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협, 조류독감 긴급 좌담회 개최
상태바
병협, 조류독감 긴급 좌담회 개최
  • 정은주
  • 승인 2005.10.20 14: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내 준비현황과 병원계 대응책 등 제시
세계적으로 조류독감의 대유행이 예고되고 있는 가운데 대한병원협회는 10월 18일 병협 소회의실에서 관계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조류독감 긴급 좌담회’를 개최하고 조류독감 유행에 따른 국내 대비현황과 조류독감의 감염경로, 병원계 대응책 등을 짚어봤다.

긴급 좌담회는 병원협회 박승철 법제이사가 진행을 맡았으며, 이덕형 질병관리본부 국장, 유정칠 경희대 생물학과 교수, 이진수 인하대 감염내과 교수, 임융의 병협 노사대책위원장 등이 참석해 의견을 나눴다.

■박승철 : 먼저 신종독감인지 조류독감인지 용어정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조류독감이라면 마치 사람과는 무관하게 조류가 걸리는 독감 같은 느낌인데 조류독감에서 파생되는 신종독감에 관한 내용이 적당할 것 같군요. 먼저 질병관리본부 이덕형 국장님께서 정부의 준비현황과 조류독감 백신인 타미플루 비축상황, WHO의 현재 상황에 대한 인식 정도 등에 대해 개괄적으로 설명해주시길 바랍니다.


("타미플루, 초기대응에 필요한 최소 분량을 갖췄다, 대량환자가 발생할 경우 우선접종 대상자 등은 준비해야 할 과제”)

■이덕형 : 조류인플루엔자는 지금도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을 중심으로 속속 발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얼마전 베트남과 태국 등지에서 발생해 사망자가 60여명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신종독감이라 일컬어지는 변종이 발현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조류인플루엔자에 감염될 경우 초기에는 치사율이 90%에 이르렀으나 최근들어 병원체가 사람에게 적응하면서 치사율이 낮아지고 있습니다. 생물학적 개연성에 따르면 감염의 위중도와 전파력이 함께 올라가긴 어렵기 때문에 감염의 위중도는 낮아지고 전파력은 커지고 있다는게 상식적으로 알려진 내용입니다.
지난해 베트남에서 소규모 인체간 감염이 발생했다고 보고됐으나 사람간 전파는 아직 없으며, 조류에서 사람으로 전파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단계별로 나눠보면 5단계는 전파가 용이하며, 6단계는 전파 위험 단계로 볼 수 있고 WHO는 현재 전염이 의심되지만 흔하지 않는 3단계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가능성이 고조된다고 인식하는 것이지 WHO는 아직 공식적으로 인체간 감염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대유행이 오면 근원지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가 될 것으로 예측되고, 국제사회는 최근 UN정상회의를 통해 국제파트너십을 구성하기로 제창했습니다. 11월 APEC회의 공식 의제로도 채택됐으며, 세계적인 대유행이 발생하면 비용은 국제사회가 공동부담할 것으로 보입니다.
WHO가 최근 공식적으로 발표한 추정자료에서 5억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20-740만명이 사망할 것이라는 발표의 근거는 1957년 아시안독감을 기준으로 한 것입니다. 스페인독감과는 비교하기에 무리가 있으며, 의료기술의 발전과 진단여건 등을 고려할 때 아시안독감이 근사치로 보여집니다.
우리나라의 준비상황은 타미플루 100만명분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이미 70만명분을 확보한 상황이며, 동남아보다는 신종인플루엔자에 대비한 시간적 여유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북한이 해결능력이 없다면 북한이 새로운 진원지로 부상할 수 있어 상황이 심각해질 것이란 예측도 해볼 수 있습니다.
초기대응시에는 환자를 격리해야 하므로 격리병상을 활용할 것이며, 대량환자가 발생하면 전세계적으로 대유행할 경우 격리는 의미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병원에 입원환자가 많이 몰리면 우선순위에 따라 병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박승철 : 호흡기 등 국내의 방역체계는 전세계에서도 최고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타미플루를 국민들은 백신개념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배정의 우선순위나 병원급에 어느 정도 배정될지, 격리병실 운영계획 등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시지요.

■이덕형 : 아직 공급계획은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감염에 노출이 심한 의료인에게 우선공급돼야 한다는 말씀도 일리가 있지만 조만간 사용방법과 배분 등에 대해 비축정도를 고려해 논의할 예정입니다.

