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지속 가능한 건강보험은 요양기관계약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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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지속 가능한 건강보험은 요양기관계약제부터
  • 병원신문
  • 승인 2017.07.04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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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평수 차의과학대학교 보건의료산업학과 교수
많은 언론과 관계자들은 건강보험이 국민 건강 향상에 기여하였고, 세계적인 성공적인 사례라고 칭송하고 있다. 건강보험의 기여도나 발전과정의 긍정적인 면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나, 한편으로는 아쉬운 면에 대한 점검과 미래 구상도 필요할 것 같다.

건강보험 40년 중 전국민의료보험을 달성하였다는 1989년까지의 12년은 사회보험의 내실보다는 대상자 확대라는 정치적 관심의 대상 기간이었다.

사회보험으로서 적용대상의 우선순위나 보장성이라는 개념은 뒷전에 두고, 의료보험 적용 대상자의 확대에만 몰두한 시기이었다. 이후 2000년까지 11년은 사회보험으로서 형평성과 이에 따른 관리운영체계의 주도권에 대한 갈등 시기였다.

사회보험의 원리를 저버리고 대상자 확대에만 몰두한 후유증이었다. 현재의 건강보험은 이러한 갈등의 치유 결과로 탄생하였다.

2000년의 건강보험은 사회보험으로서 형평성과 효율성을 담보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였으나, 그간 제도 운영과정의 왜곡과 보완·개선의 한계로 많은 문제점과 갈등을 안고 있다. 현 시점에서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초심으로 돌아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건강보험은 국민들의 건강한 삶과 불건강으로 인한 경제적 위험을 보장하기 위한 수단이다.  건강보험의 보장은 국민들이 필요한 양질의 급여(서비스)를 필요한 시기에 경제적으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진료비의 보험자부담만이 아니라 시공간적·심리적 이용도 보장되어야 한다. 경제적 보장을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재정이, 이용의 보장을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양과 질의 자원이 필요하다.

즉, 건강보험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바람직한 수준의 보장성을 달성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달성할 수 있는 재정과 자원이 지속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건강보험 당사자들의 기여가 요구된다.

가입자인 국민들은 적정 부담과 효율적인 이용을...

사회보험인 건강보험은 보험료라는 부담을 전제로 한다. 보다 높은 보장을 위해서는 보다 많은 부담이 따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국민들은 보장에 상응하는 부담에 동의하고 실행하여야 한다. 그러나 비급여에 대한 합리적 대안과 함께 목표 보장율이 제시되어야 하고 부담의 형평성도 고려되어야 한다. 이러한 대안이 제시된다면 요즘 논란 중인 실손보험은 사라질 것이다.
한편 가입자인 국민들은 건강보험을 효율적으로 이용하여야 한다. 보험 특히 사회보험에 대해서는 공짜 또는 혜택이라는 의식이 있다. 이러한 의식을 억제하는 오남용 방지 방안이 제도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공급자에게는 효율적인 공급을 전제로 적정한 보상을...

공급자는 건강보험의 목적인 건강보장을 위한 요양급여를 담당하는 당사자이다. 건강보험 재정을 마련하는 주된 이유가 공급자에 대한 보상을 위한 것이고, 공급의 양과 질 그리고 공급자의 행태에 따라 건강보험 급여비 즉 지출은 큰 영향을 받는다.

공급의 효율성은 의료인이나 요양기관 개개의 효율성은 물론 공급자의 기능과 역할 그리고 지역적 분포 등 공급체계의 효율성도 포함되어야 한다. 건강보험 40주년기념 심포지움에서 OECD 관계자는 한국 의료비의 20%는 불필요한 입원, 수술 또는 응급진료 등 비효율적이거나 낭비적인 요인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공급 즉 요양급여 제공의 효율성 여부는 건강보험 재정 더 나아가 가입자 부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어 건강보험 지속 가능성의 전제이다.

재정의 문제 때문에 공급자에게 효율성만을 강조할 수는 없다. 공급자들이 가입자들에게 양질의 급여를 제공하게 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보상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 보상은 합당하여야 한다. 오남용이나 중복 또는 과잉 등 비효율적인 공급에 대한 보상은 제한되어야 한다.

