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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없어 병원 폐업 속출 위기
국내 활동 간호사, OECD 회원국 평균 26.3% 불과
간호사 공급 확대, 처우 개선 위한 수가현실화 시급
2017년 12월 26일 (화) 09:00:37 김완배 kow@kha.or.kr
   
 
올 한해 병원계의 최대 관심사를 키워드로 표현하면 의사와 간호사와 같은 의료인력 부족과 비급여 항목을 급여권에 넣어 환자부담을 줄이자는 문재인케어(이하 문케어) 두가지로 요약된다.

이중 간호사 부족현상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이다. 총 22개 병상으로 인가를 받고 문을 연 미국 네브라스카의 한 병원이 간호사를 구하지 못해 문을 닫았다는 외신이 보도되는가 하면 영국과 아일랜드에서도 간호사 부족으로 폐업한 병원 발생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등 간호사 부족사태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30년에는 15만8천명의 간호사가 부족할 것이라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7년 주요 보건의료인력 중장기 수급전망’이 나왔다. 이는 면허등록 간호사 35만9천여명의 44.1%에 해당하는 규모로, 이때쯤되면 간호사가 없어 병원이 문을 닫는 사례가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간호사 부족현상은 우리나라가 유독 심하다. 단순하게 OECD 통계로만 봐도 우리나라의 활동 간호사는 간호조무사를 합쳐 5.2명이고 간호보조인력을 제외하면 2.4명 수준이다. OECD 회원국 평균치인 9.1명의 26.3%에 불과하다.

그나마 대도시 지역은 형편이 나은 편이다. 지방이나 의료취약지에는 아예 간호사가 없는 무간촌(無看村)이 수두룩하다. 지역 간호대학에서 간호사가 배출돼도 거의 대다수가 수도권을 비롯한 대도시지역 병원으로 떠나 버린다.

몇 년전 새로 오픈한 제주의 한 병원은 간호사부족으로 허가병동중 절반밖에 열지 못했다. 지방병원의 경우 간호사가 없어 간호보조인력으로 꾸려나가다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받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사정이 이렇게 된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간호등급제를 비롯, 메르스 사태로 인한 환자안전 및 감염관리 강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와 같은 제도적인 요인과 열악한 처우 및 근로환경에서의 병원간 격차가 맞물려 풀기 힘든 난제(難題)를 만든 것이다.

이런 상황을 만든 정책당국은 간호사 공급을 늘려달라는 병원계와, 처우와 근로환경 개선을 통한 해법을 제시하는 간호업계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간호사 인력부족이 이처럼 ‘고질병’으로 고착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수가체계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단일산병원의 2013년 원가분석에 따르면 입원료 원가보전율은 46.4%. 원가의 50%도 보전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간호사의 열악한 처우와 근로환경의 책임을 병원에 묻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간호사 처우와 근로환경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데는 이견이 없다. 단지, 여기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는데 따른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회,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각 직역간의 합심(合心)과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의 입원료로 원가보전도 못하는 상황에서 간호사 처우와 근로환경 개선을 요구하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간호사수급 조절없이 상황논리에 영합(迎合)한 정책이 간호사 인력난을 불러일으켰다고 볼 수 있다. 거기에 끝을 알 수 없는 저수가정책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근본적인 원인은 따로 있는데 병원계와 간호업계만 각자의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는 셈이다.

정작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정치권에서는 양업계의 주장에 양비론을 펴며 정책의 균형을 맞추고 있는 듯 하나 간호대학 정원증원을 통한 간호사 공급확대나 간호사 처우개선을 위한 입원료 현실화와 같은 본질에는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간호협회를 통한 유휴간호사재취업 교육이 고작이다.

간호관리료차등제 개선이나 환자안전 및 감염관리, 간호·간병통합서비스처럼 간호사 수급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정책에 대한 효과분석과 면밀한 간호사수급계획 수립을 통한 간호대학 정원 조정, 그리고 간호사 처우와 근로환경 개선에 필요한 입원료 현실화 등 간호사 인력난과 관계있는 모든 것들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해소돼야 간호사인력난 해법에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간호사 부족에 가려있지만, 의사인력난도 해가 갈수록 점점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의사직종의 경우 2030년에 7천600명 이상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적정인력 수급관리를 위한 중장기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그에 따른 조기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공약으로 나온 문케어는 향후 몇 년간 의료시장의 지축을 흔들 것으로 보인다.

환자들에게 의료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돼 온 재난적 의료비와 비급여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문케어는 대통령 공약인 만큼 강력하게 추진될 것으로는 보인다. 그러나 추가 소요재정이나 의료시장에 미칠 파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나치게 클 수 있다는 점에서 밀어붙이는 방식보다는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는 격언처럼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게다가 문케어가 정책도입 과정에서 동네의원 살리기나 일차의료 활성화, 의료전달체계 개편이 뒤섞이면서 의료시장의 재편 성격마저 띠고 있어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물린 의료시장에서 정책적 균형을 맞추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비록 올 연말 의사들의 대규모 시위로 일단 브레이크를 걸고 정부와 협의하는 모양새를 갖추는데는 성공했지만, 의료기관 종별이나 진료과별로 이해관계가 달라 새해에도 계속 보건의료계를 흔들 최대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보건의료계는 올 한해도 어김없이 시끄러웠고 바람 잘 날 없었다. 새해에는 걱정없는 세상을 꿈꿔 보지만, 그냥 꿈으로만 끝날 것 같아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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