■임융의 : 실전훈련도 필요할 것으로 봅니다. 조류독감은 아직 약이 없다는 국민정서가 팽배해지면서 막연한 불안감도 고조되고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또 북한도 고려돼야 할 사항입니다. 평양의대를 북한의 거점으로 둔다면 북한실정을 파악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박승철 : 조류에 있어 국내 최고의 전문가이신 유정칠 교수님께서 생물학적 관점에서의 조류의 행태와 전파경로, 인체감염 가능성 그리고 최근들어 관심이 집중되는 철새로부터의 감염 등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다양한 형태의 변종 속속 보고되고 있다. 가금류와 철새 뿐만 아니라 텃새, 동물 등을 통한 3차감염 등을 고려해 다양한 모니터링과 연구 이뤄져야 할 것")
■유정칠 : 단순 생물학적 관점에서 접근할 경우 H7형까지 이미 보고된 바 있으며, 이는 인간에게 바로 연계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지금은 조류독감이 유행하고 있고 H5N1, H7N2, H4N2 등 새로운 유형이 속속 보고되고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선 조류독감 외의 변형된 형태의 다양한 질병에도 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유전자 재조합에 의한 신종출현이 많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철새가 감염시킬 위험과 함께 가금류가 철새에게 감염시킬 확률도 무시할 수 없으며, 참새 등의 텃새 등 모든 조류가 연구대상이 돼야 합니다.
이번 조류독감을 계기로 국내에선 이같이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학제간 연구와 조류별 모니터링 등이 이뤄져야 정확한 원인을 파악할 수 있고, 향후 변종된 질병에도 대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박승철 : 인천지역에서 사스 대책 등을 경험한 바 있는 이진수 교수님께서 의학기술과 치료약, 그리고 증상과 의료인의 대처 등 임상적 부분에서 접근해 조류독감에 대한 의견을 피력해주시기 바랍니다.


(“타미플루는 현재 조류독감의 예방과 치료에 효과 있으며, 리젠자의 경우 타미플루 내성환자에서도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의학기술의 발달 등을 고려할 때 과거 세계적 대유행 독감과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진수 : 의료기술의 발전 등으로 인해 그리 비관적인 상황은 아니지만 비상사태에 대한 준비는 비관적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이 오히려 낫지 않을까 합니다.
1918년 독감과 1957년 독감은 분명 병원성이 다릅니다. 때문에 조류독감과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습니다.
사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스는 증상이 나타나고 전파되지만 조류독감은 전파된 후 증상이 나타나므로 더 영향이 클 것으로 보입니다.
타미플루가 예방과 치료가 모두 가능한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보여지고 있습니다. 물론 예방과 치료에 효과는 있습니다. 그러나 사망을 줄일 뿐 전적으로 여기에만 의지하기는 곤란합니다. 리젠자의 경우 타미플루에 내성이 있는 경우에도 효과가 나타나므로 이 또한 치료에는 유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임융의 : 의료현장에서 보면 항생제 남용으로 인한 내성이 큰 문제입니다. 약이 듣질 않으니까요.

■이덕형 : 북한은 통일부가 유일한 창구이며, 정확한 실태 파악이 어려운 것도 우리로선 과제입니다. 부시대통령이 나서 UN중심으로 대처하기로 결의를 다진 바 있고, 대유행이 있으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집중적인 물자투입이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유정칠 : 조류감염을 공기중 감염과 접촉에 의한 감염, 배설물에 의한 감염 등 다양한 감염경로가 있습니다.

■이진수 : 인간에서 인간으로의 전파는 드물고 접촉과 공기에 의한 감염이 많습니다. 의사들을 비롯한 의료진은 손씻기를 생활화 하시고, 마스크를 꼭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흐르는 물에 비누를 이용해서 씻으면 됩니다.
독감이 발생하면 초기에는 해외에서 유입되는 경우가 주를 이룰 것입니다. 독감 증상과 임상적 판단은 비슷합니다. 의료진은 환자가 발생하면 보건원에 보고하고, 급속진단키트를 이용해 바로 진단을 할 수 있습니다.

■박승철 : 막연한 불안감을 조성해선 안되며, 의료진은 조류독감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감염예방에 주의하는 게 필요합니다. 정부를 비롯해 병원협회, 의료계가 철저한 준비를 하고 있으니 잘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사고가 발생하면 병원협회도 적극 나서 정부의 대응책을 따르도록 하겠습니다.


【용어풀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A, B, C형의 세가지 종류가 있으며, 주기적으로 대유행을 일으키는 A형은 바이럿의 표면에 있는 항원 H와 N의 변이에 따라 여러 가지 아형으로 변형될 수 있다. 1917년 발생한 스페인 독감은 H1N1이며, 1957년 아시아독감은 H2N2, 1968년 홍콩 독감은 H3N2 등이며, 이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조합에 따른 변이가 발생하고 있다.
최근 발생하고 있는 조류인플루엔자는 H5N1이며, 이는 100여개의 조류인플루엔자 변종 중 하나다. 학계에선 H5N1, H7N2, H4N2 등의 변종도 보고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