적정보상이나 합당한 보상에 대해서는 일율적으로 정의하고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동일한 급여일지라도 그 급여를 제공하는 공급자의 상황이나 조건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원가를 보상하자는 요구가 많으나 불가능하고 현실적이지 못하다. 원가를 산출하는 조건이나 기준이 너무 상이하기 때문이다. 의료 분야에서 원가의 활용은 관리수단으로는 가능하나 보상수단으로는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 해답은 상황을 고려한 당사간의 합의일 것 같다.

정부와 보험자는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제도의 안정적 운영을...

사회보험으로서 건강보험은 공적 성격을 지니고 있어서 정부 등 공기관의 공권력 개입이 불가피하다. 공권력의 원천인 제도의 합리성이나 공권력 발동의 합리성에 따라 제도의 원활한 작동 여부가 결정된다. 비합리적인 제도나 공권력의 부적절한 발동은 당사자들의 반발과 갈등을 유발하여 제도의 지속성을 저해한다.

정부와 보험자는 가입자와 공급자들이 협조하고 순응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이를 안정적으로 운영하여야 한다. 제도는 당연히 형평성과 효율성 그리고 적정성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당사자 간 협력과 상생을 기반으로 참여에 의한 의사결정이 필수적이다.

지속 가능한 건강보험은 요양기관계약제로부터

건강보험은 급여(보건의료서비스)를 위한 수단이고, 급여는 의료인에 의하여 제공되는 의료를 근간으로 한다. 의료는 면허라는 독점권을 가진 의료인에 의해서 제공된다. 의료에 대하여 직접적인 간섭이나 통제가 어려운 이유이다. 한편 의료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로 내용이나 질에 대한 일반인들의 판단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의료행위의 당사자인 환자에게도 의료에 대한 결정권에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가입자인 국민들의 오남용을 막을 수 있는 방안도 특정 제도 이전에 의료인들의 개입이 중요하다. 환자는 의료인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특정 급여(서비스)의 필요 여부와 정도를 정하는 것은 환자가 아닌 의료인이다. 이는 공급의 효율성과 직결된다.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은 보장성을 달성하기 위한 재정과 자원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확보를 의미한다. 그러나 재정과 자원은 유한하므로,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재정과 자원의 효율적 활용의 주도자는 공급자이다. 공급자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 이유이다.

현재의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는 공급자를 국가가 필요로 하는 자원으로 통제의 대상으로 여기고 일방적으로 강제하고 동원하는 방식이다. 이는 공급이 부족한 의료보험 초기에 사회보험의 적용이라는 명목으로 가능한 방식이었다. 이제는 요양기관 당연지정제가 건강보험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의무만 주어지고 권한이 없는 일방적인 관계에서 공급자가 건강보험에 대한 책임의식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상황에서 공급의 효율성을 바라는 것은 무리이다.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은 효율성에서 출발하여야 하고, 효율성은 공급자가 주도하도록 하여야한다. 일방적이고 강요된 효율성이 아니고 쌍방적이고 책임성을 가지고 참여하는 효율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공급자의 효율적인 활동(급여)이 공급자에게 이익으로 돌아가는 유인책을 기본 바탕으로 하여야 한다. 즉, 공급자가 과잉이나 과다 등 수익을 위한 부적절한 급여보다는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급여에 관심을 가지도록 제도를 개선하여야 한다.

요양기관계약제는 공급자들이 스스로 참여하는 제도의 시발이 될 수 있다. 건강보험 대상자에게 급여를 하는 요양기관으로 참여 여부와 조건을 보험자와 협의하여 계약하는 것이다. 현재 일방적인 관계에서 쌍방의 관계로 전환하는 것이다. 요양기관은 인·허가된 보건의료기관 중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기관으로 의료법 등의 보건의료기관과는 구분된다.

요양기관의 조건은 다양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지역별 위치, 인력·시설이나 장비 등 자원의 양과 질, 특정 분야의 급여나 사업 그리고 조건에 따른 별도의 보상 등 다양한 내용이 포함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의료기관의 기능과 역할 구분을 포함한 의료전달체계의 확립도 가능할 것이다. 특히 현재 환산지수만 계약하는 수가계약을 실질적인 보상계약으로 전환하는 계기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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