장기인력수급 전망에 따르면 의약품, 의료정밀기기, 전자부문은 일자리 수요가 늘어날 유망 업종으로 분류됐다.

제약산업계는 일자리뿐만 아니라 지난 10년간 매출, 자산, 수출부문에서 두드러진 성적을 내며 고용있는 성장을 실현했다. 기술집약도가 높은 제약산업계는 앞으로도 사람과 설비, 연구개발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이어갈 것이다. 정부도 지난해 100대 국정과제에서 제약산업을 육성해야 할 미래혁신산업으로 지정하는 등 산업육성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같은 정책기조를 바탕으로 협회는 정부와의 민·관 협치를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은 산업계의 끊임없는 투자와 혁신에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뒷받침될 때 실현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주요 선진국에선 이미 민과 관이 하나되어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국가 전체 연구개발비의 40%를 제약산업에 투자하는 벨기에 △미국의 AMP(Accelerating Medicines Partnership, 국립보건원과 제약기업 등이 치매, 당뇨병, 류머티즘 관절염치료제 개발을 위해 결성한 민·관 공동사업체) △유럽의 IMI(Innovative Medicine Initiative, EU 집행위원회와 유럽제약산업연맹이 차세대 백신과 혁신적 치료제 개발을 위해 구성한 민관합작 신약개발 네트워크로, 2024년까지 약 4조원 투입 예정)가 대표적 사례다.

우리나라도 산업발전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지향하는 정부와 민·관의 긴밀한 협력을 발판삼아 글로벌 제약강국 도약의 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제약산업계는 이 험난한 과정에서 산업 선진화를 위해 부단한 노력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국내 제약기업들의 규모는 아직 영세하지만 연구개발과 설비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또한 해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의약품 수출을 달성한만큼 올해도 파머징국가를 비롯,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낼 것이다.

특히 우즈베키스탄과 아제르바이잔 등 CIS 국가와의 협력을 강화해 해외 시장 진출을 더욱 진척시켜 나갈 계획이다. 제약산업계는 이처럼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와 품질 혁신, 글로벌 진출 도전을 통해 일자리와 국부를 동시에 창출하는 미래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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